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기업의 기후대응 정보 공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사회의 환경·사회·투명경영(ESG) 공시가 자발적 이니셔티브에서 의무화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주 의회가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는 모든 상장, 비상장 회사의 직접 배출량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2027년부터 공개하도록 하는 기후정보 공개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으로 캘리포니아 내의 약 5000개 회사가 영향 아래에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역시 직접적으로 포함될 뿐 아니라 공급망에 속해 간접적으로 제출 의무가 발생할 기업도 다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후 대응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수출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에 응한 기업(전국 408개 수출기업)의 95.6%는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출처-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출처-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또한, 85%가 기후 위기가 향후 경영 활동과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로는 ‘배출권 거래제 등 탄소배출 규제(66.2%)’와 ‘재생에너지 의무사용(RE100 등)(52.5%)’이 꼽혔다.

그러나 정작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의 수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기업은 10%에 불과했으며 앞으로 대응 계획이 없다는 기업도 40.4%에 달했다. 특히 기업규모가 작고 수출경력이 짧을수록 대응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정책으로 ‘설비 교체 등의 비용 지원’을 꼽았다. 공정 개선과 설비 도입 관련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기술개발 지원과 탄소 배출량 산정법 및 저감 방안에 대한 정보 제공을 필요로 하는 곳도 많았다.

장현숙 무역협회 팀장은 “현재 대응중인 기업들의 조치도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단기 비용 절감에 치중하고 있는 만큼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금융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규모와 수출 경력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기후 친화적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해 신 시장 선점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ESG 공시 도입이 본격화함에 따라 기업의 환경정보 측정 및 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중지를 모으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30일 ‘환경정보공개 제도 개편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환경정보공개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업종별 유형 분류를 글로벌 공시 기준에 따라 기존 업종별 분류 6개에서 산업공통 및 산업기반 2개로 단순화 ▲정보 공개를 사업장 단위에서 법인 단위로 전환 ▲재무 정보와 환경 정보의 기초 단위 통일 ▲온실가스 배출량과 재생에너지 사용량 등 필수항목 공개 의무화 및 공개시점 조정(12월 말→8월 말) 등이다.

환경부는 환경정보 공개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11월7일(화)까지 환경정보공개시스템 누리집(www.env-info.kr)에서 온라인 의견수렴을 받고 있다.

2022년 발간된 세계경제포럼(WEF) 자료에 따르면, 기후대응 측면에서 앞서 나간 기업들은 더 높은 매출과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더 낮은 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하고,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기후대응 정보 공개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SK㈜는 최근 덴마크 기업 댄포스 본사에서 장동현 SK㈜ 부회장, 킴 파우징 댄포스 CEO 등 양사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변화 ▲도시화 ▲디지털화 ▲전기화 ▲식량 및 수자원 공급 등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에 서명했다.

1933년 설립된 댄포스는 글로벌에너지, 자동화 솔루션 기업으로, 최근에는 친환경 관련 사업에 집중 투자해 2017년 이후 실적이 매년 12% 이상 늘고 있다.

양사는 이번 MOU를 통해 본격적으로 공동 사업 개발과 글로벌 마케팅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전기차, 에너지 인프라, 전기차 충전기 등의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SiC 전력반도체’와 태양광과 태양열 투과율을 조절하는 ‘스마트 글라스’, ‘전기차용 급속 충전기’ 등 시너지가 뚜렷한 영역을 중심으로 이른 시일 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예정이다.

ESG관련 부서를 만들어 실천하는 금융회사도 있다. 광주은행은 ‘ESG공헌부’를 통해 지역사회를 위한 사랑나눔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ESG공헌부를 지역사회를 위해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는 부서라고 설명했다.

광주은행은 현재 광주·전남의 전통문화유산인 한국화를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문화사업인 ‘광주화루’,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생 홍보대사’ 등 다양한 지역 상생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ESG공헌부의 올해 목표는 최근 글로벌 문제로 대두된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경제 전환 동참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녹색금융 솔루션을 개발하고, 대출 및 투자 포트폴리오에 기후 리스크를 고려하는 등 금융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와 지속가능한 성장과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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