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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66세 인구의 절반가량이 부적절한 약물을 1인당 평균 2개 넘게 복용해 사망하거나 장애를 얻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2012∼2022년 10년간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약 330만 명을 대상으로 약물 복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5종 이상의 약을 먹는 66세 인구가 2012년 8만 명에서 2021년 16만 명으로 2배가 됐다.

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66세가 된 노인의 35.4%가 5개 이상의 약물을 한 해 90일 이상 복용하고 있으며. 그 중 8.8%는 10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했고, 절반이 넘는 53.7%가 1인당 평균 2.4개의 노인 부적절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부적절 약물이란 노인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임상적 위험이 이익보다 큰 의약품을 의미한다. 부적절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는 같은 기간 약 13만8천명에서 24만8천명으로 약 80%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조사 대상 가운데 2015∼2016년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성인 65만여 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부적절 약물을 사용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사망 위험도가 25%, 장애 발생 가능성이 46% 높았다는 것이다. 

부적절 약물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장애 발생 위험도 커졌다. 1∼2종의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했을 때는 3등급 이상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위험성이 31% 늘었고, 3종 이상을 사용했을 때는 이런 위험성이 무려 81% 증가했다. 3등급 이상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려면, 일상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여야 한다.

연구책임자인 김선욱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70∼80대 노인뿐만 아니라 이제 막 노인에 접어든 66세 성인 상당수가 여러 약물을 쓰고, 노인 부적절 약물도 사용했다”며 ‘안전한 약물 사용을 위해 노인의 약물 처방·사용 경향성을 이해하고, 약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0년 DUR(Drug Utilization Review)제도를 도입하여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DUR이란 약물 병용 시 또는 어린이, 노인, 임부에게 투여 시 주의해야 하는 의약품 정보 등을 알리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약물 사용이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점검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의료기관 및 약국은 DUR을 이용해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의 여부, 병용 또는 특정 환자 금기에 포함되는 약의 처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처방 및 조제 과정에서 잘못된 처방을 변경하여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방지하고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인 부적절 약물 복용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현행 DUR제도에 ‘법령의 미비’의 빈틈이 있음을 지적한다. DUR이 ‘금기’ 팝업을 띄워도 사유를 기재하면 DUR의 경고를 무시해도 무방하다. 단순 ‘주의’ 메시지일 경우, 사유 기재 없이 처방해도 된다. 한 마디로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것이다.

[사진-의안정보시스템]
[사진-의안정보시스템]

의사나 약사가 DUR의 경고 팝업을 무시하고 처방을 변경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으며, DUR 시스템을 끄고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의무가 아니라 강제할 수 없다. DUR 활용을 의무화 하자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회기에 이어 2020년 7월에 전혜숙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3년이 넘도록 국회 계류 중이다.

심평원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노인 부적절 약물은 대략 100개 성분에 2000여 품목 정도로, 2022년 기준 DUR을 통한 금기, 주의 정보가 약 2억 6천만건 제공되었고, 이중 1억 3천만 건이 노인주의 의약품(51.4%)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DUR을 통해 정보제공이 되더라도 의료인들이 아픈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처방 조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진료현장을 고려할 때 제도적 보완보다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환자들의 의료쇼핑도 문제다. 다양한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환자들 중엔 이 병원·저 병원을 돌며 한 달에도 몇 개의 약 처방전을 받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니 약의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퇴행성관절염으로 비 스테로이드 항염증제를 복용했는데, 부작용으로 고혈압이 나타나 칼슘 채널 차단제를 처방 받는다. 이 때문에 발목 부종이 나타나 이뇨제를 복용했더니 통풍이 생기는 식이다. 

노인의 약물 복용을 관리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건의료연구본부의 윤지은 부연구위원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치의제도 도입 논의도 진행 중이다.”며 “의대 과정 중에서의 교육도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바로 도입이 되어 시행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진척되고 있다. 지난주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노인주치의법」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 갈무리]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 갈무리]

의·약사에게만 맡기지 않고 본인이 ‘내가 먹는 약’이 적합한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선 ‘내가 먹는약 한눈에’서비스를 운행하고 있다. 병원,·약국에 방문하여 조제 받은 최근 1년간의 의약품 투약내역 및 개인별 의약품 알러지·부작용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조회내역은 조제 시 DUR점검을 시행한 의약품 정보,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앱을 통해 입력한 의약품 알러지·부작용 정보 등이다. 단, 의료기관에서 DUR점검 후 처방을 받았으나 조제받지 않은 의약품 정보는 조회결과가 없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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