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조병규 은행장이 2024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당기순이익 1위 달성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조병규 은행장이 2024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당기순이익 1위 달성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이코리아]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금융(IB)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건전성 관리, 경영효율성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조 행장은 지난 27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그간 준비한 동력을 바탕으로 올해는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자”라며 “1등 은행을 경험해본 저력과 자부심을 발휘해 정말 놀라운, 가슴이 뛰는 우리의 해를 만들어 가자”라고 당부했다.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린 것은 지난 2009년(9538억원)이 마지막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전국 영업본부장들에게 단검을 선물하며 죽을 각오로 싸워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승부사 기질이 강해 금융권 ‘검투사’로 불렸던 황영기 전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취임 첫해인 2004년 전년 대비 49.9% 늘어난 1조996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시중은행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9년에도 95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이후에는 줄곧 4위에 머무르며 ‘만년 4위’라는 불명예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2조2898억원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네 번째다. ‘만년 4위’ 자리가 익숙하지만, 지난 2020년에는 농협은행보다 순이익에서 뒤처져 5등으로 밀려난 적도 있다.

게다가 2019년부터는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펀드 사태 등에 휘말려 금융당국의 제재와 금융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조 행장이 “1등 은행의 경험”을 다시 ㅣ강조한 것도 최근의 부진을 씻고 은행권 경쟁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행장이 1등 은행 목표 달성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한 것은 기업금융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에서 기업대출 연간 증가율 목표치를 대기업 30%, 중소기업 10%로 제시하고, 지난해 6월말 기준 161조원 수준인 기업대출 잔액을 2026년 237조원까지 약 76조원 늘려 현재 5:5 수준인 가계·기업대출 비율을 향후 4:6으로 재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42조5000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성장률은 10.3%로 하나은행(14.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규모 면에서는 뒤처져있지만 성장 여력은 오히려 크다고 볼 여지도 있다.

DLF·라임사태 등으로 고위험 상품 판매를 자제하면서 오히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인한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실제 우리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가운데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249억원으로 KB국민은행(4조7726억원), 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등 다른 은행에 비해 상당히 규모가 작다. 금융당국이 ELS 사태를 불완전판매로 결론내리고 판매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다면, 실적 타격이 적은 우리은행이 상대적으로 순익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 기업공개(IPO)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다. 최근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기존 기준 대비 완화된 30%로 낮춰주면서 케이뱅크 건전성이 개선될 가능성도 커졌다. 만약 케이뱅크가 개선된 건전성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IPO 흥행에 성공한다면, 케이뱅크 지분 12.6%를 보유한 우리은행도 그동안의 투자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은행권의 전반적인 업황이 밝지 않다는 점은 변수다. 고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전반적인 은행권 대출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홍콩 ELS 사태로 인해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공식화할 경우 그동안 은행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이자이익 증가세도 주춤할 수 있다. 

기업대출 확대가 건전성 부담으로 돌아올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0.52%로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23%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및 고금리 부담으로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리스크 관리 없는 기업대출 확대는 곧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경쟁 은행들보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기업대출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지만, 그에 따르는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조 행장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미래금융 선도 은행”을 중장기 경영목표로 제시하며 “올해는 우리가 준비한 영업 동력을 바탕으로 확실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이 조 행장의 선언대로 올해 ‘당기순이익 1등’ 목표를 달성해 ‘만년 4위’라는 불명예를 떨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