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2위와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며 자산운용업계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 462곳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1조5565 억원으로 전년(2조9078억원) 대비 4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가장 높은 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171억원으로 전년(5262억원) 대비 20.7% 감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법인 등 계열사들의 지분법 관련 평가이익이 다소 줄어들면서 순이익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경쟁사와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져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이익은 2위부터 8위까지의 순이익을 모두 더한 것(4081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다음으로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889억원)이었으며, 그 뒤는 삼성자산운용(796억원), KB자산운용(598억원), 이지스자산운용(584억원), 맥쿼리자산운용(507억원) 등의 순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2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순이익은 약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 2022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잠시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당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1조65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 다만 이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일회성 이익으로,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1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게 된 동력으로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꼽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외 총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말 기준 300조원으로 미국·베트남·브라질·영국·인도·일본 등 16개 지역에서 운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120조원이 해외에서 운용 중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2023년 당기순이익. 자료=금융투자협회
국내 자산운용사 2023년 당기순이익. 자료=금융투자협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에 직젖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캐나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호라이즌스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의 글로벌엑스, 호주ETF시큐리티스 등을 인수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글로벌 ETF는 570개 이상으로, 총 순자산만 141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ETF 시장 규모(120조원)보다 크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독주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최근 불거진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손실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약 1800억을 미국 보스턴의 한 고층 빌딩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일부 매체에서 해당 건물을 본사로 쓰던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이 이전하는 등 공실률이 높아지고 건물가치가 하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올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해당 건물에 투자했는데,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한 중순위 대출채권(메자닌)을 매입하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졌던 탓에 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것.

다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까지 원금 손실 이슈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다올자산운용은 직전 차주인 포티스 프로퍼티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추가 출자를 통한 담보권 실행으로 빌딩을 인수하고 임대, 리노베이션, 매각 등 주요 운용권한을 확보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본격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인 글로벌 하버베스트 등 신규 임차인 유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현재 대주 등 이해관계자와 원만한 협의로 임차인 유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선순위 무보증사채를 AA(안정적)으로 평가하며, “우수한 브랜드 인지도 및 계열 내 연계영업을 바탕으로 국내 자산운용업계 최상위권의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신평은 “운용 중인 AUM 규모가 크고, 이에 따라 수수료수익 중심의 안정적 수익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최상위권의 시장지위와 낮은 고정비 부담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우수한 영업실적 시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신평은 이어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여타 자산운용사와 달리 회사는 다수 해외법인 운영과 해외 운용사 인수 등을 통해 해외영업을 확대해 왔으며, 이로 인한 지분법 손익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해외 자회사 실적 및 고유재산 투자성과에 따른 이익변동성은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수수료이익 규모가 판관비의 15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어 기본적인 영업수익성은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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