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의 '드로잉 가든' 전시. 사진=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드로잉 가든' 전시. 사진=현대백화점

[이코리아] 최근 유통 및 호텔 업계에서 아트(art, 미술) 마케팅이 활발하다. 호텔과 백화점은 일상생활에서도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전시회와 아트캉스를 결합한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고객의 유입과 기업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7일까지 더현대 서울 5층 에픽 서울에서 아트 플랫폼 하입앤(HypeN)이 주관하는 '드로잉 가든(Drawing Garden)' 전시를 진행한다. 하앱앤은 국내 미술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카카오 계열사 그립이 '아트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올 2월 론칭한 아트 플랫폼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유명 신진 작가 '노마'와 '드로잉메리'의 일러스트 원화를 전시하며, 작품을 활용한 스티커, 그립톡 등 다양한 굿즈 상품도 판매한다. 이와 함께 작업 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라이브 드로잉' 및 전문 경매사와 함께 작가들의 특별 에디션 작품을 경매로 판매하는 '이벤트 옥션'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간은 더현대 서울 6층에 위치한 ‘알트원’이다. 알트원은 지난 2021년 2월 더현대 서울 개장과 함께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등 전시 개최로 누적 관람객 90만명을 돌파했다. 

또 오는 4월에는 국내외 유수 화랑 및 예술단체와 손잡고 더현대 서울 5층 에픽 서울에서 대형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5월에는 14세기 고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총망라한 전시회를 열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 갤러리 ‘로빌런트 보에나(Robilant+Voena)’와 협력 중이다.

현대백화점이 알트원을 통해 아트 마케팅 강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예술과 패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예술을 즐기는 MZ세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알트원의 지난해 방문객 중 2030세대 비중은 71.3%에 달한다고 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아트 마케팅은 ‘고객을 행복하게, 세상을 풍요롭게’라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미션과 맞닿아 있다"며 "더 많은 고객과 작가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며 문화예술이 더욱 생동감 있는 콘텐츠로 확장하는 데 고객 최접점인 백화점이 일조함으로써 ‘비욘드 리테일’의 새로운 방향성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잠실점, 동탄점, 광복점 등의 롯데갤러리에서 ‘리조이스 특별전’을 진행한다. 리조이스 캠페인은 모든 사람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롯데백화점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캠페인의 하나다. 올해 3회째인 이번 리조이스 특별 전시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국내 여성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삶의 다양한 가치를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박영숙 도예가의 ‘도자, 혼을 담다’ 전시로 리조이스 특별전의 포문을 연다. 오는 4월 21일까지 에비뉴엘 잠실점 6층에서 우리나라 달 항아리를 세계에 알린 도예가 박영숙의 대표 작품 총 100여점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3월 한 달간 봄을 알리는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블라썸 아트페어’는 고객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신세계갤러리가 직접 엄선한 작품을 매장 곳곳에 전시하는 특별한 이벤트다.

전시장 내에서는 전문 큐레이터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작품을 해설하고 구매까지 돕는 맞춤형 아트 컨설팅을 제공한다.

올해는 ‘2024 신세계의 봄’이라는 테마로 국내외 유명 작가 50여명의 작품 20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기존 본관 3·4층에서 진행하던 블라섬 아트페어를 올해부터 전 층으로 확대해 선보인다. 더욱 많은 고객들이 백화점 곳곳에서 봄의 계절적 감성과 함께 예술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백화점 첫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전시 현장에서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담은 ‘신세계 라운지’를 운영해 다양한 아트 컬렉션을 신세계백화점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 및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 대표 상품과 함께 전시한 바 있다. 

갤러리·아트페어 오픈런 등 아트테크에 대한 MZ세대 관심도가 높아지자 호텔이 전시회 공간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체험적 요소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니즈 충족과 함께 작품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오는 5월 26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윤협 : 녹턴시티’ 전시를 기념해 롯데뮤지엄과 공동 아트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선과 점’으로 도시의 풍경과 리듬을 그려내는 화법을 구사하는 윤협 작가는 미국 뉴욕을 베이스로 디올, 티파니앤코, 바비브라운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윤협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하여 롯데호텔만을 위해 제작된 객실 키 카드 홀더를 상반기 동안 국내 19개 체인 호텔 및 리조트에서 사용한다. 도심의 밤에 펼쳐지는 야상곡을 주제로 서울을 재해석한 선과 점이 그려진 키 카드 홀더를 지참하고 롯데뮤지엄을 방문하면 동반 1인을 포함해 30%의 전시료 할인이 제공된다.

