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출품한 투명디스플레이.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LG디스플레이가 출품한 투명디스플레이.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한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가 지난 8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총 172개사가 582개의 부스로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42.5%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36.9%로 그 뒤를 다시 추격하고 있다. 대만은 한참 뒤진 18.2%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에서 알 수 있듯이 디스플레이 산업은 세계 1위를 내어주고 중국에 추월당한지 오래여서, 관련 전시회들은 반도체나 배터리전시회보다 적은 규모로 개최되고 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여러 기업들은 투명디스플레이, 마이크로LED를 활용한 XR기기,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같은 3대 신시장이라고 불리는 분야에서 우수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22조의 매출을 올리면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스타벅스와 협력하여 투명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커피전문점을 전시장에 개설했다. 투명디스플레이는 고객이 투명한 진열장의 일부를 누르면 원두의 상태나 제품정보, 가격정보 등을 부가적으로 알려주었다.

다양한 투명디스플레이는 최근 늘고 있는 무인매장의 제품 설명에도 활용된다. 미국의 일부 슈퍼마켓 음료매장에는 투명 유리대신 인공지능이 장착된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이미 고객을 현혹한다. 고객은 진열대의 문을 열어야 뒷면에 전시된 실제 물건을 볼 수 있는데 만약 이를 반투명으로 대체하면 보다 직관적인 고객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

수원시가 운영하는 XR버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수원시가 운영하는 XR버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부분적으로 투명한 디스플레이는 수원시가 이미 운영하는 AR, VR실감형 버스에 활용되고 있다. 이 버스는 평소에 창문이 반투명한 상태로 운영되나 디스플레이 장치를 가동하면 버스의 양쪽 창문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화면으로 바뀐다.

이미 여러 국가의 지하철 스크린도어나 버스의 창문에 인쇄된 반투명 광고가 부착되어 있다. 머지 않아, 광고주들은 지하철의 스크린도어나 버스의 창문을 일부 반투명 디스플레이로 바꿀지도 모른다.

자동차는 이미 달리는 스마스폰으로 IT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전장시장에서 독일의 벤츠사와 2004년부터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양사의 협력은 지속된다. 벤츠의‘MBUX 하이퍼스크린’은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를 모두 곡면의 디스플레이어로 덮은 제품인데 LG디스플레이의 부품이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P-OLED, LTPS LCD, ATO의 3가지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P-OLED는 유연성 있는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사용해 뛰어난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가볍고 구부려지는 제품이다. LTPS LCD는 대형화 및 고해상도화에 유리한 장점이 있는 제품이다. 그리고, ATO는 유리 기판을 사용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하는 신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돌돌마는 LCD 등 비정형 LCD제품의 소개에 많은 비중을 쏟았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2022년 미국 CES 전시회부터 다양한 차량용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러 전자제품 전시회에 차량용 LCD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아예 자동차전시회에서도 자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예를들면 삼성전자는  9월5일부터 10일까지 뮌헨에서 열리는 'IAA모빌리티 2023' 자동차전시회에 참여하여 차량용 메모리 솔루션, 이미지센서, 배터리 등을 유럽 고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LCD분야에는 이미 중국에 추월을 당했지만 OLED분야에서는 아직 중국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OLED패널의 제조에 사용되는 금속유기화학 증착장비인 MOCVD를 겨우 100대 정도 보유한 반면, 중국은 이미 동일한 장비를 500대 이상 확보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BOE는 OLED분야 역량강화를 위하여 화찬세미텍을 인수했고 TV제조업체인 하이센스는 체인지라이트를 인수하며 한국업체들을 공략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위하여 기존 1세대 OLED 대비 휘도가 30% 소비전력이 40% 정도 개선된 2세대 탠덤 OELD를 올해 양산할 계획을 세웠고, 이를 더욱 개량한 3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시회에서 보여준 미래전략 중의 하나도 중국이 추월해버린 LCD패널 시장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OLED에 더욱 집중한다는 것이다. OLED는 전통적인 LCD패널이 보유한 11개의 레이어보다 적은 3개의 레이어에 안정적인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OLED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므로 어두운 곳에서 LCD패널보다 후광효과가 훨씬 적게 발생하는 장점도 있다.

