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현대해상이 장기보험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주주환원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일부 증권사에서는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난 23일 현대해상은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8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1% 감소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특히, 4분기 당기순이익은 1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5%나 감소했다. 매출은 15조919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1조264억원으로 같은 기간 42.4% 줄어들었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업계 ‘빅5’ 중 현대해상의 순이익 감소율은 가장 크다. 삼성화재는 전년 대비 19.1% 증가한 1조75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했고, 메리츠화재는 1조5748억원(25.2%)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KB손보(7529억원) 또한 35.1%로 빅5 중 가장 높은 순익 증가율을 보이며 현대해상과의 격차를 500억원대로 좁혔다. 현대해상처럼 지난해 역성장한 곳은 빅5 중 DB손보(1조5367억원, △21.1%) 뿐이다.

현대해상의 실적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장기보험 손익이다. 현대해상의 장기보험 손익은 2488억원으로 전년 대비 77.2%나 급감했다. 회사 측 예상보다 보험금 손해액이 커 예실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 현대해상 관계자는 “독감·호흡기질환 증가에 따른 실손보험금 손해액 상승과 4분기 손실부담 관련 비용 인식 등이 장기보험 손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은 연말 장기 보험 계리적 가정 조정에 따라 손실부담계약 비용 4808억원이 반영되며 보험 손실이 227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기 때문”이라며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 및 이에 따른 연말 계리적 가정 변경, 손실 비용 인식 등은 업계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현대해상은 그 폭이 경쟁사 대비 크게 나타난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해상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조용일·이성재 각자대표의 ‘투톱체제’가 구축된 이후 처음이다. 실제 조 부회장과 이 사장은 각자대표이사로 취임한 지난 2020년 이후 꾸준히 현대해상의 실적 증가를 이끌어왔다. 투톱체제 출범 전인 2019년 2504억원이었던 현대해상 순이익은  2022년 5609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새 회계제도(IFRS17)를 적용한 2022년 순이익은 1.2조원 수준이지만, 올해 실적이 하락하면서 ‘1조 클럽’에서도 빠지게 됐다. 

지난해 예상 밖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 하락 부담이 주주환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해상은 ▲현재 자본비율이 낮고 ▲향후 경제적 가정 변경의 부담도 크며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도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주주환원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4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하향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의 보험계약마진(CSM) 조정 등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은 개선될 가능성이 크나,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서는 자본 안정화 및 실적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2023년 주당배당금(DPS)은 2063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는데, 아직까지는 재무적인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실적과 자본 개선이 현실화될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지난해 부진은 예실차 손실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 만큼 올해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주환원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순익 감소는) 일시적 영향에 따른 기저효과로 2024년 이익은 경상적인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2024년 현대해상 순이익을 41.5% 증가한 1.14조원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순이익 증가분만큼 DPS에 반영하겠다는 사측의 의지가 보여 2024년 DPS는 기대하는 수준이 충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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