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임종윤(왼쪽) 전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사진=뉴시스
사진은 임종윤(왼쪽) 전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1월 12일 ‘한미-OCI그룹 통합’ 발표 후 한미약품그룹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와 형제(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통합에 반대한 장·차남 측에 쏠리면서 한미의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은 중단된다.

29일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전일 열린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추천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로써 사내이사에는 △임종윤(사내이사) △임종훈(사내이사) △권규찬(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사외이사)다. 기존 4명(송영숙·신유철·김용덕·곽태선) 이사진에 5명이 새로 합류하면서 9명으로 이뤄지게 됐다.

다만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 등 통합을 추진한 모녀 경영진(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추천 이사 6명 선임안은 부결됐다.

앞서 지난 1월 12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계약이 발표된 이후, 한미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는 통합을 주도한 모친 송 회장 및 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형제를 포함해 후보 5명 모두 이사회 입성에 성공해 과반으로 이사회를 장악함으로써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통합 절차는 중단됐다.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도 OCI홀딩스 사내이사 후보에서 자진 사임했다. 

‘장·차남 대 모녀’로 갈라진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당초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였다. 한미사이언스의 모녀 지분(21.86%)이 형제 지분(20.47%)을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자 경영권 분쟁의 ‘키맨’으로 꼽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쪽에 서면서 신 회장 지분 12.15%를 더한 형제 측 우호지분은 40.57%로 뛰어 모녀를 역전했다. 

하지만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기각, 국민연금의 현 이사회 제안에 대한 찬성 등으로 다시 상황은 재역전됐다. 지난 26일 지분 7.66%를 가진 국민연금이 모녀 측 이사 선임안을 찬성하면서 우호지분 확보 경쟁에서 형제에 2.1% 포인트 앞서게 됐다.

이어 송 회장은 두 아들을 사장직(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장·한미약품 임종훈 사장)에서 해임했다. 27일에는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을 그룹 경영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결론을 낸 것을 결국 소액주주(지분 16.76%)의 선택이었다. 지난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 대부분이 형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한미·OCI 통합에 반대하면서 통합 절차는 중단됐다.

임종윤 이사는 이날 주총 뒤 기자 간담회에서 “주주들께 감사하다”며 “한미약품을 정상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 여동생과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총 직후 OCI그룹은 통합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OCI그룹은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총 뒤 입장문을 내어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로써 OCI그룹과의 통합은 무산됐지만 경영 안정화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과제로 남게 됐다. 형제는 최근 5년 이내 1조원 투자 유치를 통한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 사업을 추진 및 향후 시가총액 200조 기업 성장 등의 미래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더욱이 경영권 분쟁에서도 제기된 상속세 재원 마련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임 전 회장이 2020년 8월 별세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주식 2308만여 주를 상속받아,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송 회장이 약 2200억 원, 임종윤·종훈·주현 세 자녀가 각각 약 1000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분쟁 중이었던 지난 25일 임주현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에 반영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속세 문제 즉,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한 만큼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상속세 납부는 큰 난제 중 하나다.

이에 형제 측이 앞서 밝힌 주주가치 제고와 1조 투자유치 그리고 직면한 상속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주목된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사이언스는 오후 12시 27분 기준 전 거래일대비 10.94% 하락한 3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한미약품과 OCI홀딩스 주가도 각각 5.56%, 1.59% 하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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