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균형발전위원회]
[출처-균형발전위원회]

[이코리아]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역격차 완화와 낙후지역 자생력 제고는 필수적 요소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12% 수준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다. 중견기업의 76%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지역 내 격차 완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동안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던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기능을 분산적으로 수행하면서 상호연계가 미흡하단 지적이 있었다. 이에 앞선 위원회들을 통합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 5월 국회 통과된 「지방분권 및 지역 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구성·운영하게 되는 핵심기구로, 7월 10일 공식출범하게 된다.

위원회는 ‘지역주도의 균형발전으로 지방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5년 단위의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 조정하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아우르는 통합적 추진체계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앞으로 균형발전 패러다임은 지방이 주도적으로 기획·추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지방투자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난달 국회에서 발의된 ‘지방투자촉진법’에 대해 조속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투자촉진특별법 및 법인세법·소득세법 등 6개 부수법안」은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지방이전 기업에게 파격적인 세제혜택과 규제특례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16일 오전 간담회를 갖고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의 절박성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미래산업 육성과 규제해소, 지방일자리 창출과 인구절벽 대응이라는 통합적 관점에서 여야 협치를 통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입법절차가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역개발정책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1995년 서독의 43% 수준이었던 동독의 경제력을 집중적인 지역개발 지원정책을 통해 2018년에는 서독의 75%까지 상승토록 해 EU회원국의 평균치에 도달하게 했다.

독일은 EU차원의 지역정책과 독일정부차원의 지역정책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했다. 유럽구조투자기금은 2014~20년까지 실행기간 동안 독일에 290억유로를 할당해 지원했으며, ‘지역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공동과제(GRW3)’에 근거하여 지역개발 지원기준을 마련했다.

GRW는 취약지역의 구조적 변화를 통한 장기적 성장과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1969년부터 시행한 것으로, 70년대에는 교외지역 산업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90년대 이후로는 동독지역 경제개발에 주력했다. 

현재는 지역생산성, 평균 실업률, 고용가능인구 전망, 기반시설지표를 통해 각 지역의 낙후도를 평가·분류하여 지원대상 지역을 선정하며, 취약지역 내의 무역 및 산업 투자, 상업 인프라, 협력사업에 저리대출 및 보조금 지급을 지원한다. 

GRW는 사후적 모니터링을 통해 지원프로젝트 효과를 분석한다. 연방경제수출통제국의 데이터를 활용해 지원프로젝트 완료 5년 후의 고용 및 소득 효과까지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원프로젝트 선정, 수혜자 앞 승인통지 및 조건준수 모니터링 등의 구체적 시행은 주정부의 책임 하에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적아래 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인 공간구조 틀로 문제에 접근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영국은 경험에 기반한 개별 사례연구 분석을 통해 문제해결에 접근했다. 

영국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지역 간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편이다. 런던을 중심으로 남동부 지역과 중북부지역 간 소득, 인프라 등 격차 심화로 두 개로 분열된 영국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진-영국 레벨링업 누리집]
[사진-영국 레벨링업 누리집]

이에 낙후지역의 삶의 질 개선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역 상향평준화’정책을 세웠다. 2022년 영국 정부는 영국의 생산성 최하위 지역 25%가 영국 평균만큼 발전할 경우 연간근로자 소득이 약 2,300파운드 인상되는 효과와 함께 연간 약 500억 파운드 규모의 총 부가가치 창출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레벨링업 정책은 가장 낙후된 지역을 선정한 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임무지향적인 방식을 가진다. 영국정부는 낙후지역의 개발사업에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함을 인지하여 2030년까지 중기적으로 정책 추진기간을 설정하였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자 구 동독 재개발, 미국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 등 국내외 낙후지역 개발(재생)사례를 심도있게 연구하여 얻은 정책교훈을 바탕으로 정책체제를 개편했다. 

지역에 맞춰 낙후지역엔 민간부문 육성을 통한 생산성, 임금, 일자리, 생활 수준향상을 위한 정책을, 공공서비스 취약지역엔 공공서비스 기회 확산 및 개선, 지역 공동체 회복 정책, 공동체 소멸지역엔 로컬리즘과 지역 자긍심 고취시킬 정책, 지역 내 정부기관 결핍지역엔 지역리더 및 지역공동체 권한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전봉경 부연구위원은 ‘영국형 균형발전정책’ 보고서에서 “영국은 지난 100여년 동안의 영국내 지역격차 심화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낙후지역 개발사례를 연구하여 성공적 정책 추진을 위한 교훈을 도출했다”며 “광역지자체, 중소도시, 산업도시가 각각 가지고 있는 핵심문제와 필요로 하는 주요자본이 다르듯, 지역격차 완화를 위한 일률적 접근이 아닌 개별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균형발전정책을 사회통합의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잠재적 경제발전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며 “지역 격차 완화를 위해 오랜 시간 지속적이고 일관적이며 중장기적인 정책지원이 요구되는 만큼 여야 주요 정당의 공감대 형성과 협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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