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최근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 화장품, 제약회사에 처리 비용 지불을 강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출처=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공식 엑스닷컴 채널 갈무리
유럽연합(EU)이 화장품 업체들의 미세플라스틱을 첨가한 화장품 판매 금지에 이어 미세플라스틱 처리 비용도 부담하게 할 방침이다. 출처=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공식 엑스닷컴 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유럽연합(EU)이 화장품 업체들의 미세플라스틱을 첨가한 화장품 판매 금지에 이어 미세플라스틱 처리 비용도 부담하게 할 방침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사회를 통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초안은 이사회와 의회의 승인 이후 최종 확정된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화장품 판매 기업과 의약품 기업들에게 하수도 처리 시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비용을 부담시키기로 했다. 해당 지침에는 하수와 처리된 하수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까지 감시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로 매우 작아 처리가 어렵고 해양 생물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할 수 있어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도 어패류 섭취 등을 통해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35년까지 인구 1000명 이상의 도시 지역 하수 처리에 새로운 미세 오염물질 기준을 적용하고 오염 물질 처리에 드는 추가 비용의 80%를 배출 기업에 부과하기로 했다. 나머지 20%는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2045년까지는 1만 명 이상이 사는 모든 처리장에서 질소와 인을 제거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화장품과 의약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미세플라스틱 처리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에 따라 회원국들은 오는 2026년까지 관련 규정 이행 프로그램을 제출해야 할 뿐 아니라 미세플라스틱과 분해가 느린 화학물질을 비롯해 항생제 내성 물질 등 주요 지표에 있어 하수도를 관리할 의무가 생긴다.

앞서 유럽은 지난해 10월 EU 화학법인 REACH(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허가, 제한)에 따라 화장품을 비롯해 세제, 장난감, 의약품·의료기기, 비료 등 제품에 고의로 미세 플라스틱을 첨가한 경우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화장품 산업에선 유화제나 각질제거제 등의 독특한 질감 구현을 위해 미세플라스틱이 널리 사용돼왔다. 

화장품의 경우 스크럽 제품 등 미세 플라스틱을 첨가한 화장품부터 적용된다. 신규 조치 채택 20일 후인 지난 10월 15일부터 일부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가 시행되고 있다. 다만 스크럽제를 제외한 기타 화장품의 경우는 약 4~12년 유예기한을 설정했다. 관련 업체들에게 대안 개발 및 전환을 위한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2030년까지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30% 줄이겠다는 '제로 오염 실행 계획(Zero Pollution Action Plan)'을 공표한 바 있다. 유럽 ​​화학물질청(ECHA)은 새로운 금지 조치에 따라 약 50만 톤의 미세 플라스틱 배출이 방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유엔환경계획(UNEP)도 전 세계적인 조치 마련에 나섰다. UNEP는 '플라스틱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 오염의 예방, 점진적 감소 및 제거'를 명시한 일명 '플라스틱 협약 초안'을 지난해 9월 발표했다. 해당 협약의 최종안은 오는 11월, 우리나라에서 5차 회의 후 공개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 관련해 국내 화장품 업계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도 지난 2017년부터 샴푸, 스크럽제처럼 씻어 내리는 화장품에는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로션이나 색조화장품, 반짝이는 펄 파우더 등 바르는 화장품에는 여전히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국내 뷰티업계 대표 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국내에서 규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발빠르게 환경 친화적인 성분을 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4년부터 워시오프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배제하고 있다. 2018년에는 그 기능을 대체할 새로운 소재인 사탕수수 유래의 생분해 고분자를 도입한 화산석송이 복합 분체를 개발해, 이니스프리의 ‘수퍼 화산송이 모공마스크 2X’ 제품 적용을 시작으로 2022년에 새롭게 AD된 ‘수퍼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에도 지속 적용해오고 있다. 또한 해당 제품은 신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절감을 위해 자사 공병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50%를 적용해 제품의 환경 영향을 줄여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재활용 플라스틱 적용 확대 및 포장재 경량화 등을 통해 2022년 기준 신규 석유 유래 플라스틱 1080톤을 감축했다. 그중 헤라의 ‘스킨 래디언트 글로우 쿠션’에는 아모레퍼시픽 쿠션 제품 최초로 재활용 플라스틱 50%를 적용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6년 환경을 고려한 포장재를 적용하기 위해 '그린패키징 가이드'를 개발·시행하고 있다. 포장재의 외형과 중량은 물론 재질, 재활용성 등을 점수화해 신제품 출시 전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척도다. 점수에 따라 그린레벨 1~3등급을 부여해 체계적인 관리와 개선이 가능하도록 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과 치약에 이어 2018년 8월부터 모든 섬유유연제에 일명 '향기 캡슐'인 미세플라스틱 성분을 넣지 않고 있다. 생활화학제품 관련 미세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마련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한국콜마의 경우 2022년 색조화장품에 사용되던 미세플라스틱을 친환경 성분인 '실리카'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파우더 제형이 포함되는 기초화장품 제품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코스맥스는 2030년부터 전 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기존 생산 제품(2021년 이전 등록 및 처방 제품)에 대해서도 사용을 중단할 예정이다. 오는 2027년부터는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신규 원료 등록을 제품 타입과 관계없이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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