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임시국회가 문을 연지 20일째지만 긴급한 현안들을 1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서울=이코리아】이코리아 =  4월 임시국회가 문을 연지 20일째지만 실상 일에는 손을 놓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장으로 상임위별 여야의 극심한 갈등만 보일 뿐 정작 경제관련 대책이나 법안 등 필수적인 내용마저도 다루지 못하고 있는 '개정 휴업' 상황을 보인다는 것이다.

4월 국회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인 공무원연금개혁안의 회기 내 처리는 물론 전국적으로 유아교육에 파장을 일으켰던 '누리과정' 재원마련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 또한 이른바 '김영란법(공직자의 금품수수 및 부정청탁 금지에 관한 법률)'에 뒤따라야 할 법안인 '이해충돌방지' 부분에 대한 입법안도 국회의 공전 속에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다음달 6일까지 별로 남지 않은 회기 일정을 감안한다면, 4월 국회는 '반손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우려다.

27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지난 23일 예정됐던 본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출석시키는 긴급현안질문 개최 여부 등을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무산됐다. 이에 따라 4월 국회를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고작 한 일이라고는 대정부질문 기간 중이던 지난 14일과 16일 각각 '아베 정부의 독도 영유권 침탈 및 고대사 왜곡에 대한 규탄 결의안'과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결의안' 등 두 건의 결의안을 처리한 것이 전부다.

여야가 앞서 합의한 본회의 의사일정은 30일과 내달 6일 등 이틀만 남았다. 하지만 여야가 여전히 중점 처리법안으로 간주하고 있는 법안들을 놓고 딴 생각만 하고 있어 이틀 밖에 없는 남은 시간에 주요 안건들을 처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고, 새누리당도 당론으로 지지할 만큼 신경을 쓰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문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의료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크라우드펀딩법) 개정안 등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활성화 및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보건 의료 분야를 제외하고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여당이 원안 처리를 강하게 추진하면서 해당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호텔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역시 교육환경을 저해한다는 논란으로 처리가 난망한 상황이다. 민간보험사 해외 환자유치를 허용하고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야당의 반대로 이번 임시회 처리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야당이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2년의 임대계약 1회 갱신청구권을 부여하는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등은 여당의 반대로 처리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단기간 집값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여전히 해당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 멈춰 있다.

더욱이 여야의 이견 속에 개별 상임위에서도 잇따라 파장의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국토위에서는 '뉴스테이법'에 대한 국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으로 지난주 상임위 가동이 파행을 빚으면서 법안 논의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역시 관광진흥법 등 법안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지난주 예정됐던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가 줄줄이 무산된 상황이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지난 22일 연말정산 보완 대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사하기 위해 열었던 조세소위원회가 정부 제출 자료에 대한 야당의 검증 요구로 진통을 겪으면서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도 못한 채 1시간만에 정회되는 파행도 일어났다.

정무위원회에서는 지난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공직자의 금품수수 및 부정청탁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제외시켰던 '이해충돌방지' 부분을 놓고 후속 입법을 논의하고 있으나 심사가 더디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탓에 이번 국회 처리를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지난 국회 당시 '본회의 부결' 사태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법(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눈에 겨우 띠는 정도다. 이마저도 2월 국회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과정에서처럼 다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이르다.

최대 쟁점인 공무원연금개혁을 놓고도 4월 국회 처리 비관론이 현실적으로 점증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를 위해 구성된 실무기구는 26일 6차회의를 열고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에 넘길 합의안 도출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실무기구가 합의안을 성안하지 못하면 27일로 예정된 여야 '4+4 회담' 등 여야 간 협상에서 타결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까지 이르게 될 경우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을 져야만 하는 탓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기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도 어둡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축소,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박 후보자는 야당의 '자진사퇴' 요구와 '검찰 수사기록 국회 제출' 주장 등으로 여야가 맞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도 청문경과보고서 채택도 하지 못한 채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처리는 '백년하청(百年河靑)'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대법관 장기 공석을 이유로 국회의장의 임명동의안 본회의 직권상정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 또한4월 국회 내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문제다. 현실화할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은 불 보듯 뻔하고,정국에는 바로 '한기(寒氣)'가 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 집회에다 민주노총 등 파업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회는 '성완종 리스트'라는 핵폭탄 앞에서 무기력해졌다"며 "29일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여야 지도부들이 당을 통괄하지 못해 벌어진 무책임과 무능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국회 공전을 막고 현안들을 살피기 위한 여야 대표의 긴급회동으로 탈출구를 모색하는 진지한 태도 절실하다"며 "급박한 현안부터 먼저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염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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