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위는 4월 27일 제7회 전체회의를 개최해 법무부의 개인정보법 위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출처=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위는 4월 27일 제7회 전체회의를 개최해 법무부의 개인정보법 위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출처=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코리아] 법무부가 내외국인 생체정보를 민간기업에 개방한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다만 수집 목적에 부합했는지, 해당 정보로 개발한 기술의 저작권을 민간기업에 준 것이 적법했는지에 대해서는 당국과 시민단체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법무부에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AI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 진행 중에 민간기업과 개인정보처리 위탁계약을 체결하고도 수탁자를 공개하지 않은 혐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면죄부’를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보주체 동의 없이 국민 개인정보 활용’ ‘민간기업 이익을 위한 개인정보 이전’ 등 주요 혐의는 벗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019년부터 출입국 심사 고도화를 위해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공항 출입국자 얼굴사진 약 1억7760만 건(내국인 5760만 건, 외국인 1억2000만 건)을 민간기업에 개방했다.

사업 목적은 ‘출입국 심사시간 단축’ ‘위험인물 신원 식별’ 등을 위한 AI 개발이었다. 기업들은 얼굴사진을 활용해 AI를 개발했고, 일부는 특허를 신청하기도 했다.

◇얼굴사진 구체적인 활용처, 당사자는 몰라도 된다는 정부

개인정보위는 이 같은 목적으로 AI를 개발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출입국관리법상 ‘안전한 국경관리’를 달성하기 위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정보주체 동의는 수집 당시 구한 셈이므로,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 묻거나 공지할 필요가 없었다는 해석이다.

수집한 얼굴사진을 제3자가 활용해 이득을 취하게 한 행위도 위법 소지가 없다는 시각이다. 얼굴사진을 개방해 민간기업의 접근을 허용했을 뿐, 반출하거나 이전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처리위탁’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법무부가 지난해부터 내외국인 동의 없이 CCTV 촬영을 한 것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상을 수집만 했을뿐 실제로는 활용하지 않아,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게 개인정보위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비롯한 ‘디지털뉴딜’을 통해 AI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다만 안전한 국경관리 및 민간기업 기술력 제고를 위해 민감한 국민 개인정보를 ‘데이터댐’으로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시민단체 “법무부 상대 부실 조사, 눈치 본 것” 주장

일각에서는 개인정보위의 법무부 조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참여연대 등 7개 시민단체는 28일 성명을 통해 “개인정보위는 이번 조사에서 얼굴사진과 함께 처리된 여권번호, 국적 등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며 “참가기업이 해당 정보를 이용해 인종을 유추할 수 있는 출신대륙을 분류했다는 사실에 미뤄 인종 정보가 처리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같은 쟁점에 대해 전혀 살펴보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발 과정과 개발 후에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차별적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보다 상세한 조사가 이뤄졌어야 했다”며 “특별한 법적 보호를 요구하는 민감한 개인정보조차 보호하지 못하는데,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에게 부여된 강력한 권한은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법무부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단체들은 “개인정보위의 이번 결정은 법무부에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한 것으로, 독립성을 가져야 할 감독기구가 법무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요 정부부처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이어 “출입국 관리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로 제공한 행위는, 정보주체인 내외국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가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가 엉성한 합법성 판단으로 당장의 사업 안정성만을 도모한다면 신뢰할 수 없는 인공지능 사회를 부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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