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국, 미국, 일본 증시 주요 지수 수익률. 자료=한국거래소
새해 한국, 미국, 일본 증시 주요 지수 수익률.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주요국 증시가 연초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부진에 빠져 있어 투자자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4일 전일 대비 8.92포인트(△0.36%) 내린 2469.69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일 2607.31으로 새해를 시작했던 코스피는 연초 137.62포인트(△5.29%)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와 상반된 모습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등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새해 들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S&P500지수는 지난 2일(현지시간) 4742.83에서 23일 4864.60으로 2.57% 상승했고, 다우지수도 같은 기간 3만7715.04에서 3만7905.45으로 0.50% 오르며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 기간 14765.94에서 15425.94으로 4.47%나 오르며 지난 2021년 기록한 최고치(1만6057) 경신을 눈앞에 뒀다. 인공지능(AI)

일본 증시 또한 새해 들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니케이225지수는 지난 4일 3만3288.29에서 24일 3만6226.48로 8.83%나 급등했다. 

주요국 대비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로 일본(1.4배)보다 낮고 미국(4.6배)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대표적인 투자지표다. PBR이 1배 이하라는 것은 현재 시가총액이 회사의 청산가치보다도 낮다는 뜻으로, 기업의 실적보다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평균 PBR은 24일 기준 0.90배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부도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은 PBR이 낮은 기업에게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밝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PBR이 낮은 기업들이 스스로 어떻게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공시를 하게 유도함으로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제도를 운용해보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4일 열린 금융당국-증권업계 간담회에서도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PBR 등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상당 수 있다”라며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장사 이사회가 스스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소통하도록 하겠다는 것. 

이는 일본이 증시 부양을 위해 지난해 도입한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PBR이 1배를 하회하는 상장사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상장사 3300여곳 중 1115곳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주환원 방안 및 성장전략 등의 내용을 공시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 덕분에 일본 최상위 주식시장인 프라임 시장 상장사 1800곳 중 PBR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51%에서 41%로 줄어들었으며, 총 169개사가 PBR 1배를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도 폐지를 추진 중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주주 권익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는 쪼개기 상장으로부터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개선안과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기업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한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안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정부의 대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PBR 공시의 경우 일본만의 사례인 만큼 국내에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기 이른 데다, 일본 증시 부양에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 외에도 초저금리, 엔저 등 다양한 외부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 또한 아직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게다다 개정안에 담긴 완전전자주주총회의 경우 오히려 주주의 의사가 기업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있다. 반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기업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포함하는 방안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는 등,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는 불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정부는 거래소와 협력하여 주주 친화적 기업에 보다 많은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한편, 실질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때까지 거래소를 중심으로 꾸준하고 면밀하게 모니터링·관리해 나가겠다”라며 “증시 저평가 해소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기업 자신이라는 점에서 상장사의 적극적인 참여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