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코리아] 현대자동차그룹이 미·중 무역 갈등과 고금리, 지정학적 리스크 등 어려운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지난 1년 간 320조가 넘는 역대급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도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외형성장을 예고해 주목을 끈다.

3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모비스까지 합산한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총 매출이 321조7264억 원(현대차 162조6636억 원, 기아 99조8084억 원, 현대모비스 59조254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 200조원을 넘긴 지 4년 만으로, 그룹 출범 이래 처음으로 진입한 300조원대 매출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처음 올랐던 글로벌 완성차 판매 톱 3 자리를 지난해에도 수성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각각 약 422만대, 309만대를 판매했는데, 2022년과 비교해 각각 약 7%, 6% 증가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또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양 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26조7348억 원(현대차 15조1027억 원, 기아 11조6080억 원)으로, 매달 2조원 넘게 번 셈이다.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양사는 지난해 나란히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 자리에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는 특히 2023년 미국에서 사상 최대인 연간 판매 165만2000대 달성했다. 11월에만 150만대를 돌파했는데, 지난해 기록적 판매를 이끈 것은 단연, 미국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친환경차와 고부가가치 차량인 ▲고급차(제네시스) ▲RV 부문에서의 선전이다.

전기차의 경우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9만 4340대의 전기차를 판매, 전년보다 62.6% 증가를 기록해 전체 친환경차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2년 8월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여파로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음에도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리스 비중이 59%에 달할 정도로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대미 수출에 유리한 환경에 놓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정책에 따라 미국 정부는 리스를 포함한 상업용 전기차에 대해  북미 조립 여부와 상관없이 7500달러(약 1000만원) 상당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리스 관련해 현대·기아차도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 가운데 리스 차량 비중은 약 40%로 집계됐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가 보조금 적용 대상인 상업용 전기차 판매에 주력한 데 따른 것으로, 작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호실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10조원이 넘는 해외수주 성과를 거뒀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29일 지난해 해외수주액이  92억2000만 달러(약12조2000억 원)였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전동화의 영향으로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조 원대의 전동화 부품을 수주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또 선제적인 연구개발(R&D) 투자도 해외 수주 증대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R&D 투자비는 총 1조6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도 외형 성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가격경쟁과 하이브리드 확대 전략을 통해 지난해보다 15만대 가까이 더 판매하겠다는 목표치를 잡았다. 현대차그룹은 내수와 유럽 시장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은 대신 올해 인도와 아시아 태평양 시장 판매 목표를 지난해 판매치 대비 각각 3만3000대, 3만5000대 끌어올렸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만큼 낙관적이지 않은 요인들이 있다. 대외요인들로는 세계 경기 침체와 환율, 금리 등이 있으며,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전기차 시장 둔화도 두드러진 상황이다. 

현대차는 2024년 판매대수 가이던스는 전년대비 0.5% 상승한 424만대, 전년대비 12% 상승한 전기차 판매 30만대를 발표했다.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또한 각각 4~5%, 8~9% 제시해 보수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요 위축, 환율 변동성 등 여러 대외 경영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믹스 개선과 원가 혁신을 통해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2024년 사업계획으로 판매 320만대, 매출 101조1000억 원, 영업이익 12조원, 영업이익률은 11.9%를 달성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아는 내년에 EV9을 글로벌 시장에 본격 내놓고, 가격이 낮은 대중 전기차 라인업인 EV3, EV4, EV5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핵심부품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93억3500만 달러(약 12조4211억원)로 제시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2023년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다소 하회했으나, 8.2%의 높은 영업이익률 지속 및 연간기준 사상 최대 실적 경신 등 재무적으로 다양한 마일스톤을 기록했다"면서 "당분간 뚜렷한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기차 보조금지급 대상 유무와 상관없이 미국내 전기차판매 증가 기조는 명암이 있으나, 최근 GM, 포드자동차 등의 전기차생산 중단 사례는 2024년 하반기로 갈수록 현대차의 시장점유율 확대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동사는 순수 전기차 위주보다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다소 복합적인 전기차 비중 증가가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 기아는 신차 효과보다는 기존의 주요 차종 판매가 온기 반영되며 이익 체력을 증명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3월 이후, 카니발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한 주요 차종 월별 판매 데이터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3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이지 시장 자체는 꾸준히 성장하는 상황”이라면서 “전동화 핵심부품 외에 자율주행과 안전운전을 돕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대표 기술도 수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은 지난 2022년 7월 6일부터 새로운 자동차 일반 안전 규정을 적용해 ADAS 장착을 의무화했다. 이날부터 EU 내에 출시되는 모든 신차(승용차·밴·버스·트럭)에는 ADAS를 달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ADAS 시장 규모는 270억달러(약 35조4000억원)이며 2030년엔 829억달러(약 108조6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2024년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은 2조9618억원(+29.0% YoY)을 기록할 전망”이라면서 “수소연료전지 사업 양도, 친환경차 판매 성장으로 전동화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2023년에 반영된 일회성 손실이 기저효과를 내면서 모듈/부품 사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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