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음료를 담기 위한 일회용컵을 쌓아둔 모습. 사진=뉴시스 
카페에서 음료를 담기 위한 일회용컵을 쌓아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회용기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기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다회용기보다 최대 4.5배가량 많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 MP)은 통상 크기가 5㎜ 미만의 모든 합성 플라스틱을 말한다. 

반면 다회용기에서는 개당 0.7개~2.3개의 수준을 보였는데 용도가 유사한 용기끼리 비교하면 일회용기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약 3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소비자원은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짐에 따라 시중에 유통 중인 플라스틱 일회용기 16종과 다회용기 4종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과 노출 가능 정도를 조사했다.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컵과 포장 용기의 주된 원재료인 PET가 47.5% PP는 27.9% 종이컵에 코팅되는 PE는 10.2% 순으로 많았다.

또 시험대상 전 제품에서 모두 주 원재료가 아닌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이 검출됐는데 이는 제조, 포장, 유통 과정에서 오염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성인 1명당 연간 커피 소비량(377잔)을 고려하면 일회용컵으로 마실 때 개인별 미세플라스틱 노출양은 연간 약 2639개에 달했다. 

주 1.9회 정도 배달 음식을 주문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미세플라스틱 노출량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현재까지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은 과학적으로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선제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며 “뜨거운 음료는 텀블러·머그컵으로 마시고 포장·배달 시 다회용기 사용 등 플라스틱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는 방식으로의 소비 형태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면 300원 상당의 포인트가 적립되는 등 '탄소중립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분야를 4개 더 추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카페 등에서 텀블러 등 다회용기 사용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일회용컵 반납 △폐휴대폰 반납, 투명페트병 등 고품질 재활용품 배출 등 4개 활동에도 탄소중립포인트를 지급한다. 업체별 포인트 지급 시점은 포인트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는 또 지난해 12월 21일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플라스틱 다부처 협의체’를 출범했다. 이번 협의체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통합 대응과 과학기술 및 정책의 유기적 연계를 목표로 한다.

그간 미세플라스틱은 발생부터 유출·확산까지 경로 및 범위가 매우 넓어 미세플라스틱의 발생 저감, 정확한 오염 현황 파악 및 위해성 분석 기술 개발 등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세정제, 세탁세제 등 관련 제품의 성능개선을 위해 쓰이는 ‘의도적 미세플라스틱’은 지난 2021년 1월 1일 이후로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한편, 21세기 말까지 그린란드 면적의 2.5배가 넘는 해양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50배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해 2050년에는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가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생태적으로 생명이나 자연환경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위협을 받는 ‘생태적 위험 한계선’을 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WWF는 “해양 생물종의 88%가 플라스틱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등 플라스틱 오염의 생태계 위협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점점 더 커져가는 플라스틱 문제 대응을 위해 국가별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간한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규제 현황과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EU는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구축의 비전하에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친 자원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종합 지침이 부재되었지만, 표준·인증·규제 등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과 합성섬유나 타이어 마모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등에 관한 의견 청취를 지난해 2월부터 진행 중이다. 또 EU는 플라스틱세를 부과하거나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을 높이는 등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친 자원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UNEP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연간 미세플라스틱의 약 9%가 의류와 섬유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는 이 점에서 선구자다. 2007년, 유럽 연합 국가들 중 최초로 섬유, 가정용 린넨, 신발 생산자들이 제품의 회수와 재활용을 책임지는 EPR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미국은 플라스틱을 포함한 폐기물 처리에 있어 수출이나 매립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나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도입하는 주 정부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2017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조치로 수출이 제한되자 미국 내 폐기물 처리역량의 한계가 드러났으며, 이에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촉진하는 방안에 주목했다. 

2021년 11월 제정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에는 폐기물 재활용과 관리 인프라 개선을 위한 3억5000만 달러의 예산이 포함되었으며, 같은 시기 환경보호청(EPA)은 미국 최초의 ‘국가재활용전략(National Recycling Strategy)’을 발표해 2030년 재활용률 50%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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