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제13차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지난 2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제13차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이코리아]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맞선 전공의들의 대거 파업으로 의료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방침까지 밝혔는데, 이에 시장에서 ‘원격의료’ 테마주가 주목받고 있다.

22일 의료계가 대대적인 파업에 나서면서 원격의료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최근 급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인성정보는 한 달 전 3015원에서 22일 오후 1시 기준 5360원에 거래되면서 최근 1개월(1월 22일~2월 22일) 사이 주가가 76.45% 급등했다. 비슷한 원격의료주로 꼽히는 케어랩스(57.75%), 유비케어(31.95%), 비트컴퓨터(31.93%) 등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주가가 뛰었다. 의료대란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시장에서는 관련종목들의 ‘빚투’도 늘고 있다. 인성정보의 경우 20일 기준 신용잔액이 113억원으로 한 달 사이 189.7%나 늘었다. 

정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2일 브리핑에서 “지난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275명(74.4%)이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024명(64.4%)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47개 수련병원에서 현장점검을, 53개 병원에서는 제출 자료를 토대로 이같이 집계했다. 사직서 제출 전공의 수는 전날보다 459명 늘었고, 근무지 이탈 전공의 수는 전날보다 211명 늘었다. 

앞서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만성, 경증 환자분들이 의료 기관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집단 행동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며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  비대면 진료를 대폭 풀겠다는 방침도 밝히면서 관련한 시장 종목들이 부상한 것이다. 

원격의료 관련 종목으로는 유비케어, 인성정보, 셀바스헬스케어, 비트컴퓨터, 이지케어텍, 인피니트헬스케어, 케어랩스, 라이프시맨틱스 등이 있다. 

유비케어는 모바일 진료 예약 서비스 '똑닥' 운영사인 비브로스 지분 44.42%를 보유하며 EMR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인성정보는 계열사 하이케어넷을 통해 해외시장에 홈케어 솔루션, 원격진료 플랫폼, 보험 수가 기반 원격모니터링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트컴퓨터는 다양한 규모의 의료기관에 의료정보시스템을 개발 및 공급 중인데, 지난해 EMR 연동 비대면 진료 플랫폼 '바로닥터' 서비스를 출시했다. 케어랩스는 국내 1위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자회사 '굿닥'은 모바일로 주변 병원과 약국 찾기, 접수, 예약, 비대면 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유행기 중 소비자들의 비대면 지료 경험도가 높아지면서 편의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이미 다수의 국가에선 원격의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산업 초기인 만큼 의료계 반발에 따른 정책 변동 리스크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으로도 원격의료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기업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23.2% 성장해 3조4243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선진국(G7) 국가들의 경우 원격의료와 관련해 모두 주치의 제한이 없으며,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초진도 모두 원격으로 가능하다.

이들 국가의 약 배송 현황은 어떻게 될까?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는 처방용을 포함해 실물약국 등록 약사가 온라인 판매 및 의약품 배송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일반용 의약품 인터넷 판매 및 처방 의약품 배송과 원격 복약지도를 허용 중이다. 미국은 마약단속국 제한 의약품을 제외하고 모든 의약품의 배송이 허용되며, 캐나다는 일반용 및 처방용 의약품 배송과 비대면 복약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과거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정부와 산업계 간 의견 차이로 빈번히 실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지난 2020년 3월 전화상담 및 대리 처방 등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코로나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된 이후에도 정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은 지난 12월 15일 시행하며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위한 정책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비대면 진료 보완 방안은 의사가 환자와 협의해 팩스 또는 이메일 등 처방전 전송 방식을 결정한다. 수령 방식은 본인 수령, 대리 수령, 재택 수령 등으로 결정하되 재택 수령 방식은 산간벽지 및 섬 환자, 65세 이상 노인 등 취약계층, 장애인,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정된다. 

하지만 시범사업 추진에도 불구하고 그 규제가 전혀 풀리지 않은 요소가 있다. 약 배송이다. 처방전에 따라 제조된 의약품을 수령, 복용하는 것이 사실상 진료 전체 과정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 배송 전면 금지는 비대면 진료 정착의 핵심 요소로 거론된다.

의약품보다도 훨씬 더 높은 신선도가 보장돼야 할 수산물마저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배송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효용성과 편의성을 위한 약 배송 허용법은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유기업원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약 배송 허용법' 정책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으로 코로나19 3년 기간 동안 약 1379만 명이 약 3661만 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재택치료 건수를 제외하고도 736만 여건으로 일반 의료소비자의 비대면 진료 선호 현상을 대변하는 수치다.

자유기업원 윤주진 정책전문위원은 “비대면 진료는 이미 국민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의료 서비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면서 “22대 국회에서 국내 비대면 진료 산업의 발전을 위해 약사법 50조1항의 폐지 또는 개정, 시행령을 통한 보완 등의 정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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