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24시간 거래량 기준 점유율. 자료=코인게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24시간 거래량 기준 점유율. 자료=코인게코

[이코리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중단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거래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방어에 성공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7일 오전 11시 현재 빗썸의 지난 24시간 거래대금은 5억527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업비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거래소 전체 거래대금의 3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빗썸은 지난해 10월,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빗썸에서 거래를 지원하는 모든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수수료를 무료화한 바 있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 구도를 바꾸고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수수료 무료화 정책의 효과는 뚜렷했다. 10%대에 머물렀던 빗썸의 점유율은 수수료를 무료 전환한 지난해 10월 후 꾸준히 상승해 30%대에 안착했고, 지난달 27일에는 잠시 업비트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9.9%에 달하는 거래수수료를 계속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게다가 빗썸은 현재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코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최근 사업연도 말 ROE 10% 이상 ▲최근 사업연도 당기순이익 20억원 이상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00억원 이상 및 기준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등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수익이 ‘0’인 상태에서 상장 조건을 충족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빗썸은 지난 5일 자정부터 다시 거래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했다. 문제는 무료화 정책으로 얻은 점유율이 이후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는 것이다. 실제 빗썸의 24시간 기준 거래대금은 수수료 유료 전환 직전인 지난 5일 자정 48억 달러에서 6일 저녁 5억 달러대까지 급락하며 약 90%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수수료 무료화 정책 중단 전 거래량이 급증한 기저효과 때문이다.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지난 2일 8.6억 달러에서 5일 자정 4.8억 달러까지 급등했는데, 이는 수수료 무료화 중단을 앞두고 차익 실현을 위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거래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빗썸의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무료화 정책을 발표하기 전보다 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반면 빗썸의 점유율은 수수료 무료화 정책이 중단된 이후에도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7일 현재 빗썸(34.4%)의 점유율은 수수료 유료 전환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아직 업비트(63.1%)와의 점유율 격차는 28.7%포인트로 여전히 크지만, 업비트가 가상자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독점 상태였던 수개월 전과 비교하면 크게 좁혀졌다.

빗썸이 수수료 유료화 이후에도 점유율 방어에 성공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수수료 무료화 이후 곤두박질 친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빗썸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6억5456만원, 당기순손실 106억1647만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324억120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나 감소했다. 

빗썸은 지난해 8월부터 일부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수수료를 무료화하기 시작했는데, 부분 무료화의 영향이 3분기 실적 악화로 이어진 셈이다. 전면 무료화를 시작한 4분기 실적은 이보다 더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빗썸으로서는 수수료 무료화 정책으로 끌어들인 투자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다독이면서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경영진의 사법리스크도 아직 남아있다.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8년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BXA)코인을 상장한다고 속이고 계약금 1억 달러(당시 약 1100억원)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장은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지난달 24일 상고를 결정하면서 결국 재판이 대법원까지 이어지게 됐다.

빗썸은 “고객들의 투자와 자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국내외 법령을 준수하여 IPO를 추진해 회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자본시장의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통해, 그 동안 제기되었던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검증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수료 유료 전환 이후 점유율 방어에 성공한 빗썸이 실적 제고와 사법리스크 해소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하고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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