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테무 공식 엑스닷컴 계정 갈무리
출처=테무 공식 엑스닷컴 계정 갈무리

[이코리아]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한국 시장도 이들 업체의 이용자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어 정부와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쇼핑몰 업체 테무가 아마존을 제치고 작년 미국 모바일 쇼핑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테무는 2023년 북미, 유럽, 중남미, 중동 등 여러 시장에서 세를 확장해 다운로드가 23배나 증가한 3억2000만 건을 돌파하며 처음으로 아마존 쇼핑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되고 가장 빨리 성장한 이커머스 앱으로 기록됐다.

또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에선 쉬인이 3위, 안드로이드 사용자들 사이에선 쉬인은 2위, 알리익스프레스는 10위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테무는 작년 한 해에만 17억 달러(약 2조2698억 원)에 이르는 온라인광고 비용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테무 뿐만 아니라 알리 익스프레스도 작년 한 해 12억 5962만 달러(1조6816억 원), 쉬인 10억 달러(1조355억 원)에 달하는 돈을 광고비로 썼다. 

프로모션 제품회사 펜스닷컴(Pens.com)에 따르면 테무는 올해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LVIII의 광고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광고로 선정되었으며, 11일 당일 미국 내 검색량 1139%로 폭증했다. 펜스닷컴은 “테무가 이미 미국에서만 월평균 460만 건의 온라인 검색량을 기록하는 등 미국 내 대표적인 쇼핑 앱 자리를 굳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 이커머스가 글로벌 쇼핑시장에서 급성장한 이유로는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격적인 광고 물량과 함께 초저가 전략으로 수혜를 누린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한국 시장은 어떨까.

중국 플랫폼 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는 같은 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제치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 연속 신규 설치 쇼핑 앱 1위로 집계됐다. 지난 1월 기준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합하면 1019만명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비자의 국가별 해외 직구 점유율에서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앞지르며 1위에 올랐다. 중국은 3조2873억 원으로 전년보다 121.2% 폭증했다. 전체 직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테무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3위 종합 쇼핑몰 앱 자리에 올랐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에 국내에 진출했다. 최근 배송 기간을 크게 단축하면서 지난해부터 급부상해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테무의 경우 지난해 7월 한국시장에 공식 진출 했는데, 반년 만에 이용자가 10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쿠팡이나 지마켓의 이용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고, 네이버의 쇼핑 거래액은 증가율은 둔화됐다. 

이렇듯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최근 정부와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중국 플랫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비공개로 중견기업정책관 주재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는 한국유통학회와 네이버, 쿠팡, 11번가, 지마켓, 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관계자들이다. 

주제는 해외 플랫폼 진출에 따른 국내 온라인 유통산업 영향이었는데, 참여 업체들은 역차별과 불공정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업체들이 짝퉁을 판매하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것과 달리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통관 절차 외에는 마땅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기업들과 동등한 조건의 경쟁이 이뤄져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 차원에서 제품 상태, 배송 등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가품과 저품질 제품이 유통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아직 국내에 반품이나 피해 보상 등을 처리할 사후 서비스 시설이 없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들어온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불만 신고는 465건으로 전년(93건)에 비해 5배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불과 한 달 만에 지난해 전체의 3분의 1인 150여건이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배송 지연, 오배송, 상품 누락, 배송 중 분실을 포함한 계약불이행이 226건으로 전체 49%를 차지했다. 배송 지연으로 주문 취소를 했는데도 반영되지 않거나 제품이 배송된 이후 반품할 때 약속한 무료 반품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주를 이뤘다. 

이밖에 계약해제·해지 이후 환불 거부 등이 143건(31%), 가품이나 제품 불량·파손과 같은 품질 불만은 82건(18%)으로 집계됐다.

소비자연맹은 저가상품 구매 비중이 높은 특성상 소비자의 문제 제기 시 판매자가 반품 없이 곧바로 환불 처리하거나 소비자가 아예 환불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연맹은 “해외사업자는 국내법을 위반해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2월 품질 보증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짝퉁’(가품) 근절을 위해 앞으로 3년간 100억 원을 투자하고, 한국브랜드 보호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지적 재산권 보호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 한국에 물류 센터를 열고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테무도 구매 후 90일 이내 무료 반품과 전액 환불을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지금은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수익을 내야하기에 이런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가격을 올리거나, 마케팅비를 줄이는 등 수익을 거둬들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결국 중국에서 생산된 물건을 가져다가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중국 플랫폼들이 국내 물류센터를 짓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경우 이들과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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