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한반도를 관찰하는 인공위성. 출처=픽사베이
이미지=한반도를 관찰하는 인공위성. 출처=픽사베이

 

[이코리아] 2023년 계묘년 검은 토끼의 새해가 밝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첫날 직접 낭독한 신년사에서“인프라건설, 원전, 방산분야를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육성하며, 기업가 정신을 가진 미래세대의 도전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대통령은“IT, 바이오, 방산, 원자력, 탄소중립 및 엔터테인먼트로 '스마트업 코리아'의 시대를 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윤대통령의 신년사에 나타난 미래 핵심전략 기술은 우주항공, 인공지능, 첨단바이오로 크게 요약된다. 한편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는 2023년 예산안이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행정안전부 장관해임 등과 맞물려 통과에 진통을 겪었는데 예산안은 지난 24일 성탄절 전날 가까스로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 글에서는 대통령의 신년사 및 기획재정부와 국회가 합의한 새해 예산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미래전략에 대하여 살펴본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솔루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솔루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필자가 2023년 예산을 살펴보았더니 그동안 대한민국을 먹여살렸다는 반도체 내지 소재와 관련된 예산 중 2,511억원이 배정된 나노소재기술이 먼저 눈에 뛰었다. 유사한 성격을 가진‘미래소재 디스커버리’지원에 242억원이 배정되었다. 그런데, 과거 한국의 먹거리였던 반도체나 반도체 검사장비 관련 예산은 세계경제의 침해로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과학기술 핵심역량은 이제 반도체와 같은 소재에서 벗어나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하는 인공지능으로 변모하고 있다. 새해 예산을 보면 IT산업의 꽃이라는 SW산업진흥에 3,897억원이 배정되었고 인공지능 데이터진흥에는 그 절반인 1,917억원이 배정되었다. 

그런데, 인재양성 관련 예산을 살펴보면 인공지능인재 양성에 200억원이 배정되었고 다음으로 SW전문인력 양성에 169억원이 할당되었다. 새로운 정부가 인공지능 인재양성에 상당한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하여 이미 관련 센터가 구성되었고 7개 대학과 5개 기업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티맥스, NHN, 카카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2022년 SW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2021년 8월 여름 필자가 선거캠프에서 열심히 제안했던 '디지털플랫폼 정부'에는 2023년 284억원이 배정되었고, 행정업무가 자동화, 지능화되며 거대한 ‘디지털레이크'가 조성될 전망이다. 국민들이 정부가 만든 디지털 레이크에서 한가하게 수영할 날도 머지않다. 정부는 이미 '데이터 안심구역'을 지정하여 신청절차를 거친 후 상업에 활용도가 높은 중요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새해 예산에는 정보화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통신 기반보호’예산  306억원이 배정되었다. 특히 '클라우드 보안인증사업'이 계속 진행되어 관리적, 물리적, 기술적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들이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데이터금고에 대한 추가적인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업계의 아쉬움이 따랐다.

휴대전화 부정이용 방지 기술예산은 34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보이스피싱에 대한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관련 기술은 보이스피싱 의심전화를 사전에 탐지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 수사를 지원하며 추적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다. 최근 보안기업에 근무했던 해커가 아파트 월패드로 수집된 영상의 판매에 나섰고, 국회도 점검항목, 보안등록, 체크리스트 등의 확인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한국의 SW파워가 최근 '기생충',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BTS'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정부는 방송콘텐츠산업 육성에 1,864억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AR과 VR콘텐츠 산업육성에도 872억원을 배정했다.

VR산업의 새로운 변화는 과거 디지털산업 수요에 따라 국가와 도시를 넘나드는 '디지털 노마드'족들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노마드'족으로 변하는 것이다. 북한의 해커들이 온라인으로 한국이나 중국기업에 취업하여 정부가 경고를 내놓았는데, 디지털노마드족의 이동을 잘 보여준다. 한편 고수익을 얻는 유튜버들의 지속적인 등장은 정보통신사업과 방송산업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허물고 있다.

일상에서의 일과 직장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는 것도 새로운 변화이다. 강원도, 충북, 경남북, 제주도 등 다수의 지자체는 휴양지에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워케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AR, VR, XR 시장상황을 보면 페이스북이 과감하게‘메타'로 사명을 변경하고 시장개척에 열심이지만, 메타버스를 활용한 헤드마운트기기 및 햅틱형 기기보다는 애플의 에어팟, 에어팟맥스, 삼성의 갤럭시버즈, 갤럭시버즈PRO, 갤럭시버즈라이브 등의 블루투스 이어폰들이 시장을 확대하며 청소년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필자도 이미 여러 VR기기들을 취급해보았으나, 디지털멀미 현상이 VR기기를 착용하고 유튜브의 롤러코스터를 탄 다수에게서 발생했다.

