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단법인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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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정신장애인에 대한 관리가 시설중심에서 지역사회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정신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이 정신질환 당사자의 억압과 치료의 대행자를 넘어 회복의 지지자로서 본래의 역할을 찾을 수 있게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발병 후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6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천하는 12주보다 5배가량 길다.

의료계에서는 발병 후 5년을 치료를 위한 ‘결정적 시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발병 초기 치료는 미흡한 상황이다. 외래치료 중단은 정신질환의 악화와 재입원으로 이어진다.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4명 중 1명은 2개월 안에 다시 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정신질환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환자의 수는 3만7000여 명, 이 중 2개월 안에 다시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수는 1만여 명에 달했다. 

정신질환을 앓은 지 5년이 넘은 만성환자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을 통해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정신건강복지법」은 국가와 지자체가 정신질환자의 가족이 정신질환 당사자의 회복과 자립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매월 가족교육을 운영해오고 있다. 가족교육을 통해 질병의 이해와 가족 역할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질병의 만성화 방지와 심리적 지원 등을 통한 회복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신건강복지법」에 근거한 가족교육이 강제 조항이 아닌 임의 규정이고 해외의 가족 옹호 활동과 비교해 봤을때 미진한 상황이라며 국가가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경희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정신장애인 가족지원 활동가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전통적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재활시설에 등록한 당사자의 가족 대상이 아니라 모든 가족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가족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며 “가족지원가들이 시·군·구에서 자조 모임을 형성해 가족 자체의 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가족은 국가와 사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정신장애인을 관리하거나 억압하거나 치료의 대행자로서 역할을 해 왔다”며 “이제는 국가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가족은 회복의 지지자로서 본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과 호주 등 선진국들은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할 때 정신건강 인력에 대한 중장기 수급 계획과 교육, 체계를 함께 발표하고 있다. 이런 인력 계획에 정신건강 전문가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을 중요한 인력으로 포함해 동료지원가와 가족지원가 등의 당사자 인력 양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즉, 환자와 가족 등 당사자를 서비스 수혜 대상이 아닌 서비스 제공 인력으로 간주하고, 정신건강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 보고 있다.

미국은 공법에서 각 주의 정신보건계획위원회에 정신장애인과 가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 27개 주정부와 연방정부, 다양한 정신보건 옹호 기관에서 정신장애인들을 다양한 역할로 고용하고 있다.

강경숙 원광대학교 교수는 칼럼에서 “ 국가와 가족이 포기한 정신질환자는 사회적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정신건강 가족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가족 지원가를 채용하여 다른 정신질환 가족들을 온·오프로 상담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강 교수는 “이렇게 양성된 인력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고용되고, 전국 240여 개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적극적으로 전문적인 가족동료 지원가를 각각 5명씩만 채용돼도 12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며 “정신건강 문제의 경험이 있는 가족이 선배가 되어 경험이 없는 초기 발현 시기의 가족을 도울 수 있다면, 그들에 의해 실제적이고 유익한 도움을 받는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이 급증할 것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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