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추 업무 방식 개혁(Work-Style Reforms at ITOCHU). 출처=이토추 공식 홈페이지갈무리
이토추 업무 방식 개혁(Work-Style Reforms at ITOCHU). 출처=이토추 공식 홈페이지갈무리

[이코리아] 한국과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출산율 최하위권국이다. 특히 일본은 1970년부터 1982년까지 2.16명에서 1.77명 수준으로 나타나 우리보다 10여 년 앞서 저출산 상태에 접어들었다.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2.1명 미만이면 '저출산 국가'로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국가'로 본다. 

일본의 합계 출산율이 2022년 기준 1.26명으로 떨어지면서 국가적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생산성과 출산율을 동시에 높인 이토추 상사 시스템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4월에 이토추 상사는 2021회계연도에 15~49세 여성 직원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이 1.97명으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저팬타임스에 따르면 이토추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일본 전국 평균인 1.33명보다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토추 상사는 “회사가 일을 계속하면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직원의 출산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공개의 목적은 여성 직원들이 자녀를 낳은 후에도 계속 경력을 쌓을 수 있고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그 노력에는 직원들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 재택근무제, 오후 8시 이후 초과근무 금지 등이 포함됐다. 

실제로 2010년 마사히로 오카후지가 2010년 이토추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일부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초과근무를 금지시켰다. 관리직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았던 당시에는 모두가 오후 5시 15분에 퇴근하도록 하고 원칙적으로 초과근무를 금지했다. 직원들이 업무를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 다음날 오전 5시에서 8시 사이에 출근하도록 요청했고, 일을 끝내면 추가 수당을 지급했다.

20년 전만 해도 옛날식 업무 방식을 고집하던 이토추 상사는 2010년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2013년 아침형 유연 근무제를 도입했다. 

전 후생노동성 차관이었던 무라키 아츠코는 여성의 직업생활에 대한 적극적 참여 촉진에 관한 법률이 발효된 같은 해인 2016년에 이토추의 사외이사가 되었다. 무라키는 닛폰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에 이토추는 여성을 채용하고 관리직으로 승진시키기 위한 수치 목표를 설정했다”며 “그런 정책이 법으로 제정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꽤 진보된 것이었다. 하지만 진전은 더뎠다. 회사에서는 여성을 더 채용했는데 여성들은 결국(결혼이나 출산을 위해) 그만 두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2010년 도쿄 본사 근처에 직원들을 위한 보육 센터를 개설하고 일련의 전사적 작업장 개혁을 채택하면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 그 중 가장 의미 있는 정책은 2013년 도입된 '아침 집중 근무'일 것이라고 무라키는 밝혔다. 

무라키는 “회사는 이른 아침 근무에 대해 초과 근무 수당을 지불하고 오전 8시까지 무료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은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초과 근무 시간을 대폭 줄였다. 또한 맞벌이 가족을 수용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남성과 여성 모두 언제 사무실을 떠날지 알고 그에 따라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러한 노력은 생산성 향상에 효과가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약 10년 후 이토추 상사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직원당 이익이 5.2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또 마사히로 CEO가 취임한 이후 정규직 직원의 출산율이 두 배로 증가하여 2022년 3월 31일 말까지 여성 직원당 거의 2명의 자녀를 출산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토추의 부사장인 고바야시 후미히코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력했지만 이것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2022년 기준 전국 출산율은 약 1.3명으로,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에 훨씬 못 미친다. 이 기간 동안 주목된 또 다른 변화는 더 많은 직원이 출산 휴가를 내고 자녀를 낳고 직장에 복귀했다는 점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회사의 심야근무 금지 조치가 여성 사원들에 대한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토추 상사는 직원들이 일주일에 이틀 동안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22년 이토추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근무 시간을 8시에서 6시로 단축해 이르면 오후 3시에 퇴근할 수 있게 됐다. 

저출산 대책으로 고민하는 일본 정부는 이토추 상사의 일하는 방식 개혁을 모범 사례로 꼽고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 경제 정책인 ‘일본 재흥 전략’에 사례로 들어갔고 최대 경제단체 경단련이 각 회원사에 도입을 공식 권고했다. 

한편, 우리나라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경우 총선 1호 공약으로 저출산 해결을 내걸었다. 일·가정의 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를 강화하는 정책을 소개했다.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는 18일 오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총선 1호 공약 '일·가족 모두행복'을 발표했다. 또한 정책 지원에 필요한 재원은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만들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유급휴가에 대해 산모는 3개월, 배우자인 아빠는 1개월간 유급휴가를 의무화한다. 자녀가 아프거나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경우 쓸 수 있는 '자녀돌봄휴가'를 신설, 초등 3학년까지 유급으로 적용한다.

육아휴직은 월 급여를 최대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60만원 올린다. 또한 배우자도 임신 중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한다.

육아기 유연근무는 시차근무, 재택근무, 단축근무,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등 기업 특성과 근로자 선호도에 따라 운용하고, 관련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 공지 의무를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현행 '일 1시간 단축분에 통상임금 100%, 월 상한 200만원'인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급여 상한을 '일 2시간 단축분에 통상임금 100%, 월 상한 250만원'으로 늘린다.

육아휴직으로 발생하는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인력 고용 지원금은 기존의 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올린다. 대체인력으로 경력단절자나 중·고령 은퇴자를 채용하면 240만원으로 더 올린다.

중소기업은 대체인력 고용이 어려울 경우 업무를 떠안게 되는 동료에게는 '업무대행 수당'을 신설·지급한다. 육아기 단축 근로뿐 아니라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대행에도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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