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어필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21일 법무부 AI식별추적시스템 헌법소원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진보네트워크센터
공익법센터 어필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21일 법무부 AI식별추적시스템 헌법소원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진보네트워크센터

[이코리아] 시민단체들이 법무부 ‘AI식별추적시스템’에 다방면으로 문제제기에 나섰다. 그러나 당국이 잇따라 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손을 들어주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민변, 진보넷,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1일 법무부·과기정통부 AI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에 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은 사건 접수 후 180일 내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켜진 사례가 많지 않아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와 과기정통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AI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했다. 공항 내 ‘출입국심사 시간 단축’ ‘위험인물 신원 식별’ 등을 위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AI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공공분야 실증 및 시장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AI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AI 알고리즘 고도화에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했다. 법무부는 공항 출입국 심사 시 수집한 얼굴사진을 포함한 개인정보 약 1억7760만 건(내국인 5760만 건, 외국인 1억2000만 건)을 AI기업들에 개방했다.

문제는 이런 사업에 개인정보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정보주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합법적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 침해라고 지적한다.

단체들은 “24곳의 기업이 내·외국인 얼굴, 여권번호, 국적, 생년, 성별 등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었다”며 “청구인 의사에 반하고,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얼굴과 같은 생체정보는 인격권과 밀접하다는 점에서 청구인이 가지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도 제약한다”며 “특히 이 사건 개인정보 처리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앞서 법무부에 ‘개인정보 열람 청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개인정보 분쟁조정’,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등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결과가 좋지 못했거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체들은 개인정보가 AI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에 활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주체들과 함께 법무부에 열람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어 개인정보위에 지난 5월 분쟁조정도 신청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익감사는 지난 1월에 청구했지만 아직 착수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26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지연 사유는 밝히기 어렵다”며 “일반적으로는 조사 범위가 넓고 복잡하거나, 자료 수집이 오래 걸리는 등 다양한 이유가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미 출입국 시스템 고도화를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라며 “심각한 문제라 생각하며, 정보주체 권리를 보호할 다른 방법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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