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간밤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국 기술주들이 급등했다.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기대대로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하는 청사진이 나왔고, 마이크론의 실적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면서 우리 시장에도 호재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의 주요 주가 지수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낙관적인 전망에 따라 반도체 주식이 반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69.24포인트(0.68%) 상승한 3만9781.37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91포인트(0.32%) 높은 5241.53에,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32.43포인트(0.20%) 높은 1만6401.8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3대지수 모두 장중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쓰는 등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이  깜짝 분기 이익을 내고 3분기 매출을 예상치 이상으로 전망한 뒤 14.9% 급등해 잠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14.13% 오른 109.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을 이끈 것은 반도체주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0.97% 상승했고, 엔비디아(1.18%), 브로드컴(5.64%), TSMC(1.97%) 등도 상승 마감하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29% 올랐다. 

다만 애플(-4.09%) 주가는 4%대 하락해 장을 마감했다. 미국 정부가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두 가지 축으로 인플레이션과 인공지능(AI) 반도체가 꼽힌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시장친화적이었던 3월 FOMC의 영향이 이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3회  기준금리 5.25~5.50% 동결을 발표했다. 또 연내 3회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증시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실질최종금리는 실질중립금리(0.6%)를 상회 중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여건은 이미 조성됐다. 올해 2/4분기 금리 인하 단행이라는 대의를 염두에 둔다면, 3월 FOMC 이후 미국 증시는 상승 궤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나친 금리 인하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준의 말이 곧 확실히 3~4회의 금리 인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금리 책정 범위는 여전히 상당히 넓다는 지적도 있다.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공동 투자 전략가인 매튜 미스킨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실적 결과로 인해 반도체가 시장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요일 비둘기파적인 연준에서 비롯된 리스크가 더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 정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인플레이션이 때때로 험난한 길을 걸어 2%로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전반적인 이야기를 실제로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스킨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시장으로 스며들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아직은 그렇지 않지만 올해 말에 올 수 있는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FOMC 회의에 앞서 발표된 경제 데이터는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지난주 실업수당을 새로 청구하는 미국인 수가 예상치 못하게 감소한 반면, 2월에 이전에 소유했던 주택의 판매가 1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1분기 경제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HBM을 검증하고 있다는 발언에 힘입어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까지 호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실제 21일 코스피는 2.41% 급등하면서 단숨에 2750선까지 회복했다. 마이크론의 어닝서프라이즈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심이 살아나면서 이날 삼성전자는 3.12%, SK하이닉스는 8.63% 각각 상승 마감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을 통해서도 재차 확인될 만큼 산업의 확장세가 빠르고 강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마이크론이 HBM3E 8단 제품을 출하 중으로, 12단 제품에 대한 샘플링은 3월초부터 진행 중이며, CY25 대량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연구원은 “TC-NCF 방식으로 고단화 제품에 대한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산업 구도 변화 여부의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단기적으로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이 점진적으로 확인되며 관련 기대감이 주가에 작용할 수 있는 구간”이라면서 “그러나 근본적인 기술 격차 축소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24~25년 역시 큰 폭의 점유율 구도 변화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고 연구원은 또 “궁극적으로 기술 및 점유율 경쟁력을 기반, 최선호주로 SK하이닉스 의견을 유지한다”면서도 “단기적으로 후발주자들의 산업 진입 기대감 형성과 함께 삼성전자 및 에스티아이 부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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