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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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일본이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냈지만 엔화 약세는 계속되고 있다. 당분간 ‘엔저’가 계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전날부터 진행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8년간 유지해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6년 2월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해, 은행에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정책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해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이다.

마이너스 금리 종료로 인해 엔화 약세가 끝나면 외국인 자금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주도한 일본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은 마이너스 금리 종료 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금리 인상 가시화 여부에 따라 일본 주식시장 내 외국인 자금 한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예상과 달리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엔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엔·원화 환율은 20일 현재 100엔당 886.81원으로 전일 대비 7.43원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 또한 지난 19일 1달러당 150엔을 넘기는 등 엔화 가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엔화 약세가 계속되는 이유로는 ‘선반영 효과’가 꼽힌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모두가 예상하고 있던 이벤트인 만큼 외환시장에 이미 반영돼있었다는 것. 

일본은행이 여전히 완화적인 기조를 보인다는 점도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폐지 및 이례적이었던 중앙은행의 주식 매입 폐기 등은 과도했던 통화정책을 정상화로 되돌리는 수준”이라며 “이번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을 긴축보다 정상화로 판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은행이 여전히 현재 국채 매입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고 CP 매입 역시 1년간은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만약 일본은행이 매입 중단이 아닌 자산 매각까지 언급하는 등 추가 긴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면 시장 변동성을 키웠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당분간 통화완화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내부 경제 여건상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으로 부진한 내수 및 위축된 소비심리를 고려하면 일본은행이 단기간에 양적긴축에 돌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가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9~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통화정책을 논의하는데,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해 달러 강세가 계속된다면 엔화가 약세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정상화는 분명한 엔 절상 요인이기는 하다. 달러·엔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요인은 미일 내외금리차인데, 이번 정상화로 일본채 금리가 상승해 내외금리차가 축소되기 떄문”이라며 “하지만 정상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큰 폭의 엔화 절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엔화 절상 폭이 추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된 후 자금이 일본에 유입되어야 하지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달러·엔은 정상화에 2000년대 이후 역사적 상단이자 기술적 상단인 152엔에서 추가 상승하지 않되 연준의 인하 시그널이 확실해진 이후에야 달러·엔 145엔 이하로 절상 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계속된 엔화 약세가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현 연구원은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 입장에서 슈퍼 엔저 현상은 달갑지 않은 현상”이라며 “이전처럼 환율이 한·일간 수출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래도 800원 후반대의 엔·원 환율은 국내 수출기업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환율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주식시장 관점에서도 슈퍼 엔저가 일본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지지해준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여러모로 슈퍼 엔저 현상 지속은 국내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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