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기후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선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새로운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의 미래사회환경센터(C-SEF)의 보고서를 인용해 “2020년 대선은 기후 변화를 둘러싼 두려움 덕분에 조 바이든의 편으로 돌아섰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C-SEF의 보고서는 미국 유권자 4513명을 상대로 행한 여론조사로, 분석 결과 2020년 대선 때 기후변화 이슈로 미국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3% 더 많은 득표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0년 대선 당시 기후변화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투표한 유권자 비율은 67%, 즉 전체 유권자의 3분의 2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유권자들 중 77%는 당시 민주당 후보(조 바이든)에게 투표했으므로 기후 변화 의견은 민주당의 선거 우위를 나타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 문제가 아니었다면 공화당이 2020년 선거에서 승리하기에 충분한 3%의 지지율을 얻었을 수도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 유권자의 57%가 기후 변화를 방지하는 행동을 지지하는 후보를 선호하는 반면, 기후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약 2배 더 많았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우려가 다가오는 2024년 선거에서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게다가 기후 변화를 주요 이슈로 보는 많은 공화당원들은 2020년에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다”며 “기후 변화를 '매우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는 공화당원의 약 4분의 1이 바이든에게 투표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또 “최근의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공화당보다 26점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는 양당 간의 대립적인 주제에 대한 다른 어떤 주도권보다도 더 큰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날 것을 시사한 부분으로 풀이된다. 

기후 변화의 문제는 사람들이 2020년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강력하게 예측하지만, 전반적으로 유권자들 사이의 최우선 관심사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의 5% 미만이 기후 변화를 가장 중요한 단일 이슈로 꼽았다. 더 시급한 이슈들은 경제, 의료, 교육 및 범죄와 같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을 포함한다. 

만약 기후 변화가 유권자들의 주요 이슈가 아니라면, 강력한 예측 변수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C-SEF 이사인 매튜 버지스는 “한 가지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증거를 너무 강력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후보자가 그 문제를 부인하거나 최소화한다면 다른 문제에서는 후보자를 덜 신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이유는 유권자들이 기후 변화와 경제, 안보, 건강과 같이 그들이 더 관심을 갖는 식탁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보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확실히 말할 수 없으며, 이것은 미래 연구를 위한 핵심 질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들이 다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행보는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2017년 취임 첫 해에 파리협약을 탈퇴했다. 실제로 2020년 11월 공식 탈퇴를 마무리하면서 미국은 당시 전세계에서 유일한 협정 탈퇴국이 되었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협정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전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1.5℃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2016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정 재참여를 결정했다.

또 최근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공공연히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에너지 패권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아젠다 47’ 이라는 이름의 예비 공약을 발표했다. 아젠다 47에서 발표한 기후변화관련 예비 공약은 △파리협정의 재탈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친환경보조금 전면 수정 △미국 내 화석연료 채굴 확대 △자동차 연비규제 완화 및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 폐지 등이 골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하며 20204년 미 대선을 향한 공화당 후보 중 선두주자의 지위를 더욱 굳혔다. 이번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득표수는 다른 모든 후보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미 공화당은 1월23일 현재 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유력 후보 가운데 하나였던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최근 사퇴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2파전 양상으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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