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진원 제공
= 콘진원 제공

[이코리아] 세계 게임시장에서 점유율 4위라는 위상을 지닌 한국의 게임산업이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부분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5일 ‘시각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 방안 연구’를 발간했다.

지난해 발간된 ‘장애인 게임 접근성 제고 방안 기초 연구’의 후속 연구로 진행된 이번 보고서는 색각이상을 포함한 시각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 또한 연구의 주체인 시각장애인이 해당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정리하여 점자로 제작·배포하였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관찰연구 결과, 이들은 스토리 파악과 게임 진행에 일부 어려움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게임 구매 의욕을 보이는 등 게임에 상당한 흥미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에 있어 상황 설명과 같은 일부 기능에 대한 불편이 나타났으므로 이에 대해 ‘로딩 피드백’, ‘길 찾기 기능’, ‘타이머 피드백’ 등을 활용한 기능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 나타났다. 이로써 게임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각장애인의 게임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콘진원 제공
= 콘진원 제공

조사에 참여한 시각 장애인들은 게임 이용의 불편 해소를 위한 기술 개발과 적용의 우선순위를 ▲자체 음성출력(37.3점) ▲자체 기타(진동 및 컨트롤러 등)(13.4점) ▲외부 스크린리더(10.8점) 순으로 응답했다. 또 현재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외부 스크린리더(22.2점) ▲자체 음성출력(15.7점) ▲외부 화면 확대(9.95점)를 꼽았다.

응답자들은 그 외 시각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크게 ▲게임 접근성은 전맹과 저시력 장애인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게임 접근성은 게임 장르에 따라 요구되는 수준이 다르다 ▲게임 개발 초기부터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게임 웹사이트와 게임 트레일러에도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스크린리더를 통한 접근성은 우선순위에 따라 제공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 보고서 갈무리
= 보고서 갈무리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콘텐츠산업진흥법, 장애인 차별금지법, 지능 정보화 기본법 등 각종 법률을 통해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에 명시된 내용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선진국에 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게임 콘텐츠 분야에서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얼마나 지원하고 있는지, 다양한 유형과 정도를 가진 장애인이 어떤 플랫폼과 장르의 게임을 얼마나 이용하고, 선호하는지 체계화된 조사 자료와 데이터를 근거로 한 정책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시각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로 크게 여섯 가지를 들었다. 우선 정책적인 부분으로는 지난 2011년 이후 최신화된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 있는 콘텐츠산업의 진흥에 관한 중·장기 기본계획에 장애인의 콘텐츠 접근권 보장에 관한 사항을 반영해 장기적인 정책 방향과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수립된 '문화 디지털 혁신 기본 계획 2025'에 반영된 장애인 관련 지원 내용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과 부처와 기관, 사업자 사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률적 근거만으로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에 대한 실효를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개발자, 사용자 지원 제도를 도입해 병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게임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게임 개발사와 이용자들이 인식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접근성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게임사업자에게 재정 지원이나 규제 적용 완화를 통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접근성 향상이 글로벌 마켓의 확대와 고령화 시대 여가 및 기능성 게임 시장의 선점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장애인의 게임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기업의 접근성 개선 노력은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를 촉진하는 투자와 홍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더해 게임사업자는 게임콘텐츠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시각장애인의 특화된 요구사항을 섬세하게 고려하고 반영해야 하며, 당사자들의 요구가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사회적 토대를 마련한 후에는 적정 수준의 접근성 의무화 준수 강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접근성 기준을 우수하게 준수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고, 반대로 최소 수준의 법정 접근성 기준을 이행하지 않아 장애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자는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EA 접근성 포털 = EA 누리집
EA 접근성 포털 = EA 누리집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지난 2010년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 법’(The 21st Century Communications and Video Accessibility Act)을 제정해 장애인의 디지털과 모바일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장애인이 ‘평등한 접근, 평등한 기회, 평등한 존중’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에 따라 XBOX, EA, 너티 독 등 주요 게임 개발사들은 장애인이 게임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해 출시하고 있으며 자사 홈페이지에 접근성 페이지를 따로 운영해 장애인이 자사의 게임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에 ‘장애인차별 해소법’을 제정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학계와 기업 단위에서도 배리어프리 e스포츠 사업, 취업 지원, 사회 실증 및 공동 창조 등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에 대한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2년부터 게임 스튜디오, 전문가들과 학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Game Accessibility Guidelines, GAG)을 만들어 꾸준히 발전시켜 오고 있다. 개발자들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권장 사항 등을 다양한 장애 영역별로 제공하고 있다.

= 스토브 상점 페이지 갈무리
= 스토브 상점 페이지 갈무리

한편 국내 게임산업 시장에서도 시각장애인 접근성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배틀그라운드(크래프톤), 로스트아크(스마일게이트), 검은사막(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 기업이나 인기 게임을 중심으로 색약 모드 지원, 저시력자를 위한 이미지 대체 텍스트 제공과 같은 게임 접근성 향상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플레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플로리스 다크니스(Flawless Darkness)’의 사례처럼 모든 게임 이용자가 같은 플레이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의 개발 사례도 소개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