이에 더해 5개 호텔과 리조트(시그니엘 서울, 롯데호텔 서울·월드, L7강남, 롯데리조트 속초)의 전시 패키지도 판매하고 있다. 객실 1박을 포함해 녹턴 시티 전시 티켓 2매와 각 호텔별 특전이 별도로 제공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ICT 전문기업 현대퓨처넷은 오는 5월 1일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 위치한 인스파이어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차세대 실감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르 스페이스’(Le Space)를 오픈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르 스페이스’는 약 6,142㎡(약 2,000평) 규모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지구와 닮은 새로운 행성을 경험하는 ‘미지 세계로의 여행’(Beyond the Cosmos)을 콘셉트로 관람객에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현대퓨처넷은 이번 ‘르 스페이스’의 공식 개관을 앞두고 입장 티켓을 최대 30% 할인하는 얼리버드 티켓 판매를 진행한다. 또,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한 고객 중 50명을 추첨해 인스파이어 리조트 무료 숙박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올해 1월부터 ‘김시영 아뜰리에 프라이빗 아트 투어’를 선보인다.

국내 유일무이한 흑자 도예가인 김시영 작가는 ‘불’이라는 자연력과 ‘흙 속의 광물질’이라는 물성(物性)의 결합에 의한 변화에 집중하며 35여년간의 작업을 전개함으로써 국내외 아트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시영 아뜰리에 프라이빗 아트 투어’ 패키지는 한진관광의 럭셔리 여행 브랜드 칼팍(KALPAK)과 협업해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과 웨스틴 조선 서울의 스위트 객실에 투숙하며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김시영 아뜰리에’를 방문해 갤러리 투어 및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컨텐츠로 구성된 상품이다.

패키지에 포함된 ‘김시영 아뜰리에’ 투어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운영되며 최소 2인부터 최대 4인까지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달항아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비롯해 김시영 작가가 직접 만든 다완에 담긴 말차와 강원도 홍천에서 나고 자란 곡물 다과를 맛보는 작가와의 만남 등이 진행된다. 투숙객이 외국인일 경우에는 영어 가이드도 함께 한다. 

사진=신라스테이
사진=신라스테이

신라스테이는 온라인 아트 플랫폼 ‘아티스티’와 손잡고 지난 3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3개월 동안 신라스테이 구로에서 작가들에게 객실을 작업실로 제공하는 ‘아티스티 레지던시 with 신라스테이’를 진행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작업실, 거주 공간 등을 지원해 작품 활동을 돕는 사업을 말한다. 신라스테이는 개인 작업실을 구하기 어려운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지원하고 작가들이 대중에게 작품을 알릴 수 있는 홍보 기회를 제공하고자 레지던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나섰다.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는 각기 다른 개성과 회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낯선 풍경으로 연출된 회화적 시도를 하는 김동진 작가, 동심을 닮고 싶어 어릴 적 시간과 낙서를 쌓아 오늘의 그림을 만들어가는 이지영 작가, 주로 목판화를 매체로 일상의 풍경과 삶의 균형에 대해 생각하며 다양한 재료적 접근을 시도하는 임수진 작가가 신라스테이 구로에 입주했다.

신라스테이는 참여 작가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단순한 작업실 제공을 넘어 호텔의 서비스와 편의시설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며 호텔 방문객들도 함께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로비에서 작가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는 라이브 페인팅, 작업실에 들어가 작업 현장과 작품을 관람하고 작품 구매도 할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하고 3명의 참여 작가 중 최종 1명을 선정하여 하반기에 단독 전시 기회도 제공한다. 아트 퍼포먼스 이벤트의 자세한 일정은 신라스테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앞서 신라스테이는 지난해에도 ‘아티스티’와 함께 신라스테이 역삼에서 이진석 작가 개인전 ‘더 라이트 워크전’과 ‘미술학도와 이진석 작가와의 만남’을 운영하며 고객에게 색다른 문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아트 프로젝트’를 시작한 바 있다. 이번 레지던지 프로그램은 ‘아트 프로젝트’의 두 번째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으며 신라스테이는 향후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27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역삼에서 진행한 이진석 작가 전시가 SNS에서 큰 호응을 얻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예술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향후 지역의 문화나 관광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지역과 연계한 문화 상품들도 지속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이 발표한 ‘한국 미술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술품 유통액은 1조377억 원으로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경기침체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지난해 미술 시장 거래 규모는 6675억 원으로 ‘1조’를 기록했던 전년보다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작년 대비 올해 미술전시회 관람객 수 변화 전망은 45.9%로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 증가, 미술전시회 개최 횟수 증가, 전시 콘텐츠의 다양화 등이 그 이유로 꼽혔다. 

이에 유통·호텔업계가 미래 주력 소비층으로 겨냥하는 MZ 세대를 위한 전시나 아트콜라보 등 다양한 형태의 아트 마케팅은 향후에도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술품이 지니고 있는 희소가치나 개성, 또 고급스러운 이미지 등이 기존의 브랜드와 더해지면 고객 유입과 함께 브랜드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리브랜딩도 된다”면서 “국내 미술 시장이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이유에는 미래 주요 소비층으로 손꼽히는 MZ세대가 미술품을 쉽게 접하기도 하고 소비에도 열려있는 아트슈머로서의 역할을 했다. 유통 업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가나 브랜드 등과 콜라보하는 아트 마케팅은 앞으로도 계속 성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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