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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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좀처럼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는 모양새다. 플랫폼과 대형보험사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어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7개 핀테크사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는 이달 19일까지 한 달 간 약 12만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6100건에 불과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이용자 수는는 앞서 출시된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서비스의 한 달간 이용자 수(13만6000명·1월 9일∼2월 7일)와 비슷하다. 하지만 보험계약 건수로 비교하면 대환대출 실행 건수(2만3598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루 약 190건의 보험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출시 초기의 기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보험 계약건수 확대를 위해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으며, 계약건수 차이는 계약 만기일이 도래한 경우에만 가입이 가능한 자동차보험 특성에도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보다 낮은 금리로 즉시 갈아탈 수 있는 주담대와 달리, 자동차보험은 계약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경우 새 상품에 가입하기 어려워 실제 계약 체결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주담대의 경우 대환대출 플랫폼뿐만 아니라 각 은행 앱이나 창구를 통한 대환대출 실행 건수도 통계에 포함된 반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경우 플랫폼을 통해 상품 비교만 하고 실제 가입은 CM채널을 통해 한 사례가 포함되지 않아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초기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플랫폼과 보험사 간의 수수료 갈등을 꼽고 있다. 이용자가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사가 플랫폼에 3%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되는데, 대형보험사의 경우 수수료를 보험료에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플랫폼에서 가입할 경우 소비자는 더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한다. 보험사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겠다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실제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은 기존 CM채널과 플랫폼에 같은 요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자동차보험 시장의 85%를 점유한 손보업계 ‘빅4’(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는 플랫폼에 별도 수수료를 반영한 별도의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형사 중심의 과점체제를 뚫고 점유율을 올려야 하는 중소형사에게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기회의 창이지만, 대형사로서는 굳이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를 반길 이유가 없기 때문. 대형사는 플랫폼을 통해 보험상품을 홍보하는 효과는 누리면서도 가입은 자체 채널로 유도하는 만큼 아쉬울 것이 없다. 

물론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플랫폼이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 토스의 경우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소 핀테크사의 경우 수수료율을 인하하면 서비스 유지가 어려워지는 만큼 쉽게 조정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과 보험사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금융당국도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금융당국은 펫보험을 시작으로 여행자·저축성·실손보험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갈 계획이지만, 수수료를 둘러싼 보험사-플랫폼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위는 “보험사와 핀테크사는 그간 이용자들이 불편사항으로 지적한 사항들을 조속히 개선하고, 서비스 편의성을 지속 제고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정확한 보험료 산출을 위한 정보공유 항목 확대를 검토하고, 수수료 체계 개선방안 등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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