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과 22대 총선의 투표 참여율 비교. 자료=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의 투표 참여율 비교. 자료=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이코리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신장애인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투표율이 여전히 다른 유형의 장애인 및 비장애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거소투표 등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하 지원단)은 최근 발간한 정신건강동향 36호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투표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전히 다른 유형의 장애인 및 비장애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원단은 정신장애인 투표 참여율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장애인고용패널 2차 웨이브의 5차 조사(2020년)와 7차 조사(2022년)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지난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신장애인 투표율은 60.4%로 집계됐. 이는 2년 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9.3%) 때보다 11.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정도가 심한 장애인(61.6% → 67.7%)을 비롯해 전체 장애인(73.7%→79.2%), 전체 인구(66.2%→77.1%)의 투표율도 같은 기간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신장애인의 투표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 장애 유형별로 살펴보면 정신장애인의 20대 대선 투표율은 15개 장애 유형 중 13번째에 해당한다. 정신장애보다 투표율이 낮은 유형은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뿐이다. 지원단은 “정신장애인의 투표 참여율이 지난 선거보다 상승한 것은 긍정적이나, 정신장애인의 투표 참여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며 이들의 권리 보장과 사회통합 증진을 위해서라도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정신장애인의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6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정신질환자(mental patients)의 선거권 제한 규정을 폐지했으며, 자발적 정신질환자(voluntary mental patients)의 경우 치료기관 주소로 투표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2019년 후견인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중증장애인과 정신질환에 따른 책임무능력 상태에서 행한 범죄행위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수용자의 선거권을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연방선거법을 공표했다. 책임무능력 상태에서 행한 범죄행위로 인해 정신병원에 수용된 사람들의 선거권을 배제하는 것은 민주적 의사소통 과정에 참여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규율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국내에도 정신질환자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거소투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거소투표는 신체장애 등으로 투표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자신이 머무르는 곳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 등을 이용 중인 정신장애인의 경우 거소투표를 통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제도가 정신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거주 장애인 선거권 실태조사에서는 정신장애인의 투표 참여가 어렵고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허락 없이는 투표소에 가지 못하도록 하거나 거소투표 신고 관련 안내가 미흡해 정신의료기관 이용 중인 정신질환자가 대선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제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인권위는 지난 2022년 정신의료기관 기초조사를 시행한 후 “헌법에 보장된 입원환자의 선거권이 정신의료기관의 장 및 의사의 재량에 따라 지나치게 제한될 우려가 있다”며 “의사 지시로 환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지원단은 “거소투표는 정신질환 당사자의 투표 참여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인 만큼, 국가는 정신질환 당사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거소투표 절차에 대한 안내, 대리투표 등의 투표 부정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전국의 정신의료기관 및 요양시설 등 기관별 거소투표의 진행 현황은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이기에,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현황자료를 축적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원단은 이어 “정신질환 당사자의 투표 참여는 기본적 권리의 보장임과 동시에 국가의 정신건강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국제 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보다 정신질환 당사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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