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SK온의 고분자복합계 전고체배터리 개발품. 사진=SK온
사진은 SK온의 고분자복합계 전고체배터리 개발품. 사진=SK온

[이코리아] 전기차 수요 회복 지연 등으로 주춤한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기업과 손을 잡는 등 차세대 먹거리 선점을 통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11일 2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배터리 기업인 SK온이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Solid Power) 황화물계 전해질 기술을 활용해 2025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파일럿 라인은 본격 양산에 앞선 시험생산 시설이다.

앞서 SK온은 지난 1월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종료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배터리다. 고체 전해질을 적용하면 화재 위험이 줄어들어 안전성이 높다. 또 배터리 무게 및 부피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리튬이온 배터리가 갖고 있는 용량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11년 설립된 솔리드파워는 대용량 셀 기술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우수한 고체전해질 제조 기술을 보유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SK온은 지난 2021년 솔리드파워에 30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투자,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는데 합의했다. 이후 양사는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다.

SK온은 협약에 따라 솔리드파워가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 셀 설계 및 파일럿 라인 공정 관련 기술 전부를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솔리드파워는 SK온에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공급하고 안정성과 성능이 뛰어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돕는다.

SK온은 그동안 고분자계·산화물계·황화물계 등 고체 전해질 등을 독자 개발해왔다.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자체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에는 단국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전도도를 갖는 산화물계 새로운 고체전해질 개발에 성공해 국내외 특허 출원을 마쳤다.

SK온 관계자는 11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현재로선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양사는 개발 이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협력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전해질로 싼 액체 대신 고가 금속을 사용하는 만큼 시장의 주류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업계에 따르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주요 원료인 황화리튬(LiS2)은 리튬이온배터리 전해액보다 150~200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고체 배터리가 출시돼도 한동안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따라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0년대 후반으로 가면 전고체 배터리로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와는 별도로 SK온은 최근 끊임없이 진화하는 급속충전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 8일까지 6만5000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성료된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급속충전 시간은 유지하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인 ‘어드밴스드 SF 배터리’, 급속충전 시간을 15분까지 단축시킨 ‘SF+ 배터리’, 저온 성능을 개선한 ‘윈터 프로 LFP’ 등 다양한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SF 배터리는 SK온이 2021년 처음 공개한 하이니켈 배터리로, 18분 만에 셀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또 SK온의 기술력을 접목시킨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SK온에 대해 보수적인 배터리 업황을 가정해 올해 극단적인 '상저하고'를 예측하는 전망이 나왔다. 

이진호·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온에 대해 “당사는 SK온의 실적을 2024년 1분기를 바닥으로 반등하는 극단적인 상저하고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980억 원으로 전분기(726억 원) 대비 개선을 전망한다”면서 “다만 전사 영업이익의 개선에도 배터리 부문의 올 1분기 실적은 크게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유는 올해 1분기 중 북미 라인 고객사 전환이 진행 중인 것에 따른 영향으로, 올 1분기 북미 라인 출하량 및 AMPC(미 IRA 시행에 의한 세액공제) 감소를 예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공장 내 포드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현대자동차용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이 가동 2년이 갓 넘은 조지아주 공장에 변화를 주는 건 포드의 전기차 수요 부진과 북미 생산 배터리가 필요한 현대차의 수요가 맞물린 영향으로 알려졌다. 

이·김 연구원은 또 “올해 1분기 라인 전환이 완료되면, 2분기부터 점진적인 물량 개선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글로벌 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에 대해 “셀/양극재 업종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가 2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연초 이후 지속된 조정으로 다운사이드 리스크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46파이,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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