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첫 달의 수출이 20% 가까이 증가해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 가장 영향이 큰 반도체 수출은 일 년 전보다 56% 늘어났고 중국으로의 수출액도 20개 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8% 증가한 546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20개월 만이다. 반면 수입액은 7.8% 감소했다. 수출은 늘고 수입이 줄면서 무역수지는 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여덟 달 연속 흑자다. 

수출 증가세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주도했다. 

15대 주력 품목 중 13개 항목의 수출이 전년비 늘어났으며, 반도체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56.2%나 증가한 93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석 달 연속 플러스 흐름인데, 증가 폭은 2017년 12월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인공지능(AI)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 HBM 판매가 느는 등 우리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1월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자동차 수출도 25% 증가한 62억 달러로 역대 1월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일반 기계(14.5%), 가전(14.2%), 디스플레이(2.1%), 선박(76.0%), 석유화학(4.0%), 바이오헬스(3.6%) 등의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도 전년 대비 늘었다. 

지역별로는 9대 수출 시장 가운데 8개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중국 수출액은 10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6.1% 늘어나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는 낸드∙D램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 점과 컴퓨터 수요가 증가한 점이 견인했다.

대미 수출액은 26.9% 증가한 10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의 경우 자동차, 일반기계, 컴퓨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월 대비 20.7%로 크게 증가했다. 자동차는 전기차나 SUV와 같은 고가 제품 수출이 견조했으며, AI 관련 PC 수요 증가에 컴퓨터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지난달 수입은 1년 전보다 8% 감소한 534억9000만 달러였다. 가스와 석탄 수입액이 크게 줄면서 전체 에너지 수입액이 16% 감소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1월 대중국 수출액이 30% 넘게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5월부터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계속되고 있으며,  새해 첫 달에도 대중 무역수지는17억 달러 적자였다. 

또 홍해와 파나마운하 통행 제한에 공급망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는데, 정부는 단계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홍해 사태와 관련해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수출입기업 11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74.6%가 물류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류 애로로는 운임 인상(44.3%)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뒤를 운송 지연(24.1%), 선복 확보 어려움(20.2%), 컨테이너 확보 어려움(11.4%) 등 순이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보는 수출 전망은 어떨까.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을 선행하는 중국 Credit Impulse와 OECD 확산지수 추이를 고려했을 때 상반기 수출 회복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회복 강도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소비는 약한 모멘텀을 지속하는 가운데, 1일 발표된 1월 국가통계국 제조업 PMI 내 재고지수가 전월대비 상승했다. 약한 전방 수요에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홍해 리스크와 관련해 이 연구원은 또 “국내 전체 수출물량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운임지수 상승이 선진국(미국,유럽)향 수출단가 및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PPI 상방압력, 기업 수익성 훼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첫 수출 성적표는 작년 1월 저점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K-chip’이 앞에서 끌어주는 수출로, HBM, DDR5 등 스페셜티 D램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의 꾸준한 단가 상승 덕분”이라며 “단가로 인한 반도체 수출의 낙폭을 모두 되돌릴 경우, 반도체는 분기 기준 전년비 최대 50% 수출 증가율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또  “올해 연간 수출 회복세는 유효하나, 조업일수와 기저효과의 영향에 따라 울퉁불퉁한 개선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대중국 수출 플러스 전환은 환영하나 중국이 반도체만큼 밀어주기에는 경제 체력이 부족하다”면서 “중국 수요가 연간으로 보았을 때는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나 1분기에는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해 1월처럼 대중 수출의 개선 흐름이 계속 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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