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남부발전]
[사진-한국남부발전]

[이코리아] 한국남부발전이 글로벌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과 가스터빈 하자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다툰 중재판정에서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11월 한국남부발전은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되기 전에 균열이 발생한 가스터빈에 대해 계약서상 약정 품질이 미달됐다.”라며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냈다. 

남부발전의 발전설비업무편람에 따르면 ‘설계수명(Design Life)’이란 발전설비 수명에 대한 설계기준이 되며, 발전소 운전방식과 설계온도, 설계압력 등을 고려하여 주요 설비들이 충분한 신뢰도와 만족스러운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사진-실제수명과 설계수명 관계, 출처-한국남부발전]
[사진-실제수명과 설계수명 관계, 출처-한국남부발전]

발전설비의 실제수명은 기동정지 빈도, 설비운전시 설계기준 준수 여부, 유지보수 이행상태 둥 설비운영에 따라 수명의 증감이 발생한다. 그래서 실제수명 만료는 설계수명을 기반으로 설비 운영에 의한 수명의 증감, 성능 저하정도,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 둥 경제수명 및 운전수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남부발전은 “공급사인 GE는 손해배상으로 긴급복구비용과 케이싱 교체비용, 발전정지 손해액 등 327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GE측은 “하자보수 보증기간인 24개월이 지났고 소멸시효 5년도 넘은 상황”이라며 손해배상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중재원은 남부발전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중재원은 "설계수명 미달 사실만으로는 GE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중재원은 가스터빈이 설계 당시인  1997년 기술 기준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균열에 남부발전의 비정상적 운전도 이유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특히 최신 가스터빈의 경우 핵심 기술은 1500℃ 이상의 가혹한 운전조건에서 지속적으로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맥코이에 따르면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GE, 지멘스, 미쓰비시파워 등 3대 기업이 세계 시장의 96%를 점유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발전시장에 도입된 가스터빈이 전량 해외 제품인 까닭도 그런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사에 유리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부발전이 과거 제조사와 계약 체결 시 법률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상 중재 판정을 받는데 국내 발전사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대부분 제작사가 주장하는 기술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발전사에서 외국산 기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손정락 카이스트 교수는 “경쟁사가 많을수록 제조사의 강압적 태도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발전사 역시 기술적 사항이나 계약 관련해 면밀한 검토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한국형 가스터빈, 출처-한국서부발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한국형 가스터빈, 출처-한국서부발전]

실제 지난해 8월 한국서부발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선 세계 다섯 번째이자 국내 처음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가스터빈이 상업 운전을 본격화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외 업체들이 도외시하는 애프터서비스(A/S)시장을 노리고 있다. 로터(Rotor)는 400여개의 회전날개(블레이드)를 부착한 원통형 구조물로, 섭씨 1300도가 넘는 고온에서 분당 3600회로 초고속 회전하며 동력을 생산하는 가스터빈 내 핵심 기기다.

로터를 제때 수리하지 않으면 가스터빈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데, 로터 수명연장 비용은 1기당 수십억 원인 반면, 천연액화가스(LNG)발전용 가스터빈 1기당 가격은 300메가와트급(㎿) 기준 약 800억~1000억 원 규모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발전사들이 로터 수명연장을 요청해도 해외 업체들은 새 가스터빈으로 교체할 것을 종용하는 탓에 수 백억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반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월 한국남부발전과 가스터빈 로터 6기에 대한 ‘수명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남부발전이 최근 입찰한 로터는 미국 GE사의 가스터빈으로 알려졌는데, 두산에너빌리티는 GE사보다 약 70억원 낮은 가격에 응찰해 계약을 따냈다고 한다. 남부발전은 이번 계약으로 가스터빈을 약 10년 더 운전할 수 있게 됐다. 

<이코리아>는  가스터빈 하자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하여 한국남부발전 담당자에게 ‘설계수명 미달로 인해 배상을 받은 선례가 있었는지’와 ‘향후 서부발전처럼 국산 가스터빈을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문의하였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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