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상용차 업체 '이스즈모터스'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폴란드 배터리 팩제조·판매 기업 ICPT사와 배터리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전기 상용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스즈모터스와 전기트럭 모델에 자사의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공시했다. 

2026년 말까지 진행될 이 계약과 관련해 공급 물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1조원 안팎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공급물량 및 계약기간 등의 계약조건은 추후 고객과의 협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6월부터 이스즈에 배터리를 공급해왔으며, 이번 계약은 기존 협력의 연장선에 있다. 

이스즈모터스는 1937년 설립된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로,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상용차 및 디젤 엔진 등을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는 이스즈의 트럭 전기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기 준중형 트럭 '엘프'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엘프는 일본과 북미 시장에서 20년 넘게 캡오버형 트럭 부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차량이다.

한국에서 이스즈는 2017년부터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엘프 트럭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즈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2,000대 이상의 엘프 트럭을 판매했다. 이스즈는 내년부터 전기차 트럭 생산을 시작해 2030년까지 연 1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LG에너지솔루션과 이스즈모터스의 파트너십으로 인해 일본이 향후 한국 배터리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닛산의 준중형 SUV '아리야'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고, 이와 더불어 혼다와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도 미국에서 추진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5톤, 10톤짜리 디젤 상용차를 전동화하는 게 간단치 않다. 전기 대신 수소의 경우 비용도 높고 시장 확대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파나소닉은 일본에서 테슬라의 주요 배터리 공급업체로 남아 있지만, 다른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앞으로 고품질 배터리와 안정적인 성능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약이 많아지리라 본다”고 전했다. 

한편, 전기 상용차 시장은 일반 전기차 시장 대비 차량 한 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약 11배 이상 많아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고품질 기술력과 표준화된 모듈 라인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등 높은 시장 경쟁력을 통해 전기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폴란드 배터리 팩제조·판매 기업 ICPT사와 배터리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지역 전기 사용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할 것임은 밝힌 바 있다. 해당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ICPT에 내년부터 3년간 약 20만 개의 NCM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대형 전기 상용차 약 3000여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통상 전기 상용차용 배터리는 일반 승용차용 배터리보다 높은 요구 조건과 기술 수준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운행거리가 길고, 눈 혹은 비 등 극한 환경 속에서도 운행을 해야 하며 더 많은 에너지 밀도를 요구한다”면서 “이에 진입장벽이 높은 대신 한 번 진입하면 업체 특성상 공급사를 잘 바꾸지 않는다. 시장유지에 이점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상용차 시장은 2030년까지 9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전기상용차 시장 규모는 2023년 35만 3,000대에서 2030년 314만 4,000대로 매년 31.4%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마케츠앤마케츠는 "현재 전기상용차 시장은 유럽과 북미가 주도하고 있고, 아시아의 경우 중국과 인도가 전기버스 도입에 적극적"이라며 "중대형 전기트럭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2025년부터 글로벌 전기상용차 시장의 성장세는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외 업계 및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상용차 포함 전기차 시장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26일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전기차 시장 생산량 성장률에 대해 글로벌은 23년 33%->24년 20% 중반, 북미지역은 23년 57%->24년 30% 초중반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중장기 방향성으로, 하반기 반등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2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도 녹록치 않은 전기차 업황을 전망한다"면서 "고객사내 재고와 2차전지 업체들의 24~25년 증설 계획, 전방 수요 경기를 고려하면 불확실성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업황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500조원의 (물량) 바인딩 계약된 수주잔고가 불확실한 업황에서 사업 안정성의 방어벽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중장기 방향성이다. 저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하반기 반등 가능성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SK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매수와 목표주가 48만5000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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