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8일~2024년 1월 30일 주요 지수 등락률.(단위: %) 자료=한국거래소
2023년 12월 28일~2024년 1월 30일 주요 지수 등락률.(단위: %)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연초 증시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은행주가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연체율 상승 등 악재가 겹치고 있지만, ‘벚꽃 배당’ 기대감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이달 전체 KRX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30일 종가 기준 KRX은행은 697.21로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2월 28일) 기준가 대비 4.37% 상승했다. 그 뒤는 KRX300금융(3.85%), KRX증권(2.62%), KRX보험(2.35%) 등 다른 금융업종 관련 지수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39%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 중 KRX은행지수 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전기가스업(5.77%)뿐이다.

연초 은행권을 둘러싼 각종 악재를 고려하면 은행주의 상승세는 예상 밖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은행권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리스크와 홍콩발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계속된 연체율 상승세 등으로 암울한 분위기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0.46%로 전월말 대비 0.03%포인트, 전년 동월 대비 0.19%포인트 상승했다. 김도하 한화증권 연구원은 “(은행) 건전성 악화의 주 원인은 이자상환 부담의 확대일 텐데, 대출금리가 최고점에서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최근 11년래 높은 수준”이라며 “당분간 연체율의 추세적인 상승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계속된 연체율 상승세와 부동산 PF 리스크, ELS 사태가 겹치자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임원회의에서 “금융회사는 여력이 있는 범위 내에서 충당금을 최대한 적립할 필요가 있다”라며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 29일 정무위원회에서 은행의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라며 “이번 검사결과를 보고 ELS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투자상품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LS는 그동안 은행의 주된 수수료 수익원 중 하나였던 만큼, 판매 중단으로 인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각종 악재에도 은행주가 상승하는 이유로는 투자자들의 배당 기대감이 꼽힌다. 금융당국의 배당절차 개선방안에 따라 은행지주사들은 정관을 변경해 결산배당 기준일을 연말이 아닌 2~3월로 미뤘다. 게다가 은행지주사 대부분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만큼 결산배당 기준일과 1분기 배당기준일이 겹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분기에 은행주를 보유하면 두 번의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이 때문에 대표적 고배당주였던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연초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배당기준일로부터 약 45거래일 전부터 기관의 고배당지수 순매수세가 확대될 것”이라며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4대 금융지주사들은 결산 배당과 분기 배당까지 맞물리면서 더더욱 배당투자 매력도가 확대돼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확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따라 저평가된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은행주 상승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구체적 방안을 공시하도록 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는 국내 증시에서도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힌다.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될 경우 상승 여력도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주가 코스피를 3주째 초과상승하고 있다며 “은행주에 다소 비우호적인 뉴스플로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4분기 실적 우려 선반영 및 향후 턴어라운드 기대와 낮은 PBR에 따른 저가 매력 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일본 사례를 벤치마크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센티멘트 개선에 일부 영향을 미친 듯하다”라며 “현 은행 평균 PBR이 0.34배로 PBR 1배에 크게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기업 밸류업의 핵심 요인은 주주환원 확대일텐데 은행권은 사회 공헌 역할 증대를 요구받고 있어 실질적인 수혜를 받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배당 기대감이 다소 약화될 수 있는 점은 아쉬운 요인이지만 절대 DPS(주당배당금) 규모 측면에서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상황은 아닌데다 여전히 낮은 은행주의 멀티플 수준과 4분기를 기점으로 한 향후 턴어라운드 기대감 등은 여전해 은행주 상승 랠리에 제동이 걸릴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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