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신림동 성폭행 사건 피의자 최윤종, 출처-뉴시스]
[사진- 신림동 성폭행 사건 피의자 최윤종,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정유정 살인사건,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등 끔찍한 은둔형 외톨이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실태 파악 및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코리아>는 미국 등 선진국은 은둔형 외톨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사건 피의자 조선(33)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3~6개월간 은둔 상태를 지속한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발생한 강력범죄 피의자들이 이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신림동 성폭행 피의자 최윤종(30)은 범행 전까지 주로 자택과 PC방을 오가며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통화내역에는 음식 배달을 위해 식당에 전화를 건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도 고교 졸업 후 5년간 타인과 교류 없이 살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령대별 고립인구 출현율,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진-연령대별 고립인구 출현율,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근엔 청년층에서 이 같은 은둔 생활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 사회 은둔 청년이 2021년 기준 53만 8,0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2019년 33만 4,000명에서 코로나를 거치며 20만 명이나 늘었다. 

‘은둔형 외톨이’를 잠재적 범죄자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철저히 고립된 상황에서 왜곡된 생각을 교정할 기회가 적다는 특징 탓에, 일부 외톨이들의 돌출 행동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은둔형 외톨이들의 지원에 나서고 있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처음으로 제정한 지자체는 광주광역시(2019년)다. 현재는 총 33곳의 지자체가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 또는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전라남도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 5개년 기본계획을 세워 2024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각 읍면동에서 발굴한 은둔형 외톨이를 대상으로 22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전문상담과 관리를 진행한다. 도에서 총괄 지휘를 맡아, ‘도+시군(읍면동)’ ‘복지+보건’의 네트워크 연계를 통해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은둔형 외톨이 현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여러 국가들에서 발견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에게 ‘단절된 청년’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단절된 청년은 1년 이상 교육에 참여하지 않거나 고용상태에 있지 않은 16세~24세의 비경제활동 청년을 의미한다.

미국 커뮤니티 서베이(ACS)를 분석한 루이스(2022)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단절된 청년 비율은 전체의 12.6%인 4,830,70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단절된 청년을 위해 「통합예산전용법」을 근거로  성과동반 시범사업(P3)‘을 지원하고 있다. P3사업은 단절된 청년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여 노동시장에 복귀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P3 사업은 교육부가 책임부처로 사업을 관장하고, 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주요 유관부처로 위치한다. 소년범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위해 법무부가 관련 부처로 움직이고 있다

시범사업은 지역별로 특화서비스와 기타 서비스를 마련하여 해당 대상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에서는 청소년 교육 및 고용센터를 통해 노동 관련 직접적인 서비스 및 주택을 포함한 지역사회 내 서비스 연계 등의 사례관리를 제공하였다. 특화서비스로 기본교육 및 정신건강 진단, 청소년 또래 지원 및 멘토링 사업이 마련되었고, 기타 서비스로 청소년센터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홍콩은 ‘은폐청년’이란 말을 사용한다. 은폐청년은 사회적 위축상태에 있는 청년, 또는 오랜 시간 동안 집안에만 있으면서 외부적인 접촉과 관계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6~24세 위기청소년 및 은폐청년이 가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홍콩 정부는 사이버 청소년지원팀(CYSTs)을 구성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사이버 수단을 통해 선제적으로 해당 청년들에게 접근하고 서비스에 참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CYSTs에서는 위기청소년과 은폐청년에게 온·오프라인 상담과 집단 프로그램 등 전문적인 사회사업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위기청소년과 은폐청년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부서 간 협력을 촉진하고, 지역사회 이해 관계자 및 관련 조직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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