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이코리아] 영화 ‘파묘’가 누적 관객 수 900만 명을 돌파하며 1000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뒀다. 한국 영화가 연초부터 좋은 성적을 내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홀드백(Hold Back) 준수를 지원해 영화관 관람 수요 회복을 뒷받침하는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했는데, 업계별 반응은 갈리고 있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묘’(감독 장재현)는 지난 15~17일 주말 동안 78만여 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 938만917명을 기록했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주말 즈음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민식과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이 출연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인 ‘파묘’는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모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보다 사흘 빠르다.  

통상 겨울방학이 끝나고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3월은 극장가 비수기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파묘’가 이러한 비수기인 3월에 세운 대기록이라 한층 빛난다는 평가다. 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의 다변화로 관객의 선별적 영화관람 성향이 강해지고, 볼 영화만 있다면 관객은 언제든 다시 극장을 찾을 거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파묘’뿐만이 아니라 한국영화는 최근 선전 중이다. 여러 장르 영화 흥행으로 지난달 전체 매출액이 크게 늘었고, 관객층도 다양해지며 극장가에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진위가 이날 발표한 ‘2024년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월 한국 영화의 매출액과 관객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월 한국 영화 매출액은 662억 원으로 2017~2019년 2월 한국 영화 매출액 평균(911억 원)의 72.6% 수준을 기록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392%(527억 원) 증가했다. 

2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697만 명으로 2017~2019년 2월 한국 영화 관객 수 평균(1104만 명)의 63.1% 수준이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447.7%(569만 명) 늘었다. 2월 한국 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59.8%, 관객 수 점유율은 60.8%였고, 2월 기준으로 4년 만에 매출액·관객 점유율 모두 50%를 넘어서며 외국 영화에 우위를 점했다.

‘파묘’가 매출액 351억 원, 관객 수 370만 명으로 2월 전체 흥행 1위였고, ‘시민덕희’가 매출액 100억 원(관객 수 104만 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한국 영화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대형 블록버스터 상당수가 흥행에 실패했고 시장은 아직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는 두 편의 ‘천만 영화’라는 성취를 이뤘지만, 흥행 양극화 심화로 나머지 한국 영화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전년 대비 매출액, 관객 수가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 영화 매출액은 59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326억 원) 감소했고, 한국 영화 관객 수는 60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3.3%(204만 명) 줄었다. 

또 지난해 한국 영화 해외 수출 총액은 7921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21% 감소했다. 영화진흥위는 “(지난해) 상반기 대면 마켓에서의 성과에도 여전한 국내 극장의 침체가 외국 구매자들의 선택을 더 보수적으로 만들었다”면서 “외국 세일즈사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국내 시장의 회복이 먼저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10월 23일 콘텐츠 제작사 ㈜래몽래인 사무실에서 영상콘텐츠업계 관계자를 만나 현장 의견을 청취하는 모습.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사진은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10월 23일 콘텐츠 제작사 ㈜래몽래인 사무실에서 영상콘텐츠업계 관계자를 만나 현장 의견을 청취하는 모습.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극장 및 영화업계 보호를 위해 정부 지원을 받는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홀드백(Hold Back) 제도를 도입 중이다. 기존에 업계에서 개봉일 기준으로 약 1~3개월 후에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 공개되던 자율관행을 4~6개월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홀드백은 한 편의 영화가 이전 유통 창구에서 다음 창구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통상 극장 → IPTV → OTT → TV 채널 순으로 유통된다.

앞서 지난해 9월 문체부는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사, 투자·배급사, IPTV 업계 등으로 구성된 ‘한국영화 산업 위기 극복 정책 협의회’를 발족하고 같은 해 말 한국영화 개봉 펀드 투자 작품에 한해 4개월 간의 OTT 홀드백 준수 의무 조건을 시범 적용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영화관 방문자수 급감, 최저임금 상승으로 티켓 가격 급등 등 영화 산업이 침체되는 동시에 VOD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국내 영화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다. 

이번 홀드백 규제는 정부 모태펀드를 통해 벤처캐피탈(VC) 투자를 받는 일반 상업영화에 해당하며, 관객수 10만 명·제작비 30억 원 미만 규모의 작품은 적용하지 않는 예외규정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적으로 개봉한 한국영화 210편 가운데 문체부 펀드 투자를 받은 작품은 62편이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홀드백 제도를 법제화 한 나라는 프랑스가 유일하다. 실제 극장 개봉 후 최소 4개월 유예를 법제화했다. 넷플릭스 등 구독형 VOD서비스엔 15개월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관행적으로 6개월에서 1년가량의 기간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문체부는 협의회 등 업계와의 논의를 거쳐 다음 달 중 관련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해서 지원 받는 한국 영화를 시작으로 추후 홀드백 규제 대상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화계와 OTT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9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홀드백 발표를 다음 달 목표로 잡고 있지만 업계와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업계 자율 협약 형태로, 모태펀드 지원 영화 대상으로 조건을 넣을 생각이다. 이에 정부지원대상 확대라거나 구체적으로 계획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한국 영화 시장이 지금 많이 침체되어 있고, 코로나 이전에 각 유통창고에서 매출이 일어나던 걸 회복해보자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거라 극장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걸 통해서 영화시장 전반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라면서 “어느 한 측을 위해 진행하는 정책은 아니다 라고 봐주시면 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업계별로는 찬반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극장가는 한국 영화업계의 부활과 OTT서비스와의 공정 경쟁을 위해 홀드백 기간 법적 제정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영화관 입장료 매출액의 3%는 영화발전기금으로 사용돼 독립영화와 신인 감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홀드백 법제화의 경우, 대형 극장 프랜차이즈의 수익성 확대에 집중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홀드백 규정이 오히려 정부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투자 매력도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 제작사, 투자자들은 극장 외에도 IPTV, OTT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수익창출을 실현하기를 원하는 상황이다. 이에 6개월이라는 제약은 불법사이트의 등장, 소비자 외면으로 수익창출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있다. 소비자정책단체인 컨슈머워치는 18일 논평을 내고 “‘홀드백’ 규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규제를 통해 개봉영화를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영화관, IPTV, OTT 업계 모두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할 때 경쟁력이 올라가고, 우리 영화산업의 발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