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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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는 가운데, 군사용 AI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군사용 AI가 실전에서 활용되는 사례는 이미 다수 나오고 있다.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미 교전에 AI 무기체계를 다수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공습 대상을 선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는데 ‘파이어 팩토리(Fire Factory)’와 같은 군사용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AI를 활용하면 효율적인 공습을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역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이 외에도 자살 드론, 자율 전투 차량 등 다양한 AI 병기를 최전방에 배치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의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소셜 미디어에 노출된 러시아군의 활동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해 러시아군의 활동 범위와 진격 방향을 예측하는 AI 봇을 활용해 러시아군의 침공을 방어했다. 

AI와 드론 기술의 결합도 주목할만하다.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부대가 사용한 정밀 타격 드론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에는 전자 공격을 받게 되면 사전 입력된 목표로 스스로 방향을 틀어 공격하는 AI 기술이 적용되었다. 또 ‘사커 스카우트’ AI 드론은 GPS가 끊어져도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으며, 탱크, 장갑차 등 64가지 유형의 러시아의 군사 장비를 스스로 찾아 식별하고 공격할 수 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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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군사용 AI의 실전 사례가 등장하는 가운데, 양대 군사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AI 무기 개발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와 신흥기술 센터'가 지난해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양국의 국방 조달 계약에서 AI 도구가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군은 지난 8월 AI를 장착한 무인 전투기 ‘XQ-58A 발키리’ 전투기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통제소에서 인간 조종사가 조종하던 기존의 무인기와 달리, 발키리는 AI가 인간의 조종 없이 스스로 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 공군은 앞으로 1,000대 이상의 무인 전투기를 제작해 인간 조종사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캐슬린 힉스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8월 연설을 통해 중국의 수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 미군에 대량의 자율 무인 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힉스 부장관은 "우리는 대량의 자율 병기로 인민해방군의 수적 우위에 대응할 것이지만, 우리는 계획하기 더 어렵고, 공격하기 더 어렵고, 이기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우주, 사이버 등 여러 분야와 함께 AI 기술을 통해 미국과의 군사력 열세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2017년부터 AI가 군사분야에 미칠 중대한 파장을 과학적으로 예견하고 군사이론을 혁신하며 신형 무기장비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AI 핵심, 원천 기술을 손에 넣고 차세대 무인 자동무기 개발 뿐만 아니라 AI 운용을 위한 군대의 구조와 전술까지 혁신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국무원이 2030년 AI 최강국을 목표로 수립한 차세대 AI 발전계획에서도 “중국은 모든 유형의 AI기술을 고도화해 신속하게 국방혁신 분야에 편입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 오픈 AI 누리집
= 오픈 AI 누리집

양국의 주요 기술기업 역시 군사용 AI의 개발에 연관되고 있다. 해외 정보 매체에 따르면 챗 GPT의 개발사 ‘오픈 AI’는 최근 자사의 AI 기술을 군사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삭제했다. 오픈 AI는 자사 누리집에 게시한 이용 정책에서 ‘군사와 전쟁’의 용도로 자사 기술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문장을 삭제했다.

오픈 AI는 이에 대해 "우리의 정책은 우리의 도구가 사람을 해치거나, 무기를 개발하거나, 통신을 감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재산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라며 "그러나 오픈 AI가 새로운 사이버 보안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국방부 산하의 고등연구계획국가 협력하는 등 우리의 사명에 부합하는 국가 안보 사용 사례가 있다."라고 밝혔다. 국방기관과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조항을 수정했다는 관측이다.

한편 대화형 생성 AI ‘어니’를 개발한 중국의 기술기업 바이두가 중국군의 AI 연구와 연관되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연구원들이 바이두의 어니봇 등 중국 내 대규모 언어모델을 실험적인 군사용 AI 플랫폼 훈련에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당 보도가 나온 뒤 바이두의 주가가 폭락했으며, 바이두는 “해당 연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바이두의 언어모델이 사용된 것이 사실이라도 온라인에 공개된 버전을 사용했을 것이다.”라며 연관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AI 기술을 활용해 미국의 군사력을 뛰어넘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7월 미국 하원에서 열린 ‘전장에서의 AI 기술’ 청문회에서 AI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에 대해 경고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은 AI를 무기화해 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라며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억압적인 감시 체제를 구현하는 데 AI를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민주당의 로 칸나 의원은 중국이 전체 군 예산 중 AI 기술에 투자하는 비중이 미국의 10배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의 군사용 AI 개발이 양국의 충돌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경고도 나왔다.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보고서는 AI는 중국의 군사적 야망, 특히 군대의 '지능화'를 통해 세기 중반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가 되겠다는 목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AI 및 기타 신기술을 합동군에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의 군사용 AI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미국의 자체 역량을 발전시키면서 중국의 군사 AI 개발을 제한하고, 전략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양자 및 다자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책임 있는 군사 AI에 대한 규범과 모범 사례를 개발, 공포 및 구현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동맹국, 파트너, 군사 AI 문제에 관한 다자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도 덧붙혔다.

= REAIM 누리집
= REAIM 누리집

그렇다면 군사용 AI에 관한 국제적인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알까. 지난해 2월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군사적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가 열렸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공동 주최로 열린 회의에 60여 개국에서 2천여 명이 참석해 군사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AI 사용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참여한 국가들은 AI의 군사적 이용과 개발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규제하는 국제 원칙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해 7월에는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AI를 주제로 한 첫 번째 회의가 열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AI에 대해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며 IAEA에서 영감을 얻은 AI의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기관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 중국 등 일부 국가는 AI를 감독하는 국제기관 창설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는 미국 등 서방국가가 AI 논의를 주도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AI의 군사적 활용이 주제 중 하나로 등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무인기 등 자율무기 운용, 핵무기 관리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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