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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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미국에서 AI의 발전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개인정보보호기업 프라이버시호크(PrivacyHawk)가 현지시각 22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AI가 개인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다수의 응답자가 국가에서 연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봤다. 응답자 중 92%는 국가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66%는 지난 1년 동안 개인 정보 보호 위협이 더 심해졌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위협으로 꼽은 것은 AI다. 응답자의 80%는 자신의 개인 데이터가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 것을 우려했으며, 48%는 AI가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77%의 응답자는 AI 도구가 자신의 목소리나 얼굴을 무단으로 합성하는 ‘딥페이크 사기’를 칠 것을 우려했으며, 57%의 응답자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51%는 개별 기업이 개인정보를 보관한다는 점을 신뢰하지 못했다.

아론 멘데스(Aaron Mendes) 프라이버시호크 설립자는 미국인들이 AI와 개인 데이터의 부상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멘데스는 “사람들은 개인정보의 안전을 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자신의 데이터를 보호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의회가 국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통과시키기를 원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개인 데이터를 어떻게 오용할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라고 설문 결과에 대해 평가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코네티컷 등 개별 주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을 제정했을 뿐 연방 단위를 아우르는 개인정보보호법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미국인들이 연방 단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프레드릭 벨라미 변호사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역사적으로 기업과 기관이 명시적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으며, 특정 분야의 피해를 예방하거나 완화하기 위해서만 이러한 사용을 규제해 왔다. 하지만 2023년에 미국 및 전 세계의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법은 더 많이 변화할 것이며, 그 변화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마케팅 설문조사 회사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미국 소비자의 연방 개인정보 보호법에 대한 요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는 약 69%의 소비자가 연방 단위의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지지했지만 2021년, 2022년에 이 수치는 각각 76%, 84%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하원은 민간 부문의 개인정보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연방개인정보보호법안(ADPPA, American Data Privacy and Protection Act)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기업이 수집하는 정보의 종류, 목적, 보관 방법을 공개하고 소비자에게 대상 정보에 대한 접근과 삭제의 권리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의 ADPPA에는 유럽의 GDPR과 같은 법적 손해배상 금액이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위반 기업은 연방 거래 위원회법에 따라 법안 미준수로 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ADPPA의 채택을 방해하는 요소도 있다. 몇몇 주에서는 연방법이 주법과 충돌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법안의 범위가 너무 좁아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 뉴시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 뉴시스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AI가 가져오는 편익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의 중점이 대규모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로 이동하고,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거나 자율주행차·서비스 로봇 등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정보주체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데이터가 처리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개최해 ‘인공지능 시대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개보위는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AI 혁신 생태계 발전에 꼭 필요한 데이터는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번 정책방향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특히 AI 환경에서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을 어떻게 해석·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준칙을 제시하는 한편,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향후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규율체계를 공동 설계해 나가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규정 중심이 아닌 원칙 중심의 규율체계를 정립하고 AI와 관련된 사항을 전담하는 원스톱 창구를 신설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 또 AI 개발과 서비스 단계별 개인정보 처리기준을 구체화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분야별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이제 AI는 전 세계, 모든 산업에서 기반 기술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데이터를 어떻게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에 있어 무조건적인 ‘제로 리스크(zero risk)’를 추구하기 보다 프라이버시 침해 최소화를 위한 실천적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글로벌 규범을 선도할 수 있는 AI 개인정보 규율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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