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파란불이 켜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인가방식 및 절차’를 마련해 31일 제2차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보고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쟁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 상 지방은행→시중은행 전환 관련 규정이 없는 데다 전례도 없어 관련 절차 및 심사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정례회의에서 발표된 안건에는 인가방식과 심사내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우선 기존 지방은행 인가를 폐업하고 시중은행 인가를 새로 받는 대신 기존 지방은행 인가를 시중은행 인가로 내용만 변경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신규 인가는) 기존 지방은행 인가에 대한 별도의 폐업인가가 필요할 수 있고, 지방은행의 법률관계가 시중은행으로 승계되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심사 과정에서는 신규 인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주주 요건 ▲사업계획의 타당성 요건 ▲임원 요건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요건 등 모든 세부 요건을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종전 대비 영업범위가 확대되는 점을 감안하여 사업계획, 내부통제, 임원의 자격요건 등 경영 관련 세부심사요건 등은 보다 면밀히 심사할 것”이라며 “세부심사요건의 타당성 점검 위한 절차인 외부평가위원회,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필요한 절차를 생략없이 모두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금융당국의 이번 발표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고객 동의 없이 1662건의 계좌를 부당 개설한 사실이 밝혀져 금감원의 검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검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하고 심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위는 “은행업감독규정에서는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주’가 형사소송이나 조사·검사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에 인가심사가 중단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금융사고가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주가 아닌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문제라면 제재 확정 전이라도 인가심사 진행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법률적으로 전환 신청 자체는 (금감원의) 검사 진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라고 답했다. 

불법계좌 개설 사태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함께 시중은행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구은행장 겸직 당시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자금 350만 달러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일 열린 1심에서 재판부가 김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최고경영자의 사법리스크는 일단락된 상태다. 게다가 불법계좌 개설 사태 제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시중은행 전환 신청은 가능하다는 금융위의 입장이 발표된 만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대구은행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무엇보다 불법계좌 개설 사태로 인해 불거진 내부통제 부실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불법계좌 개설 사태 검사와 시중은행 전환 신청은 관련이 없다면서도 “다만 내부통제 문제는 철저히 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또한 “금융사고 발생 은행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해 인가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체계의 적정성’에 대해 보다 엄격히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대구은행이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격한 내부통제체계를 갖추지 않는다면 심사과정에서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사과정을 통과해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과도한 기대나 조급한 목표 설정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신중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조달금리 하락 효과를 가져오고, 전국구 영업에 따른 성장 여력 또한 확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대구·경북 지역기반 유지 가능성 여부에 대한 우려도 있다”라며 “전환 초기에는 다른 은행들보다 성장 목표를 상당히 높게 가져갈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는 점도 주요 고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이라는 타이틀은 사업성을 확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면 영업점을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 타 지방은행의 영업권까지 확장할 수 있다”라면서도 “시중은행 전환이 대구은행의 조달금리 하락에 즉각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은행은 금융당국의 지침이 발표된 만큼 속도감 있게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이 1분기 내 시중은행 전환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 전환에 파란불이 켜진 대구은행이 전국구 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