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그린피스 청년기후 해커톤에서 대상을 수상한 에코푸디팀의 이한슬 학생과 심사위원인 이응신 명지대교수, 제공-그린피스]
[사진-그린피스 청년기후 해커톤에서 대상을 수상한 에코푸디팀의 이한슬 학생과 심사위원인 이응신 명지대교수, 제공-그린피스]

[이코리아] 기후 위기를 겪어야 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그 해결책으로 어떤 정책을 찾았을까. 그린피스 해커톤 대회 대상 수상자인 1인 팀인 ‘에코푸디(Eco-Foodie)’는 음식물 쓰레기 감축에 주목했다.

에코푸디의 이한슬 학생은 자취생이다. 영국 런던 정경대 재학 중으로 매일 식비를 걱정하며 살 수밖에 없는 생계 고민을 정책에 담았다. 

이 양은 음식물 쓰레기가 부패시 메탄가스를 배출하며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가 20배나 더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1년 음식물 쓰레기 지수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10억 톤(t)의 전 세계의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이에 이 양은 카페나 식당 등의 음식점에서 팔리지 않은 음식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사진-투굿투고 누리집 갈무리]
[사진-투굿투고 누리집 갈무리]

이 양이 참고한 모델은 덴마크의 스타트업 기업 투굿투고(Too Good To Go)로 ‘버리기엔 너무 좋은’이란 뜻을 담고 있다. 투굿투고는 2016년 런칭한 식당마감 할인 플랫폼으로, 음식점이나 마트에서 남은 제품들을 미리 예약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서비스는 현재 영국을 거쳐 유럽 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까지 확장되고 있다.

창업자인 루시 바쉬는 “식당에서 수많은 재료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버려지는 음식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매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이어 ‘지구상의 음식물 낭비를 없애자’라는 모토 아래 투굿투고를 창업하게 된다.

이 양은 이러한 투굿투고 서비스가 국가 주도 정책이 된다면, 식당들이 제휴를 위해, 소비자는 예약을 위해 지출 되던 고정 비용이 환경부 예산을 통해 지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중앙 공급망 관리가 가능해 사재기 방지 및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안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양이 이 정책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음식물 쓰레기의 20% 감소다. 이는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177만 t 줄일 수 있는 수치다. 이는 승용차 47만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량과 유사하다.

<이코리아>는 에코푸디의 이한슬 학생을 만나 환경과 음식를 결합한 정책을 제안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진-이한슬 학생]
[사진-이한슬 학생]

◇ ‘에코푸디’란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환경 친화적인’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가 Eco-friendly인데,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싶다는 뜻에서 Eco를 따왔고요. 그리고 제가 제안하는 정책이 청년의 식생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먹는 것을 좋아하는/진심인’ 이라는 뜻의 Foodie를 붙여 Eco-Foodie라는 팀명을 짓게 되었습니다.

◇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해커톤에 참여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평소에 기후 변화 대응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제가 현재 대학에서 수강 중인 전공과목 중 하나가 대외 정책 분석인데, 제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한국과 관련된 부분을 많이 배우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국내에서의 정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1학기 종강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린피스 해커톤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보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제가 겨울 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는 기간 동안 진행되는 대회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신청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를 접하게 되었음에도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 평소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나요?

저는 지금 영국 대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제 기숙사가 안타깝게도 식사 제공이 안 되는 1인실 구조라 사실상 자취형 기숙사라고 봐도 무방한 곳이거든요. 저는 그 전까지 한국에 있으면서 요리를 거의 안 해 봤던 사람이라 매일매일 끼니를 해결하는 게 막막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영국의 Too Good To Go라는 어플을 애용하게 되었는데요. 식비를 아끼면서 끼니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더라고요.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 도입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이게 국가의 정책이 된다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1인 가구들의 식생활 걱정을 덜면서 우리나라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해커톤에 발제하게 되었습니다.

◇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환경 분야가 있나요? 

저는 지금 국제관계학과 세계사를 복수 전공하고 있는데요. 국제관계학에서 배우는 범분야적인 이슈들 중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과 인권 문제에 제일 관심이 많지만, 사실 두 전공을 모두 사랑하다 보니 과거와 현재에 대한 지식을 다 활용할 수 있는 분야들에 관심이 많아요. 

이를테면 자연 자원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국제 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거꾸로 전쟁에서 수행된 작전들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는 경우들도 있잖아요. 이런 점에서 기후 변화와 환경을 고려하면서 비폭력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환경협력을 통한 평화 구축에 관심이 많아요.

이 밖에도 평화 구축이라는 큰 틀 안에 있는 세부 분야 중 하나인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이건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해 나갈 것인지, 특히 역사적으로 발생한 인권 침해를 어떻게 다루어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볼 수 있죠. 그 고민에는 물론 어떤 역사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포함이고요.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계획은 어떠한지 알고 싶어요.

지금은 한국의 외교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정말 흥미롭고, 저와 잘 맞는데, 아무래도 해외 대학이다 보니까 한국과 관련된 면을 많이 배우지 못하더라고요. 결국 강의를 들으면서도 이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혹은 이 분쟁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우린 어떻게 풀어 나갈까? 하는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또 이번 해커톤처럼 사람들과 직접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실무 쪽이 저와 잘 맞는다고 느껴져서, 아마도 학부를 졸업한 후에는 한국에 들어와서 외교관후보자시험을 준비하지 않을까 싶어요. 석사 등의 학위는 실무 경험을 어느 정도 쌓고 난 후에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그때 더 공부해 보려고 해요. 

그렇지만 기후 변화 대응과 인권에 대한 꾸준한 고민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두 분야 모두 국제 회의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들이고, 사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범분야적인 협력을 이루어 나갈 것인지 궁금하거든요.

이한슬 학생은 “다가오는 총선과 22대 국회에서는 기후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청년 세대를 고려해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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