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 사진=효성그룹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 사진=효성그룹

[이코리아] 국민연금이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향후 경영권 승계 사전작업으로 여겨지는 효성 인적분할 건의 변수로 작용할지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7일 제3차 위원회를 열고 효성·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중공업 4곳의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국민연금은 이달 15일에 열리는 효성의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놓고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또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놓고는 ‘감시의무 소홀과 과도한 겸임’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국민연금은 오는 14일에 열리는 효성티앤씨 주주총회 안건에서도 조현준 사내이사 선임의 건과 효성첨단소재 주총 조현상 사내이사 선임 건을 각각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효성중공업 감사위원회에 최윤수 위원을 선임하는 건은 찬성하기로 했다. 

효성그룹은 그룹 지주회사를 인적분할하며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이 한창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계열분리 수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 구성을 그대로 두는 인적분할을 택함으로써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효성의 분할 비율은 존속회사 0.817, 신설회사 0.182이고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6월 14일(주주확정 기준일 4월 30일), 매매정지 기간은 6월 27일부터 7월 28일이다. 분할 기일은 오는 7월 1일, 변경 상장 및 재상장일은 7월 29일이다.

자료=효성그룹
자료=효성그룹

상반기 중 조현준 회장이 존속법인 ㈜효성을, 조현상 부회장이 신설법인 '효성신설지주(가칭)'를 맡아 각각의 지주사를 거느린다는 게 인적분할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효성그룹은 크게 장남인 조 회장이 이끄는 존속지주회사인 '효성-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TNS'와 삼남인 조 부회장이 이끄는 '신설지주회사와 효성첨단소재' 2개로 양분된다.

지분율을 높고 보면 효성보다는 효성첨단소재 주총의 결과에 관심이 더 쏠린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효성의 주총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 21.94%, 조현상 부회장 21.42%, 조석래 명예회장 10.14% 등 특수관계인 지분 총합이 56.10%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효성 지분 6.2%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이 경영할 신설 지주회사의 주력 계열사는 효성첨단소재다. 이에 이번 주총에서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통과가 중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 효성첨단소재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효성 22.25%를 비롯해 특수관계인이 45.74%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지분율은 각각 9.05%와 46.17%로, 소액주주들이 모두 국민연금 손을 들어준다고 가정할 시 9.48%p가 앞서게 된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효성첨단소재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효성첨단소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2년 8.2%에서 지난해 5.4%로 낮아졌다. 또 효성첨단소재는 자산이 3조원이 넘지만 부채비율이 304%로 높은 수준이라, 계열분리 후 모회사로부터 지원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 

다만 시장은 분할 시 효성첨단소재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주가는 지난달 23일 32만2000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이달 8일 35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해 지난 한달 간 약 5.52% 상승한 상태다. 

인적분할을 통해 각각 기반이 마련되면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 승계와 친족간 독립경영 승인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식적인 계열 분리가 이뤄지려면 인적분할 이후 형제간 지분을 맞교환하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친족 분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기존 지주사인 효성의 주주들은 인적분할을 두고 ‘쪼개기 상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치의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인적분할이 물적분할과 달리 존속회사 주주도 신설회사 주식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소액주주가 상대적으로 덜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자사주의 마법’이나 현물출자 등 여러 수단을 악용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앞서 효성그룹은  이사회를 통해 분할 회사가 소유한 자사주 116만1621주(5.51%)에 대해서 “분할 및 재상장이 완료되기 전에 분할회사의 결정으로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하거나 소각할 수 있음”을 표기했다. 

이와 관련해 효성의 주가는 인적분할 계획 공시 이후 하락 추세이다. 6만4000원대의 효성 주가는 지난 한달 간 약 7% 가량 하락하면서 8일 오후 2시 기준 5만8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향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간의 지분스왑 및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처리, 베트남 법인 내 사업 양수·양도 등 계열분리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액션은 긴 시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10년 전 경영권을 두고 '형제의 난'을 겪었지만 조현준 회장이 2017년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이후 2018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조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공동 경영이 시작됐다. 효성 측이 그룹내 지주사를 추가 신설해 형제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함은 추후 경영권 분쟁의 여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신설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해 조 명예회장이 두 아들에게 지분을 균등 배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조석래 명예회장의 남은 지분 향방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형제의 난' 불씨는 남아있다는 평가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효성의 분할 결정은 효성그룹의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분할 이전과 비교할 때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분할 이후 조현준 부회장과 조현상 회장은 효성과 효성신설지주의 지분을 변함없이 보유하고,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의 보유 지분율 역시 변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효성그룹의 명확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 △조현준 부회장과 조현상 회장의 효성·효성신설지주 지분 스왑 과정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분할은 각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과 효성화학에 대한 증자 참여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나 (효성의) 주가에는 다소 부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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