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 사진 -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이코리아] 여가부 폐지가 논란이다. 국내 여성단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코리아>는 여가부 폐지에 대한 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어보고, 세계 주요국들의 성평등 정책 기구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정부는 지난 6일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약식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확정과 관련해 “여가부 폐지는 여성, 가족, 아동,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만들어 업무를 이관한다는 구상이다. 여성 고용 문제는 고용노동부와 업무가 겹치고, 아동·청소년 돌봄 업무는 보건복지부와 겹치는 등의 문제가 있으니 통폐합으로 업무 사각지대를 없애고 효율을 증진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이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11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여가부 폐지가 오히려 성평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라며 “여가부의 모든 기능은 이관 후에도 축소나 쇠퇴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발의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여성인권 및 성평등 정책의 전반적인 후퇴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여가부의 본질적 기능이 관행적이고 구조화된 성차별 문제를 드러내고 해소시키기 위하여 성평등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인데, 여가부의 업무를 쪼개어 각 부처로 이관할 경우 성평등 정책의 전반적인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경제 수준에 비하여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여가부 폐지를 논할 때는 아니”라고 주장하며, “많은 국가에서 별도의 성평등 전담기구를 둔 이유는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부처 형태의 성평등 전담기구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을 뒷받침했다.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들의 목소리도 거세다.

15일에는 195개의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가 모여 여가부 폐지 저지 집회를 열었다.  송은영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이 날 집회에서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부처를 독립 부처로 하라는 것은 유엔(UN) 차원의 권고이자 세계적인 추세다.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정부를 규탄한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정치적 위기 때마다 일부 여성혐오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안으로 여가부 폐지를 의제로 부상시키는 여성혐오 정치를 벌이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를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성평등 정책이 축소되거나 폐지·통합되는 절차를 거치는 곳이 늘어났다.”라며 “여가부가 폐지되면 그 다음엔 정부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관련 정책까지 축소하고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가부의 지원을 받으며 가정폭력에 대한 지원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은 어떤 상황일까

진양희 월계우리가족상담소 소장은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축소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가정폭력의 문제를 가족이라는 다각도적인 관점으로 보기보다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편협한 시선으로 보게 될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진 소장은 “실제 센터에 여가부의 폐지에 대한 문의도 늘어났다.”라며 “여가부가 지원하던 서비스 체계 안에서 혜택을 받으며 안정을 찾아가던 센터 이용자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 정부의 여가부 폐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보도 논조는 대체로 비판적이다.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는 지난 7일 “한국, 여성가족부 폐지하며 ‘여성 지우기(erasing women)’”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가부가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한다고 비난해온 윤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며,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내세우며, 이 것이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킬 것이라 주장한다.”라고 보도했다.

더 텔레그래프는 윤 대통령이 20대 남성 안티 페미니스트 덕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20대 남성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고도 보도했다.

더 텔레그래프는 “낙태죄를 비범죄화하는 등 최근 여성의 권리가 다소 개선되고는 있지만, 지난해 성인 여성 3명 중 1명이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해자의 절반(46%)이 피해자의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 연인이었다(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 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높아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을 평균 3분의 1 적게 받는다.”라며 한국에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의 현실을 지적했다.

지난 3일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여성의 안전과 복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는 인권 문제로 간주되야 하며, 법 집행 기관과 정치 지도자 모두의 약속이 필요하다는 점”이라 지적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12일 ‘반(反)페미니스트를 위한 선물’이란 제목으로 윤 대통령이 여가부를 폐지하려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룬트샤우는 성차별의 근거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행하는 젠더격차보고서를 들었다. “한국은 성평등 지수가 146개국 중 99위를 기록했고, 선진국 중에선 최하위권이었다.”라며 “특히 노동 부문에서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이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여가부가 경력단절여성 지원 강화, 호주제 폐지 등의 성과를 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룬트샤우는 “여가부 폐지로 이득을 볼 사람은 윤 대통령”이라며 “포퓰리스트적인 그에게 여가부 폐지는 ‘선거의 승리를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한 선물’이며 본인의 위신과 관련한 문제가 됐다.”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 ‘베니티 페어’는 7일 ‘거대한 반 페미니즘 운동이 만연한 나라에서 여성의 권리가 크게 후퇴한다.’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약식기자회견에서 말한 성폭력 무고죄에 대한 강력처벌에 대해 “그렇다면 여성은 침묵해야 합니까? 그 제안은 여성의 권리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반페미니스트’ 유권자들의 욕구를 반드시 충족시킬 것입니다.”라고 비난했다.

