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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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코인 표심을 잡기 위한 시도이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선심성 공약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총선공약집 ‘2024 정책주문·배송프로젝트, 새로운 변화 내 앞으로’를 발간하고,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된 각종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지난달 21일 ‘디지털자산 공약’을 발표하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여야가 제시한 공약패키지는 모두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를 목표로 다양한 입법 및 제도 개선 과제 등을 담은 만큼 공통된 내용이 적지 않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여야의 가상자산 시장 공약에 뚜렷한 차이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상대적으로 국민의힘보다 ‘코인 표심’ 잡기에 적극적이다. 실제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약 한 달 일찍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민주당 공약은 가상자산 투자 활성화 및 편의성 제고 위해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을 약속한 것이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활황을 이끈 핵심적인 계기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거래를 금지한 상태다. 

민주당은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상장·거래를 허용해 투자접근성을 대폭 개선하는 한편, 관련 수익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과세해 다른 금융투자상품들과의 손익통산·손실이월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가상자산 관련 ETF를 ISA 편입상품으로 허용해 비과세 혜택을 대폭 강화해 국민의 자산증식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함꼐 발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시장에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공약 또한 대부분 안전한 투자 여건 조성을 위한 입법 및 제도 정비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2단계 입법을 추진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 공시, 평가 등 관련 정책을 전담하는 가상자산 전담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25년 1월 1일 이후 실시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는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 및 제도 정비 마무리될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발표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은 대부분 민주당 공약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공제한도를 상향하겠다는 민주당과 달리 과세 자체를 연기하겠다는 점은 차이가 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을 약속한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인 표심’ 잡기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투자기회 확대와 같은 적극적인 공약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로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꼽고 있다. 공매도 중단,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증시 부양을 위한 각종 정책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동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것.

만약 당정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한다면 증시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려 그동안 추진해온 증시 부양 정책의 효과가 약화될 위험도 있다. 

한편 여야가 코인 표심을 잡기 위해 이행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국내 가상자산 발행(ICO) 허용 ▲대체불가토큰(NFT) 거래 활성화 등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현재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2단계 입법 중 이용자 보호 및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한 1단계 입법이 완료된 것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이행된 공약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최근 여야가 제시한 공약도 같은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공약인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거래 허용은 자본시장법 개정 및 금융당국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검토나 절차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약속한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 연기도 마찬가지다. 이미 가상자산 과세는 시행 시기가 기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미뤄진 상태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에서 금투세 폐지 및 가상자산 과세 연기 등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여야의 가상자산 공약은 내달 10일 선거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예정이다. 제도 정비, 투자기회 확대, 과세부담 완화 등 다양한 공약에 대해 ‘코인러’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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