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23년 국가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실행계획, 출처- 행정안전부]
[사진- 2023년 국가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실행계획, 출처- 행정안전부]

[이코리아] 도시의 주인은 누구일까. 보행자일까 자동차일까.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저서로 널리 알려진 도시 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의 장기적 활력을 위해기존의 고층 고밀도의 개발이 아닌 저층 고밀도 위주의 개발로 건물과 건물을 사람들이 활발히 오가는 거리로 촘촘히 연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이를 통해 가로변에 수 많은 상점, 음식점, 주점들이 들어서 소규모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궁극적으로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 된다. <이코리아>는 우리나라의 보행환경 정책은 무엇이 있으며, 해외 주요국의 보행친화적 도시의 정책은 어떠한지 살펴봤다.

역사적으로 도시의 중심 교통수단은 보행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자동차가 폭넓게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주인은 자동차가 되었다. 자동차가 주인이 된 도로는 교통사고의 위험 뿐 아니라 교통의 혼잡을 가져왔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자동차 등록대수 2320만대에 달했으며, 교통혼잡비용은 68조원에 가까웠다. 

[사진--OECD 회원국 교통사고 비교, 출처-도로교통공단]
[사진--OECD 회원국 교통사고 비교, 출처-도로교통공단]

그 뿐 아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2.1명으로 회원국 중 2번째로 높으며, 평균 0.8명에 비해 두 배 이상이다. 이에 행안부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안전 체계 전환을 위한 ‘2023년 국가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실행계획’을 수립하였다고 밝혔다. 보행자 안전․편의를 중심으로 보행환경 기반을 확충하고,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다.

현대에 들어 보행자의 보행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잦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 개통된 낡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으로 활용한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코로나19를 통해 더욱 강화되었다. 

코로나19 초창기, 대부분의 국가들이 실내 집합을 금지했고, 그러자 여러 도시들이 집밖에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보행으로만 다닐 수 있는 거리를 만들거나, 주차장을 팝업 레스토랑으로 바꾸거나, 과거 자동차가 다녔던 길을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로 바꾸는 시도 등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도시가 프랑스 파리다. 안 이달고 시장은 파리가 ‘15분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5분 도시는 쇼핑, 등교, 출근 등 모든 일상 업무를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내에 갈 수 있는 곳에서 해결하게 만든다는 도시 계획이다. 이러한 인간 중심적이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계획은 대중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파리는 팬데믹 전부터 시 당국 차원에서 자동차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여, 2016년 센 강 주변 하부 부두에 자동차 출입을 금지하였으며, 2018년엔 보행자만 다닐 수 있게 확정지었다. 팬데믹 기간에는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고자 자전거 도로도 추가 설치됐다. 실제로 파리 중심의 리볼리 가와 같은 주요 통행로에선 차선이 하나로 축소된 반면 자전거 도로는 3차선 너비로 확장됐다. 시 당국은 2026년까지 자전거 도로 180km와 18만 곳의 자전거 주차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파리는 도시를 시원하게 만들어서 보행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2026년까지 나무 17만 그루도 심을 계획이다. 또한 2024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에펠탑과 트로카데로 광장을 연결하는 길은 전면 보행로로 바뀔 예정이다. 

미국 뉴욕은 광장(Plaza)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광장 프로그램은 차량이 점유하던 공간을 보행자에게 돌려주자는 목표로 뉴욕의 여러 공간을 보행자 우선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사업이다. 2016년 뉴욕시의회는 도시 전역의 보행자 광장에 적용되는 규정을 공포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후 주차장으로 쓰이던 공간이 테이블, 좌석, 조경시설, 자전거 거치대 등을 포함한 보행 친화적인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뉴욕시 자료에 따르면 광장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타임스퀘어 인근의 보행량이 약 11% 증가했으며, 보행만족도도 약 74%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자의 증가로 차량통행이 약 40% 정도 감소했으며, 교통사고 역시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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