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침체된 건설경기 회복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3조원 규모를 투입해 부실 우려 사업장 토지를 매입한다. 건설업계는 금융비용 등 운영자금 확보로 유동성 위기의 고비를 넘기고, 자금 융통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위축, 미분양 누적 등 건설산업이 직면한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CR리츠(기업구조조정 리츠)에 대해 취득세 중과 배제(준공 후 미분양주택 한정)와 함께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세제 혜택을 준다. 

취득세 중과를 적용하면 세율이 12%지만, 중과를 배제하면 지방 미분양 상당수가 해당하는 취득가액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가 1%로 낮아진다. 최대 취득세율은 3%다. 

세제 혜택 적용 대상은 이날부터 내년 말까지 CR리츠가 매입한 주택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미분양이 많을 때는 19만호에 이르렀는데, 지금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미분양 해소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일차적으로 취득세·종부세를 완화하고,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확약 등 더 강화된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H는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건설사가 보유한 토지를 3조원 규모로 매입한다. 

LH가 PF 부지 매입을 추진하는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앞서 LH는 PF 부실 우려 사업장 매입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조6000억 원 규모)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7200억 원 규모) 두 차례 이뤄졌다.

다음 달 5일부터 토지 매도를 희망하는 기업들로부터 매각 희망 가격을 제출받은 뒤 희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을 활용한다. 대상 토지는 기업이 2024년 1월3일 이전에 소유권을 취득한 3300㎡ 이상 크기의 대지다. 

매입 상한 가격은 LH 등 공공시행자 공급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로 설정했다. 

기업이 신청한 토지를 LH가 매입하는 토지매입방식(2조원 규모)과 LH가 약정된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기로 약속해두는 매입확약방식(1조원 규모) 중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매입 확약은 건설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만기를 연장받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이다. 

착공 전 브릿지론 단계에서 더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은 LH 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가 매입해 사업 재구조화를 지원한다. 

더불어 정부는 공공부문 공사비를 증액해 건설업계를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들어 3월까지 유찰된 대형 공공공사만 4조2000억 원 규모다. 유찰 공사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을 통해 상반기 중 공사를 정상화할 계획이다.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기술형 입찰로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의 유찰을 막기 위해 입찰 제도도 바꾼다. 

입찰 탈락자에게 지급하는 설계 보상비를 높이고, 공사비를 줄일 수 있도록 관급자재 변경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PF 사업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10년 만에 재구성한 ‘민관합동 PF 조정위원회’는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조정위를 법정 위원회로 격상해 조정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재건축·재개발 시 조합 등 사업시행자가 공공에 제공하는 임대주택에 대한 인수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 사업성을 높여주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주택·토지 관련 각종 불필요한 규제들에 대한 혁파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 원활한 주택공급을 지원할 방침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건설경기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모니터링하고,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 기능을 방해하는 규제를 적극 발굴해 혁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 시장이 받을 영향은 어떨까.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9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냉각한 PF사업 정상화와 구조조정에 물꼬를 틀 수 있도록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해 사업자금 운용의 숨통을 틔워준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2023년 12월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이 135.6조원으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고 대출 연체율마저 2.7%로 종전보다 상승하고 있어 사업지의 유동성을 해결해 주는 대책 등이 PF부실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 랩장은 “특히 양호한 사업성을 갖춘 사업지의 인허가·착공 물량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LH의 토지 매입은 역경매 방식이라 미분양 적체와 시장 침체가 큰 지방 주택사업자나, 공급 과잉 우려가 큰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부지 위주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CR리츠와 관련해 함 랩장은 또 “기업구조조정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구조조정대상 기업의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의 형태로 배분하는 회사형 부동산투자신탁”이라면서 “지방 미분양 중에서도 시장 개선 효과가 나타날 만한 양질의 사업지 위주로 매입이 집중되는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PF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하며 기타 민간사업장은 시장에 맡기는 내용으로 타당한 정책방침”이라면서 “지원과정에서 공공이 적극협의에 임 할수 있도록 감사면책(감사원 사전 컨설팅) 등 정부지원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좋은 조치”라고 말했다. 

또 정비사업 등 규제개선과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시 기부채납하는 임대주택 인수가격을 상향한다는 것은 조합원 입장에서는 사업성 증대요인으로, 추가 분담금의 감소로 연결된다. 정비사업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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