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리어뷰AI 누리집
사진=클리어뷰AI 누리집

[이코리아] 영국 정부가 국민 개인정보를 무단활용한 클리어뷰AI에 제재를 가했다. 클리어뷰AI는 얼굴인식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영국 정부 “클리어뷰AI 개인정보 무단 활용, 정당성 없어”

영국 정보위원회(ICO)는 클리어뷰AI에 벌금 750만 파운드(약 120억 원)를 부과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발표했던 중간조사 결과에서 책정한 관련 법상 최대 벌금인 1700만 파운드(270억 원) 보다는 줄었다.

클리어뷰AI의 주요 고객은 경찰들이다. 범인의 얼굴이 촬영된 CCTV 영상만 확보하고 수사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클리어뷰는 자사 데이터베이스 내 인물들과 CCTV 속 얼굴을 대조해 범인을 특정한다.

문제는 클리어뷰AI가 전 세계 웹사이트와 SNS 회원들의 프로필에서 얼굴사진을 동의 없이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100억 장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00억 장으로 늘어났다.

ICO는 벌금과 함께 영국 국민 개인정보 수집 중단 및 삭제 명령을 내렸다. 클리어뷰AI가 현재는 영국에서 사업을 중단했지만, 타국에 고객이 있기 때문에 영국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ICO 존 에드워즈 위원장은 “클리어뷰AI는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의 사진을 수집해 신원을 확인하는 상업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며 영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제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는 존중해야 한다”며 “호주 정보위원회와의 공동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클리어뷰AI가 적용받은 영국 데이터보호법 위반 혐의는 크게 5가지다. 먼저 클리어뷰AI는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수집 사실과 용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활용했다. 둘째는 이처럼 개인정보를 무단수집할 법적 근거도 없었다는 것이다.

유럽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개인정보 보호 규정)상 생체인식 데이터 보호 표준도 갖추지 않았다. 개인정보를 영구보관을 멈추지도 않았다. 또한 일반인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클리어뷰AI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지 확인을 요청하면, 그들에게 추가 개인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사례는 자국에서 철수한 회사임에도 국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조사에 나섰다는 데 의의가 있다. 클리어뷰AI가 한국인의 개인정보도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조사 뒤 침해 여부를 밝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민 얼굴사진 무단 활용, 남의 일 아니다

클리어뷰AI가 개인정보 당국들의 제재에 항변할 때마다 내세우는 논리가 있다. 국가 치안 유지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서비스인데, 당국들이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국민들이 이와 유사한 일을 강요받고 있다. 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진 중인 ‘AI식별추적시스템’이다. AI식별추적시스템은 공항 내 ‘출입국 심사시간 단축’ ‘위험인물 신원 식별’을 위한 사업이다. 

법무부는 공항 출입국자 얼굴사진을 포함한 개인정보 약 1억7760만 건(내국인 5760만 건, 외국인 1억2000만 건)을 민간 AI기업들에 개방해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했다. 다만 이 목적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사실을 정보주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출입국관리법상 ‘안전한 국경관리’를 위한 일이므로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클리어뷰AI의 경우 일반인이 본인의 개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돼 있는지 요청하면 확인해줬지만, 법무부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앞서 민변·참여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단체는 국민 23명과 함께 법무부에 개인정보 열람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개인정보 분쟁조정도 신청한 상황이다.

정부가 AI식별추적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롤모델로 삼는 국가는 중국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020년 AI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 1차년도 성과 보고서에서 “안면데이터 활용이 자유로운 중국 기업들이 안면인식분야 기술 및 시장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우루무치역의 신분증과 여객 신원을 비교해 식별하는 안면인식 검표 시스템을 참고 사례로 들기도 했다.

한국 정부와 클리어뷰AI의 사업 간 공통점은 국가 치안 유지라는 목적을 표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목적을 정부가 주도하는지, 기업이 주도하는지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코리아>는 시민단체들이 지적한 AI식별추적시스템 문제에 대해, 지난 18일 법무부에 서면질의를 보냈지만 답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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