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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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매각 작업이 무산된 가운데 하림과 인수 결렬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정부기관·업계에 따르면 HMM의 매각 측인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와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7주간의 협상을 이어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6일 매각 결렬을 선언했다. 

결렬 배경의 핵심은 경영권에 대한 이견이다. 하림 측은 6조 원 넘게 내는 만큼 경영권을  보장받고자 했으나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관리 감독 필요성을 내세웠다. 이 외에 인수자의 자금 조달 능력도 결렬 원인의 한 축이다. 실제 자금 조달 능력을 의심받았던 하림이 채권단이 보유한 1조6800억 원어치 영구채 전환 유예를 통해 추가 배당금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HMM 노조는 “해운업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유보금이 하림그룹의 인수금융 이자와 빚 갚는 데 쓰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며 파업도 불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됐다. HMM은 당분간 채권단 산하에서 중장기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 변동성이 줄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거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HMM은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 추진”이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HMM이 14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4010억 원, 영업이익 5849억 원, 순이익 1조62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2년보다 매출은 54.8%, 영업이익은 94.1%, 순이익은 90.1% 각각 줄어든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1조63억원으로코로나 특수기간(‘21~’22년)을 제외하면 최대 이익이다. 

HMM은 “실적 감소는 수요 둔화 및 공급 정상화에 따라 전 노선에서 운임하락이 지속됐기 때문”이라며 “15분기 연속 흑자로, 영업이익률은 7.0%로 글로벌 선사 중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HMM은 올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인수할 예정인데, 다음 달 우선 1척을 도입해 초대형 선박 투입으로 원가를 내리고, 효율성을 키울 방침이다. HMM은 “초대형선 투입에 따른 원가 하락, 체질 개선에 따른 효율 증대, 수익성 높은 화물 영업 강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홍해 사태로 해상 운임이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마스 소탕을 위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쟁을 비판하며 홍해를 오가는 선박을 공격했고, 해당 항로는 사실상 막힌 상태다. 홍해/아덴만 사태가 장기화 조심을 보이며, 컨테이너선사들은 희망봉까지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고조되면서 부산항을 기점으로 하는 세계 13개 주요 항로 컨테이너운임지수는 10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주엔 전주 대비 3.55% 오른 2,831을 기록했다. 홍해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1FEU(12m 컨테이너)당 5005달러를 기록하며 10주 연속 상승세다. 미주 동안 운임도 6652달러로 고공행진 중이다. 여기에 남미와 유럽을 잇는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하루 통행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정기용선료는 지난 해 3~4월 기계적 반등이 나오기도 했지만, 선박공급과잉 영향으로 12월까지 약세를 지속했다”면서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시점 이후에도 약세를 보이던 정기용선료는 12월 하순부터 반등해 66.67에서 2/9일 84.89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점대비 27%나 상승했고, 운송거리가 약 30% 가량 늘어나며, 정기용선료가 오르고 있는데, 이는 컨테이너선의 공급과잉이 조기해소되고, 발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 여파로 대표적인 컨테이너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2월 중순부터 상승하고 있는 만큼 HMM의 실적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 운임과 실적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중동불안으로 유럽 및 미주 동안 서비스 투입 선박의 증가로 공급 압력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 “선사들은 5월 전까지 현재 운임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SCFI가 현 수준이 유지될 경우 동사 실적은 급증할 것으로, 당사는 올해 1분기 평균 SCFI 1,800p 수준에서 HMM의 영업이익은 9000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글로벌 해운 동맹에 재편도 이뤄지면서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2월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특정 항로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선사끼리 운임과 운송 조건 등을 협정하는 해운 동맹이 재편되면서 HMM의 경쟁력 악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세계 5위의 독일 '하팍로이드'가 내년 2월부터 '제미니 협력'이라는 새로운 해운 동맹을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HMM은 '디얼라이언스' 소속이다. 여기에는 하팍로이드도 포함돼 있다. 하팍로이드는 디얼라이언스에서 선복량이 가장 많고, 유럽 항로를 담당하고 있다. 하팍로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소속사는 모두 아시아 계열이다. 디얼라이언스 유지가 만료되는 내년 1월 이후에는 HMM의 글로벌 역량이 축소될 뿐 아니라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전한 공급 과잉에 대한 불안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선복량 대비 10%의 신조선이 인도된다. 수에즈 운하 우회로 인한 공급 감소를 대략 10%라고 보고 있다. 운하를 우회하는 상황이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인도량 증가가 너무 커서 결국 공급 과잉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동사에 대한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 채권단 산하에서 중장기 전략을 구상할 것이다. 선대 투자 계획, 하팍로이드의 디 얼라이언스 탈퇴 대응 방안, 배당 정책 등 고민할 것이 많다. 동사의 나침반이 어디로 향하는 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명 연구원은 또 “수에즈 운하 우회 영향으로 2024년 실적 추정치를 상향한다. 기존 영업이익 추정치 1,356억원에서 7,228억원으로 4배 이상 올렸다”면서 “ 수에즈 운하 영향이 더 확대되면 밸류에이션을 상향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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