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이코리아] 돌봄서비스 인력 부족 및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현재 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 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향후 고령화에 따라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절대적인 돌봄서비스 인력 부족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돌봄서비스직의 노동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71만명, 2042년 61~155만명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2042년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은 수요의 30%밖에 채우지 못할 수 있다. 

돌봄서비스직 노동 수급이 불균형해지면서 비용 부담 또한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월평균 간병비는 지난해 기준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224만원)의 1.7배에 달한다. 40~50대 가구의 중위소득(588만원)과 비교해도 60%를 상회해 자녀 가구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육아서비스 부담도 마찬가지다. 전일제 맞벌이 부부는 하루 최소 10시간 이상의 가사 및 육아 도우미 사용이 필요한데, 이 경우 관련 비용은 지난해 기준 월 264만원이다. 이는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한은은 이처럼 높은 돌봄서비스 비용 부담으로 인해 ▲비자발적 요양원 입소 ▲여성의 경제활동 제약 ▲저출산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더라도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1%에 달하는 국내 사정상 비용 부담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과거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다. 고용노동부 또한 지난 2019년 입장문을 통해 “ILO가 규정한 '근로자의 국적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균등한 대우를 한다'는 협약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ILO 협약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돌봄서비스 비용 부담을 낮출 방안으로,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행법상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을 적용받지만, 일반 가정이 직접 고용한 ‘가사사용인’은 근로관계 법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인 간의 사적 계약에 국가가 일일이 개입하기 어렵고 가사사용인의 법적 지위도 근로자와 개인 사업자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 이러한 방식은 이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해당 국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은 시간당 1700~2800원 수준으로 한국(1만1400원)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해법은 과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해당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것이다. 한은은 “이 방식은 별도의 법 개정 없이 현행 제도하에서 시행 가능한 데다, ILO 차별금지협약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라며 “ 재가요양 뿐만 아니라 시설요양에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간보험회사 등이 관련 산업에 진출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은의 주장은 이미 정부와 국회 등에서 논의된 내용이다. 실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해 3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지난해 5월 국무회의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와 서울시가 협력해 올해부터 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범사업이 시작되지만 결국 비용이 장벽”이라며 “현재 방안대로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월 200만원이 넘어서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신중한 한국은행이 이런 의견을 낸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라며 “시장의 작동 원리를 무시하고 이상만을 좇았던 과거 비정규직법과 임대차 3법이 도리어 저소득층을 옥죄었던 우(愚)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은의 제안이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우선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 최저임금위원회가 OECD 회원국 26개와 비회원국 15개 등 41개 국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미국·일본의 경우 직종·산업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지만 국적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다.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인해 국내 가사노동자의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캐나다의 경우 지난 2002년 임시 외국인 근로자 제도(TFWP)를 도입하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대 15%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내국인의 실업률이 올라가고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하락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2013년 캐나다 최대은행인 캐나다왕립은행(RBC)이 45명의 정규직원을 해고한 뒤 이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결국 캐나다 정부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중단하게 됐다. 

이민정책과 돌봄서비스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의 문제는 사회적 영향이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노동계의 경우 한은의 주장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돌봄 노동자들은 이미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노출돼 있다”며 “더 낮은 임금과 더 열악한 노동조건의 이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또한 논평에서 “시장 논리만을 따른 최저임금 제외,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임시방편'식 정책은 불필요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뿐”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입과 예산 편성으로 돌봄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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