지난 11월 북한이 개량화된 화성17호 발사에 성공했는데 한국도 우주개발의 신발끈을 계속 조이고 있다. 6월에 발사된 한국의 첫 달탐사선‘다누리’는 지난 26일 성공적으로 임무궤도에 안착했다. 지난 31일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안흥시험센터에서 한국형 고체추진체를 기습적으로 발사하여, 육안으로 이를 관찰한 한국과 북한, 일본주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데, 우주산업분야에서 인재가 부족함은 극장가 홍보영상에도 등장한다. 과학기술혁신인재 양성 사업을 살펴보면 ‘우주분야 전문인력’ 양성예산이 90억원으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시스템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예산 86억원과‘데이터사이언스 전문인력’양성예산 45억원은 그 뒤를 따른다.

두산중공업에서 출시한 원자로모델.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두산중공업에서 출시한 원자로모델.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는 6년간 6,873억원이 투입되는 거대한 프로젝트인데 정부는 새해 예산에 929억원을 반영했다. 한국형발사체의 제3차 발사가 2023년 올해 이루어지고 차세대소형위성 제2호가 궤도에 안착할 전망이다. 2024년으로 예정된 4차 발사만 2025년으로 1년 연장될 전망이다.

정부는 한국의 또 다른 수출 효자상품인 조선을 위하여‘5G기반 조선해양플랫폼’ 및 ‘융합서비스개발’에 전년보다 30억이 적지만 260억원을 배정했다. 필자도 예전에 조선소의 넓은 도크를 걷고 배를 팔기 위한 15cm가 넘는 두툼한 국제계약서를 검토하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

최근 조선업에 수주가 몰리고 있으나 관련 산업기반이 다소 붕괴되었고 민간기업이 베트남, 필리핀 등의 숙련 용접공 모셔오기에 나섰으나 입국을 위한 행정절차에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이 2조원 정도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추는 구상을 추진하며 조선사업에 새로운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지가 새해에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최근 관심이 집중된 IOT 및 인프라산업과 관련하여 독일, 일본, 영국 등의 국가는‘전용주파수를 사용하는 5G네트웍’활용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보쉬, 폭스바겐, NTT동일본, NEC, BT와 Quickline 등이 5G 전용주파수망을 이미 적극적으로 할용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IOT활성화를 위한 과거의 로라(Lora)망이나 LTE-M에서 벗어난 '5G특화망 주파수' 확대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소재나 조선에 대한 정부예산이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새로이 부각된 스마트시티와 스마트공장 관련 기술개발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IOT의 발전과 디지털트윈 가속화로 정부는‘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사업’에 632억원을 새롭게 배정했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이미 노인정에 맞춤형운동을 보급하거나 노인들에게 가상여행을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정부는 스마트공장으로 대변되는 스마트제조혁신 기술개발 사업에 2022년보다 66억원이 증가한 382억원을 배정했다. 필자도 스마트공장과 관련한 다양한 설비와 기계들을 공급하는데 일부 기술은 독일이나 일본에 뒤처지지만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로봇보급율에서 10년 이상 세계1위를 달리고 있다.

전통적인 반도체산업의 인기 및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경쟁력이 주춤하는 사이에 신성장동력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계속 확대된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수출용 신형연구로 개발에 502억원을 배정했다. 

한국내 원전가동이 확대됨에 따라 정부는 가동원전 안전성 향상 기술개발사업에 441억원, 사용후 핵연료 저장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245억원을 할당했다. 소형모듈원자로(i-SMR)은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는데,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2028년까지 국고만 2,747억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2023년 예산에도 연구활동비 31억원을 배정했다.

일반적으로 소형원자로는 현장보다 공장에서의 제작비중이 높고, 소형화로 사고 발생위험이 낮다. 소형원전은 발전용 이외에도 담수화 시설, 수소생산, 정유업체, 선박추진용으로 사용되어 활용도가 높다.

한편 정부는 불소 또는 염소화합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제4대 원자료(MSR)기술개발을 2030년 완성 예정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새해 예산으로 걸음마 수준인 45억원을 배정했다. 앞서가던 일본은 한국이 주춤하던 사이에 이미 200MWe급 제4대원자로의 실험단계에 진입했다.

전년도 보다 소폭 줄어들었으나 정부는 기후변화대응기술 개발에 올해 3,859억원이 배정되었는데, 새 정부도 최근 찾아온 이상 한파와 호남권 가뭄 등 위기 대응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600억원을 다목적방사광 가속기 구축에 배정했다. 방사광 가속기는 총 1조원대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으로 가속된 전자의 운동방향이 변할 때 방출되는 고속의 빛을 활용해 초미세물질의 세계를 분석한다.

이 기기는 '꿈의 현미경'이라고도 불리며 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소자분석, 바이러스 구조분석,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사용된다. 이 장비는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AIDS치료제 사퀴나비르, 리노나비르,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등이 개발되는데 도움을 주었다.

2023년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넘어야할 경기 침체의 파도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위에서 살펴본 인공지능기술, IOT와 자동화로봇 등을 활용한 혁신적인 인프라기술, 다양한 콘텐츠를 무기로 한 방송통신기술들은 한국이 향후 험난한 국제시장의 높은 파고를 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필자 약력]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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