마이크로 LED제작을 위한 포토마스크.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마이크로 LED제작을 위한 포토마스크.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디스플레이의 변신은 마이크로LED 분야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마이크로 LED는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 미만인 LED를 말한다. 우리들은 보통 방등이나 욕실등으로 사용하는 LED는 폭 3mm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최근의 LED는 무려 20나노미터(nm) 정도로 크기를 상당히 줄였다. OLED는 오래 사용하면 일부 잔상이 남는 번인현상이 발생하는데 마이코로LED는 이러한 단점이 발생하지 않는 우수성도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마이크로LED는 안경이나 헤드마운팅 장비의 일부에 부착하여 증강현실(AR) 장치로 손쉽게 사용될 수 있다. 최근에 발전한 마이크로LED기술은 적색, 청색, 녹색의 광원을 서로 인접하여 따로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사각형안에 3개의 투명한 LED를 수직으로 적층하여 더욱 선명한 화면을 만드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러한 장점을 가진 마이크로LED의 시장규모를 올해 약 36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그런데 4년후인 2027년에 이 시장은 약 8,000억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관련 시장에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기 위하여 미국 디스플레이 기업인‘이매진’을 인수하여 생산효율을 높이는 다이렉트패터닝 기술을 확보했다. LG디스플레이도 대만의 울트라디스플레이(UDT)로부터 마이크로LED 관련 미국 특허 14건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과거 전세계 10여개국에 다양한 LCD장비들을 수출했고 LCD제조공장이나 수리공장을 건립했다, 현재는 다양한 마이크로LED 제품들을 수리하고 있는데, 마이크로LED는 결혼식장이나 대형미용실, 성형외과에서 수요가 많은 편이다. 

매년 약 500조의 매출을 얻고 있는 애플은 최근 애플워치 울트라에 마이크로LED 기술을 채택할 예정임을 밝혔다. 한편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하여 건강정보와 수면정보를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갤럭시링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청색 적색 녹색 마이크로 LED제작을 위한 웨이퍼.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청색 적색 녹색 마이크로 LED제작을 위한 웨이퍼.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마이크로LED의 또 다른 장점은 LCD와 달리 여러 장의 패널을 베젤이 야기하는 격자 흔적 없이 손쉽에 이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89cm크기의 마이크로 LED패널을 제작하는데 운반의 편의를 위하여 1m 정도의 기다란 판 3장으로 쪼개어 출시한다. 3장으로 분리된 패널을 이어서 장착한 후 색상에 대한 보정작업을 진행하면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보다 큰 345cm 대형 마이크로LED 제품을 보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오디오 회사 뱅앤울룹슨과 협력하여 제품에 최고급 스피커를 탑재했다. 관련 제품들은 가끔씩 국내외 부유층의 개인 영화관을 장식하기도 하는데 아직은 공급가가 2억원을 넘어 보급이 쉽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마이크로LED가 가진 다양한 장점은 주요 공공기관의 재등 필수적인 시설에 적극 활용되기도 한다.

애플 등 여러 기업들이 마이크로LED에 관심을 가지나 전통적인 LCD보다 높은 단가는 보급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이크로LED는 반도체와 같이 웨이퍼에서 만들어진 후 먼지처럼 작은 LED들을 서로 이어서 붙이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장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수한 형태의 디스플레이.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특수한 형태의 디스플레이.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한국의 비장의 무기는 무기발광디스플레이(iLED)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유사하나 더 밝고 수명이 길며 대형 화면으로 제작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무섭지만 한국기업들은 해외마케팅 활동을 결코 게을리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IFA에서 ‘더 프레임 디즈니 100주년 에디션'를 전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디즈니100' 로고가 새겨진 메탈베젤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가 화면을 켜면 삼성전자와 디즈니사의 협력을 강조하는 로고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모니터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인 미키마우스가 새겨진 리모트콘트롤도 제공할 예정이다.

LG전자는 IFA전시회에서 국내에서 이미 출시되어 호평을 받고 있는 '스탠바이미 고' 시리즈를 전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디스플레이가 손잡이가 달린 두툼한 서류가방처럼 생겼는데, 노트북처럼 열어서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4K 해상도(3840x2160), 120㎐ 주사율을 가진 고화질 영상을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술도 전시회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동반한 경기침체와 일본의 엔저는 한국의 IT산업에 잠시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다행히 최근 LCD패널 등 디스플레이 가격이 소폭이나마 오르고 있어 한국의 관련 업체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있다. 필자는 만약 한국이 iLED 개발을 조속히 완료하고 OLED시장에서 부단한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다시 탈환할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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