성평등 정책 추진기구가 설치돼 있는 나라들은 어디일까. 

영국은 1997년 여성과 평등부 장관직을 창설하였고 2007년 성평등국을 독립적인 기구로 설립하였다. 현재 영국은 여성장관과 평등장관이 각각 여성, 성적지향과 트랜스젠더 평등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동시에 범정부적 평등 정책과 입법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이 부처에서는 여성이 직장에서 개인의 역량과 기술에 맞는 경제적 혜택 제공, 양성간 임금격차 해소, 임금 자료 제출 및 규제, 여성경력개발지원, 여성 차별사례 보고 발표, 성소수자 차별 규제, 여성노동시장 참여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UN의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에 따라 영국 선거공약의 이행을 감독하고 촉진하고 있다. 

한편, 2007년 설립된 평등·인권위원회는 국민의 평등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고 불법적인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다. 평등·인권위원회는 국가와 사회의 평등과 인권 수준을 평가하고 관련 정책과 제도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성평등 정책 추진 부처는 성평등·다양성·기회균등부이다. 주요 업무는 크게 여성과 남성의 평등, 다양성(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및 기회 균등(차별금지)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의 여성과 남성의 평등의 주요 업무는 ▽젠더기반 성폭력 예방 및 근절 ▽여성의 직업적 평등과 경제적 자율성 ▽건강·사회·정치적 권리에 대한 접근 ▽청소년 평등문화 ▽미디어·문화 및 스포츠에서 여성 참여 ▽영토 내 여성과 남성 평등 ▽페미니스트 외교 등이 있다.

또한, 프랑스는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평등한 기회를 위해 ▽정책 모니터링을 개발 ▽다양한 분야에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를 촉진 ▽인종차별·반유대주의 및 반 다양성(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대응을 위한 부처간 협의 ▽권리수호단 운영 등을 하고 있다. 

그 밖의 프랑스 성평등정책 추진기구로는 양성평등고등위원회, 양성직업평등고등위원회, 폭력희생 여성보호와 여성인권침해에 관한 부처간 협의회, 여권가족정보센터 등이 있다.

독일은 현재 성평등부가 독립된 부처로 존재하지 않고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에서 성평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의 성평등정책 관련 역할은 양성평등 정책만을 독립적으로 다루는 부처가 아니고 가족, 노인, 평등,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과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연구그룹이나 TF 등의 프로그램을 추진 ▽평등정책 재평가, 검토, 법개선 과제에 대한 보고서를 간행 ▽남녀 성역할 고정관념을 극복하기 위해 청년과 남성들을 위한 직업선택과 가정 돌봄역할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 ▽‘건강 계몽을 위한 임신·출산연방센터’를 통한 임신갈등에 대한 해결과 의료적 치료와 재정 지원을 한다.

미국은 2021년 3월 8일 국제여성의 날에 백악관에 ‘성평등정책위원회’를 설립하여 경제 정책, 건강 관리, 인종 정의, 젠더 기반 폭력, 외교 정책과 같은 여성과 소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을 지도하고 조정하도록 하였다. 

성평등정책위원회는 성폭력을 포함한 구조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임무를 맡는다. 여기에는 여성의 노동 참여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 임금 및 부의 격차, 보육 지원 등의 광범위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의료 복지, 고위직 등 리더십에서의 평등한 기회 보장, 외교를 통한 전 세계의 양성평등 촉진 역시 위원회의 임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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