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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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금융지주사들이 앞다퉈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남초’ 직종으로 꼽히는 금융지주사 및 시중은행에 ‘여풍’이 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송수영 사외이사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대신, 여성 사외이사 2명을 새로 선임해 기존 6명이던 이사회 규모를 7명으로 확대하는 한편, 여성 비중도 더 높이게 됐다. 

이 교수는 1972년생으로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를 취득한 뒤,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현재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 인공지능신뢰성센터 소장,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브랜드 및 ESG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1982년생인 박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한 후 2011년 카이스트(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2018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2020년부터 현재까지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박 교수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에서 자문,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등 금융산업, 경제, 디지털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하나금융지주도 여성 사외이사를 충원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추천위원회(사감추위)는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이사,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추천했다. 

윤 전 부사장은 1963년생으로 중앙대 전산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제6대학 전산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미라콤아이앤씨 대표이사, 삼성 SDS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정보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사는 ‘남초’ 현상이 극심한 대표 업종으로 꼽혀왔다. 지난 2022년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은행지주사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지 않다. 

실제 KB·신한·우리·하나·농협·BNK·DGB·JB 등 8개 은행지주사 사외이사 57명 중 여성은 12명으로 전체의 21.1%에 불과하다. KB금융의 경우 전체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여성이사 수 및 비중이 8개 은행지주사 중 가장 높다. 하지만 농협·신한금융이 각각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고 있을 뿐, 나머지 5개 지주사는 모두 여성 사외이사가 1명뿐이다. 

하지만 우리·하나금융이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게 되면서 여성 비중도 소폭 오르게 됐다. 우리금융은 첫 여성 사외이사였던 송수영 이사가 임기 만료로 물러난 자리에 새 여성 이사 후보 2명을 동시 추천하면서 성(性) 다양성을 개선했다. 하나금융은 기존 원숙연 사외이사에 더해 윤심 후보가 추가되면서 여성 사외이사가 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은행지주사뿐만 아니라 은행권에도 새 여성 행장이 등장하는 등 여풍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앞서 토스뱅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1일 이은미 전 DGB대구은행 경영기획그룹장(사진)을 차기 대표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가 행장으로 취임하면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장에 이어 네 번째 여성 은행장이 된다. 

이처럼 은행권이 여성 인재 영입이 나서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뒤 여성 임원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사외이사에 편중돼있기 때문. 

특히 시중은행의 경우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5대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임원 중 사외이사가 아닌 경우는 9명뿐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곽산업 디지털사업그룹 부행장 등 3명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으며, 하나·농협은행이 2명, 신한·우리은행은 1명뿐이다. 여성 행장을 선임한 것 또한 특수은행이나 인터넷은행, 외국계은행 뿐, 5대 은행에서는 여성 리더가 나온 적이 없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금융권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된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성 다양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글로벌 투자기관은 투자 대상 기업의 성 다양성을 주요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지난 2021년부터 투자 대상 기업에게 여성 이사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도록 요구해왔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직원 퇴직연금(CalSTRS) 또한 지난 2022년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기업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전체 이사진 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구성 변경으로 전문 분야, 성별 등 다양성이 더욱 확장된 만큼 우리금융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하나금융에서 시작된 여풍이 금융권 전체의 성 다양성 제고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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