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메리츠증권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 및 전 임원 박모씨의 주거지 등 6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하고 전산 자료 및 서류 등을 확보했다. 박씨는 자기 직무와 관련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하고, 그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하직원에게 대출 알선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가족 법인을 통해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임대하고 이 가운데 3건을 처분해 100억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에도 이화전기 매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5월 4~10일 전량 매도했다. 메리츠증권의 매도 시점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같은 달 11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이었다. 

이 때문에 메리츠증권은 미공개 내부정보를 악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영진 구속으로 인한 주식 매매거래정지에 따른 손실을 피했을뿐더러 약 90억원의 차익도 남겼기 때문. 메리츠증권은 BW를 주식으로 전환 신청한 것은 거래정지 3주 전이라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난 1일에는 내부정보를 CB 투자에 이용해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린 메리츠증권 전직 임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대상을 포함한 메리츠증권 기업금융(IB)본부 임직원들은 상장사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업무를 담당하며 취득한 직무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지인 등의 자금을 동원해 업무대상 CB에 투자해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 체계가 허술하게 운영돼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메리츠증권 내부통제 리스크가 지주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위기에 빠진 메리츠증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장원재 신임 메리츠증권 대표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14년간 메리츠증권을 이끈 최희문 부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 대표로 선임된 장원재 사장은 삼성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금융지주 등에서 10년 간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를 맡아 온 리스크 관리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불안정한 증시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흔들리는 메리츠증권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장 사장을 새로운 리더로 낙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1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9% 감소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해 메리츠증권의 주축 사업인 기업금융·자산운용의 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 

여기에 이화전기 매도, 미공개 내부정보 이용 및 임직원 사익추구 의혹 등 내부통제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메리츠증권은 악재가 겹친 상태다. 이제 막 취임한 장 대표는 부동산 침체에 대응해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한편, 계열사 통합 이후 높은 주주환원율을 앞세워 꾸준히 우상향해온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 리스크에도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실제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검찰의 본사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난해 11월 6일 종가 기준 5만2100원에서 이달 2일 7만1700원으로 1만9600원(37.6%)이나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4.5%)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해부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 내부통제 리스크보다 고배당 매력을 높게 평가하는 모양새다.

다만 계속해서 내부통제 문제로 잡음이 발생하거나 검찰 수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경우, 메리츠증권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리츠증권이 반복된 내부통제 리스크를 단속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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