[사진- KT&G 차기 사장 후보로 결정된 방경만 수석부사장. 출처-KT&G]
[사진- KT&G 차기 사장 후보로 결정된 방경만 수석부사장. 출처-KT&G]

[이코리아] 오는 28일 KT&G 주주총회에서 논의될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국민연금과 기업은행, 행동주의 펀드의 선택이 달라 주목받고 있다. 

KT&G의 최대 주주인 IBK 기업은행은 방경만 수석부사장 등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후보들의 선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견해를 표하고 있다. 여기에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기업은행과 뜻을 함께 했다.

ISS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지배구조, 이사회 구성, 투표 지침 등을 제공하는 국제 중계 컨설팅 기업이다. 특히 글로벌 기관투자자로부터 투표권까지 위임을 받다보니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19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통해 “KT&G의 최대주주(지분 의결권 기준 약 8%)인 기업은행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라며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인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을,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모두 반대해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기업은행은 방 후보자 대표 선임에 반대하는 이유로 “방 후보자의 수석부사장 재임 기간에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었고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등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FCP도 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나선 이상현 FCP 대표는 이달 초 사퇴하면서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 후보자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ISS 역시 지난 15일 KT&G 측이 함께 추천한 임민규 사외이사, 곽상욱 감사위원 등의 선임 안건에 대해서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면서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 후보자 선임 안건만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KT&G가 지속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 문제를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이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주주들이 손 후보자에 대해 지지표를 결집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KT&G는 “방 후보자의 사내이사 선임(2021년) 이후 핵심사업분야 영업이익률은 약 20%에 달하고, 2020~2022년까지 궐련담배 수출과 전자담배(NGP) 수출 부문 합산 약 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라며 기업은행의 주장에 반박했다. 

또한 KT&G 이사회는 ISS 보고서에 즉각 입장문을 내 ‘ISS와 FCP 간 공모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ISS 분석은 상당 부분 FCP가 제공한 사실과 다른 데이터와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며 “신뢰성이 결여된 데이터에 기반한 FCP 주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허위사실들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경우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까지 시사했다.

어려울 듯 보였던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 가결은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KT&G 정기주총에서 방경만 사장 선임의 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것.

KT&G는 이번 주총부터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는데,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 수만큼 각 이사 후보에게 표를 분산해 투표할 수 있는 일반적인 투표 방식과 달리, 모든 표를 단일 후보 또는 소수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즉, 주총에서는 1주당 의결권 2개를 행사할 수 있으며, 특정 후보에 의결권을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KT&G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대상 후보자는 방 사장 후보와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엠케이컨설팅 대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3명이다. 집중투표제에 따라 방 후보가 낙마되려면 3명 중 꼴찌를 해야 하는 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기에 방 후보 선임은 사실상 확실시된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결정에 공익감시 민권회의와 개혁연대민생행동, 글로벌 에코넷 등 시민단체들은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방경만 사장 선임에 찬성키로 한 국민연금을 강력 규탄했다.

김선홍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은 “최대 주주인 국책기관 기업은행이 KT&G 경영진의 경영실적과 도덕성이 국민과 사회의 이익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사장 후보자를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국민연금이 현 경영진을 지지하기로 한 것은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라며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등에서 발병한 집단 암에 책임이 있는 KT&G 등을 상대로 국민연금이 올바른 방향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할 것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가 같은 주주 입장임에도 서로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둘 모두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을 하겠지만 성격이 다를 수 있다. 국민연금이 초장기 투자자로서 변화에 보다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환원 확대를 통한 가치 제고 등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결정이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steward;집사)처럼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7개의 행동 지침이다. 기관에 돈을 맡긴 고객들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로 작용한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현재 4대 연기금, 125개 운용사 등을 포함하여 22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금융위는 스튜어드십 코드 3번째 원칙을 수정해 ‘투자 대상 회사가 기업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명시하기로 했다.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가 투자 대상 회사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YTN 라디오에서 “국민연금의 판단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준이라고 할 만큼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그 가이드라인과 기준이 명확해야 되는데 이번 주주총회의 결정들을 보면 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금융위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주 환원을 위해서 이야기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장에 대해서 동조할 것 같은데 반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기준이 지금 굉장히 애매모호하다. 자본시장에 시그널을 줄 때 아주 제대로 된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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